Interview with 플라이어웨이
윤재호 대표
— 원래는 남성 테일러 숍을 운영하셨다 들었어요. 어떻게 파자마 브랜드를 론칭하게 됐나요?
10년 이상 남성 슈트를 만들었어요. 남성 슈트는 용도상 색상이 단조로울 수밖에 없는데, 맞춤 제작을 하다 보니 뭔가 특별한 걸 만들고 싶더라고요. 그러다 해외 브랜드 슈트 속 다채로운 안감에 영감을 받아 저희만의 디자인으로 안감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개발 과정에서 쌓이게 된 샘플링 원단을 버리기 아까워 파자마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숍 행거에 걸어 두었던 파자마 구매를 원하시는 고객에게 조금씩 판매해 오다 장기화된 코로나 상황 속에서 슈트 사업이 축소되어 정식으로 파자마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죠.
기술적으로 복잡한 남성 슈트에 비해 파자마는 단순한 편이었는데도 결코 쉽지 않더라고요. 해외 명품 파자마, 국내 고가·저가 파자마를 보이는 대로 구입해 뜯어보면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내구도 및 디자인, 기술적인 부분들까지 분석하다 보니, 꼭 필요한 부분과 아쉬운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기술적으로 개선할 부분이 눈에 보이니 퀄리티 욕심이 생겼고, 예상 출시일이 늦어졌지만 수정에 수정을 거쳐 지금의 파자마를 출시하게 되었습니다.
— 보통 파자마는 차분한 색을 많이 사용하는데, 플라이어웨이는 화려한 디자인이 많아요.
테일러 숍을 운영하다 보면 T.P.O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옷을 입어야 한다는 거죠. 스스로 그런 얘기를 하면서 한편으론 어떤 형식이나 정형화된 틀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나 봐요. 파자마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가장 자유롭고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이잖아요. 집에서 입는 옷까지 보편성을 추구하는 것에 반대하고 싶었습니다. 의식적으로 화려함을 추구한 건 아니지만 보편성을 깨뜨리다 보니 자연스레 색감이 화려해졌네요.
— 색동, 호랑이, 십장생 등 한국적인 요소를 접목한 디자인이 인상 깊어요.
처음 슈트 안감을 개발할 때부터 한국적인 디자인으로 시작했어요. 해외 브랜드에 영감을 받았고, 서양식 의복을 만들지만 한국적인 무언가로 특별함을 부여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작업한 안감으로 처음 탄생한 파자마를 사람들이 좋아해 준 터라, 자연스레 플라이어웨이의 디자인엔 한국적인 요소가 많아졌습니다.
— 파자마에서 기능성을 빼놓을 순 없죠. 플라이어웨이는 어떤 방법으로 기능성을 잡았을까요?
옷의 형태를 만드는 틀이 매우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옷 사이즈가 커지면 편해진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모든 옷은 사이즈가 잘 맞아야지 편하거든요. 커지면 오히려 불편하죠. 테일러 숍을 운영하면서 핏은 슬림하지만 움직임이 편한 슈트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늘 받아 왔습니다. 그래서 옷이 예쁘게 딱 맞으면서도 편안할 수 있는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그 노하우를 플라이어웨이 파자마에 그대로 녹였습니다.
— 디자인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나요?
일단 최대한 많이 만들어 봅니다. 이 방법은 어느 분야든 통하는 것 같아요. 대단한 영감이 떠오르길 기다리기보다 계속해 보는 거죠. 즉흥적인 영감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내는 천재로 알려진 피카소도 1년에 평균 2,000개 이상의 작품을 만들었다고 해요. 그중에서 세상 밖으로 나오는 작품은 손에 꼽히죠. 하물며 저같이 평범한 사람이 무언가 만들려면 더 많은 노력과 도움이 필요합니다. 지금도 많은 디자이너와 의견을 나누며 지속적으로 디자인해 보고 있습니다.
— 플라이어웨이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자유로움입니다. 파자마의 편안함에서 오는 자유로움도 있지만, 생각도 자유로웠으면 좋겠어요. 제복이나 슈트를 입으면 그 옷에 어울리는 생각과 사고방식으로 바뀐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반대로 파자마를 입었을 때만큼은 어떤 형식이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생각의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 앞으로의 브랜드 운영 계획이나 목표가 궁금합니다.
저희 파자마를 캔버스처럼 사용하고자 합니다. 다양한 디자이너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저희는 그것을 파자마나 가운 같은 홈웨어로 만들어내는 거죠. 말은 간단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구현하기까지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이 많아요.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FLYAWAY’s Pick!
1. 색동 파자마
‘색동 파자마’는 기본적으로 스트라이프 파자마는 있어야 한다는 주변의 조언에서 고민하다 만들어진 파자마입니다. 제가 청개구리 심보가 있는지 남들이 다 만드는 거, 꼭 하라는 거는 더 하기 싫더라고요. 그러다 지인 결혼식장에서 우연히 색동저고리를 입은 아이를 보고 영감을 얻었죠. 주변에선 ‘이런 스트라이프를 말한 게 아닌데…’라며 기겁하더라고요. 막상 출시하니 반응이 너무 좋았고,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과가 좋았던 파자마라 무척 애착이 가는 파자마예요.
2. 캘리포니아 크림
가장 많이 팔리는 ‘캘리포니아 크림’은 포트폴리오가 화려한 꽃으로 가득한 외국인 아티스트에게 디자인을 의뢰한 파자마입니다. 화려한 꽃을 기대했는데 파자마라 그런지 의외로 차분한 디자인이 나왔죠. 샘플의 주변 반응이 너무 좋아 그대로 출시했습니다.
3. 십장생 파자마
‘십장생 파자마’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강을 생각하며 만들었어요.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많은 사람이 건강상에 문제를 겪었잖아요. 건강에 대한 염려가 커지는 상황을 보면서 건강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무병장수를 의미하는 십장생을 떠올렸어요. 민화를 일러스트로 잘 표현해 주실 분을 찾기가 어려웠는데 다행히도 의견이 잘 통하는 디자이너를 만나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글 서현숙 객원 필자
자료 제공 플라이어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