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with 얼띵
허성은 대표
합정의 한 주택가에는 디자이너 허성은 대표가 운영하는 패션 브랜드이자 감도 높은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얼띵이 있다. 가정집을 개조한 하얀 벽돌 건물로 2층은 쇼룸, 1층은 허 대표의 동생 허성철 셰프가 얼띵앤키친을 운영한다. 질 좋고 맛있는 식사와 디자이너 브랜드,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두루 경험할 수 있는 기분 좋은 공간이다.
— 전에도 와봤지만, 빛이 잘 들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공간이에요. 2016년부터 쭉 쇼룸 겸 셀렉트숍을 운영하셨다고요.
네, 한남동에 작은 쇼룸이 있었는데 비좁아 이사하게 되었어요. 셰프로 경력을 쌓아온 동생이 마침 독립하려던 차에 공간을 나눠 쓰게 되었는데요. 레스토랑에 식사하러 오셨다가 올라와서 구경하기도 하고, 쇼룸에 왔다가 차나 식사를 하시는 경우도 있어서 시너지가 나는 것 같아요.
—2010년, 패션 브랜드 얼띵을 론칭했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패션 디자이너가 꿈이었고, 대학에서 패션을 전공했어요. 늘 내 브랜드를 운영하고 싶었기에 자연스럽게 졸업 후 창업했습니다. 옷을 만드는 한편 향초 같은 프래그런스 제품도 직접 만들어요. 손으로 만드는 일을 좋아해 자수나 향초 워크숍도 진행했고요.
—개성 있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소개하는 셀렉트숍으로도 알려져 있어요.
지금처럼 편집숍을 운영할 계획은 전혀 없었어요. 저처럼 가방이나 신발 브랜드를 론칭해 운영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여럿 있는데요.신생 디자인 브랜드를 선뜻 받아주는 오프라인 판매처가 없는 게 현실이었죠. 제가 합정 쇼룸 공간을 열면서 이런 브랜드를 소개하게 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진 거예요. 저 역시 브랜드를 운영하는 입장이다 보니 판매하기 어려운 구조나 힘든 점을 알아서 공감이 잘되었어요. 하다 보니 제 성향과 잘 맞기도 하고, 평소 핸드메이드나 감각 좋은 브랜드를 관심 있게 보고 있어서 소개하는 일이 재미있더라고요.
— 얼띵은 어떤 스타일의 옷을 만드나요?
브랜드 초반에는 혁신적인, 주장이 강한 스타일의 옷을 만들었어요. 지금은 입었을 때 편안한 옷이 좋아요. 그런 날 있지 않나요? 입을 땐 몰랐는데, 어떤 점이 불편해서 종일 신경이 쓰이는 날이요. 얼띵은 착용감이나 소재, 패턴이 불편하지 않고 늘 손이 가는 옷을 만들려고 해요. 시간이 지나도 계절마다 옷장 안에서 꾸준히 선택받는 옷이면 좋겠어요.
— 셀렉트숍으로서 얼띵의 얘기도 들어보아야죠. 현재 80여 개의 브랜드가 입점되어 있는데 소개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오래 함께할 수 있는 브랜드를 생각하는 편이에요. 작아도 진심이 느껴지는 곳들이요. 티크의 경우 론칭 전부터 준비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는데요. 브랜드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소중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작가가 손으로 작업을 하는 세라믹 브랜드도 좋아합니다. 나혜세라믹이나 이스트스모크, 백합도자기처럼 멋진 브랜드가 많아요. 이제 당분간은 브랜드를 늘리지 않고 이 정도 규모를 유지하려고 해요.
— 얼띵에는 감각 있는 옷도 많지만 헤어 액세서리나 장신구, 집에 두고 싶은 소품도 많아서 구경하다 보면 사고 싶은 게 참 많아져요. ‘개미지옥’이라고도 하죠. 주로 어떤 손님들이 오시는지 궁금하네요.
연령대로는 20~30대가 많아요. 제가 타깃으로 생각하는 고객은 손톱이 짧은 사람. 제가 손톱이 짧은 걸 좋아하기도 하고, 왠지 저나 얼띵과 비슷한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여러 제품군을 다뤄서 좋은 점은 옷만 보러 왔다가 다른 물건도 사게 된다는 점이네요.
— 최근 눈여겨보는 스타일링 팁이 있다면요?
요즘 저는 레이어드를 하는 게 예쁘더라고요. 예전에는 한두 개를 겹쳐 입었다면 지금은 얇은 옷을 서너 개 겹쳐 입는다거나, 계절과 상관없이 슬리브리스 티를 매칭하는 것도 좋아요.
— 작가 혹은 브랜드와 마켓을 기획하거나 팝업을 열기도 합니다.
마켓을 열 때 반응이 좋아요. 브랜드 입장에서 새로운 시즌이 나왔을 때 임팩트를 줄 수 있고요. 최근 애슝 작가와 팝업 전시도 했고, 입점한 도자 브랜드의 샘플이나 B급, 신제품들을 모아 세라믹 마켓을 열기도 했어요.
— 얼띵은 쇼룸과 온라인 몰을 함께 운영하고 있죠.
예전에는 온라인 위주로 운영했어요. 쇼룸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모든 제품을 진열할 수 없으니까요. 코로나 이후로는 완전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어요. 상황에 따라 온라인으로 쏠리기도 하고, 매장 방문이 많을 때도 있고요.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나요?
검색 시스템이나 인터넷이 워낙 빠르다 보니 최저가 경쟁에서 밀리는 경우가 있어요. 여러 판매 플랫폼을 겪어보니 작은 브랜드를 꾸준히 소개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얼띵은 한 브랜드에 치우치지 않으려 해요. 결이 맞는 단단한 브랜드들과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습니다.
글 이소진 수석 기자·콘텐츠 리드
포토그래퍼 강이주
모델 강혜민
헤어메이크업 최샛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