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카긴 캡슐 타워 모습 담은 캡슐 하우스-K
작년에 건축계에서 큰 화제가 되었던 일이 있다. 1972년에 세워져 전 세계에 모듈형 거주 공간 디자인의 선구자 역할을 했던 나카긴 캡슐 타워가 철거 수순을 밟았기 때문이다. 등장과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건축물은 철거가 되는 순간까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화제를 모았다. 비록 철거가 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지만, 이 건물은 건축사에 큰 의미가 있었기에 이미 2014년부터 보존 및 재생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철거된 건물들은 자연스럽게 숙박이나 사업 공간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도시에서는 폐허로 여겨지며 무용지물인 존재였지만, 다른 곳에서는 유용하게 쓰일 수 있게 되었으니 건축사 면에서나 환경 면에서나 의미 있는 프로젝트였다고 볼 수 있다.
에어비앤비에서 만날 수 있는 ‘캡슐 하우스-K(Capsule house-K)’는 나카긴 캡슐 타워의 모습을 일부 느낄 수 있는 모습으로, 건축가의 아들이 일부 복원하여 꾸몄다고 한다. 나가노 현의 숲이 우거진 풍경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이 숙박시설은 나카긴 캡슐 타워의 내부 모습이 궁금했던 이들에게는 답을 주는 곳이라 할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자연에서 여유롭게 휴식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닐까 싶다. 원형으로 뚫려있는 창은 자연의 풍경을 시원스럽게 담고 있어 숙박객들에게 감성적인 휴식을 선사한다. 그와 더불어 일본의 70년 대를 연상케하는 건물 내의 모습은 레트로 감성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건물에 내장되어 있는 TV와 오디오 세트를 보면 영화 세트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일본답게 다다미 방이 있는 것도 이곳만의 특징이다.
캡슐 룸 A/B와 지하 마스터 침실이 있는 이곳의 최대 숙박 인원은 7명이라고 한다. 하지만 침대가 소파베드를 포함 4개밖에 없기 때문에 편안한 숙박을 위해 4-5명이 묵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에어컨과 난방, 무선 인터넷 시설이 구비되어 있으며, 세탁기, 오븐레인지, 냉장고, 욕실, 화장실, 세면실 등이 있어 지내는데 별 불편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거실에는 건축가의 책이 구비되어 있고, 다기 및 찻잔 세트가 있어 여유로운 휴가를 보낼 수 있도록 꾸며져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이 숙소는 점차 입소문을 타고 에어비앤비 내 인기 숙소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중이다.
2. 가우디의 첫 작품, 카사 비센스
에어비앤비에서는 이 숙소 말고도 흥미로운 숙소들이 가득하고, 모두 여행객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호텔, 리조트 등과 같은 전문 숙박 시설에서도 아름답고 우아한 건축 디자인으로 유명한 곳이 많다. 하지만 에어비앤비에서는 그보다 희소성 있는 건축가의 작품에서 숙박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듯하다.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스페인을 대표하는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가 처음으로 설계한 카사 비센스(Casa Vicens)가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박 이벤트를 진행한 것이다. 단 하루, 한 팀만 숙박할 수 있는 이 이벤트는 이는 게스트에게 일생에 한 번뿐인 경험을 선사하는 에어비앤비의 캠페인 시리즈의 일환이었다.
가우디가 1883년부터 1885년까지 지은 이 주택은 한 부동산 중개인의 여름 주택으로 사용되었으며 2005년에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며 그 가치를 세상에 알렸다. 외관부터 독특한 패턴이 있어 자연스럽게 눈길을 끄는 이 건축물은 건축가가 고딕 양식과 아르누보 양식을 재창조한 최초의 사례라고 알려졌다. 신고전주의 및 유기적 모티프가 융합되어 다양한 문화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서양, 동양의 아름다움만을 모아 만든 듯한 건축물의 아름다움에 절로 건축가의 감각에 감탄하게 되는 곳이다. 136년 동안 개인 소유로 남아있었던 이 저택에서 하룻밤을 묵기 위해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숙박의 영광을 얻은 행운의 게스트들은 이곳에서 가우디를 주제로 한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었다. 집을 원래의 형태로 복원하고 박물관으로 탈바꿈시킨 복원 프로젝트 팀원이자 호스트가 건물의 역사와 공간을 안내하는 투어에 참여할 수 있으며 이 건축물에 영감을 받은 미쉐린 스타 메뉴와 지중해식 아침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무엇보다 멋진 것은 세계적인 건축가가 가장 처음으로 설계한 곳에서 지낼 수 있다는 점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특별한 경험은 오직 게스트 한 팀에게만 선사되었기에 더욱 특별한 숙박 체험이었다고 볼 수 있다.
3. 루브르박물관 속 미니 피라미드
그다음으로 화제가 되었던 것은 루브르박물관에서의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경험이었다. 이 숙박 이벤트에서는 유리 피라미드가 지어진 지 3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여 디자인된 미니 피라미드 안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으며 모나리자를 비롯한 명작들을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풍미를 담은 식전주를 즐기며 모나리자를 가까이에서 구경하는 것은 물론, 그리스 여신 비너스를 관람하며 호화로운 만찬을 즐길 수 있었다. 나폴레옹 3세의 처소에서는 행운의 게스트만을 위한 어쿠스틱 콘서트가 펼쳐졌다. 그야말로 파리의 문화 예술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이벤트였다. 이는 가우디의 카사 비센스 만큼이나 화제가 되며 사람들에게 꿈과 낭만을 선사해 주었다.
4. 오징어 게임 세트장? 라 무라야 로하
이 밖에도 에어비앤비는 영화 ‘반지의 제왕’과 ‘호빗’의 촬영지인 호비튼(Hobbiton)에서의 숙박 경험, ‘나 홀로 집에’에서 나온 집에서 머물며 영화와 동일한 경험을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선보여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일반적으로 숙박은 여행을 계획하는 데 있어서 고려해야 하는 하나의 요소 중 하나로 여겨진다. 그래서 숙박이 여행의 중심이 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에어비앤비에서는 이를 뒤집는 이벤트를 통해 숙박의 경험 자체를 여행으로 만들었고, 덕분에 여행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에어비앤비가 주최하는 단 한 번의 이벤트에 도전하기에는 경쟁률이 너무나 치열하다.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참여하는데, 행운은 한 팀에게만 선사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너무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에어비앤비에서는 이벤트에서 선보인 곳만큼이나 더 다양하고 독특한 숙소가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독특한 숙소로 꼽히는 곳 중 하나는 스페인 칼페에 있는 ‘라 무라야 로하(La Muralla Roja)’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세트장과 닮아 화제가 되었던 이곳은 세계적인 포스트모더니즘 건축가 리카르도 보필(Ricardo Bofill)이 설계한 건축물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지중해를 배경으로 미로처럼 얽혀있는 공간과 계단이 분홍색과 푸른색으로 화사하게 칠해져 있어 묘한 분위기를 선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전부터 독특한 숙소로 유명했지만, 오징어 게임 이후 더욱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건물의 외관이 독특해 세트장처럼 보이지만, 이곳은 처음부터 아파트 단지로 설계된 곳이다. 거주를 목적으로 지어진 만큼 내부는 일상을 보내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꾸며져 있다. 곳곳에 넓게 뚫려 있는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은 공간을 화사하게 만들고, 각종 조리시설이 있는 주방이 있어 여행을 하며 지내는 동안 음식을 조리해 먹을 수도 있다. 발코니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으며 공용 수영장이 있어 이곳만의 낭만을 즐길 수도 있다. 아름다운 외관과 부족함 없는 시설 덕분에 이곳은 스페인 여행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숙소로 손꼽히고 있다.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된다. 국내에 있는 숙소들만 검색해도 에어비앤비에는 아름다운 건축물이 즐비하다. 제주도, 강원도 등 관광지로 유명한 지역은 물론이고, 서울 및 수도권에도 감성을 채울 수 있는 곳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이런 숙소들은 건물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동시에 공간 곳곳에 녹아있는 문화 예술에도 흠뻑 빠져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글 박민정 객원 필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에어비앤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