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칵. 카메라의 셔터가 닫히면서 생긴 소리는 셔터가 필요 없는 디지털카메라와 휴대폰 카메라에도 심어져 우리가 사진 찍고 있음을 인식시킨다. 카메라의 아이덴티티와 같은 셔터 소리를 이름으로 가진 매거진 <찰칵>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사진의 새로운 흐름을 살펴보고자 탄생했다.
기록 매체로서 시작한 사진은 자본과 기술, 문화를 만나면서 예술가의 창의성을 발현하는 매체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디지털카메라의 등장, 휴대폰 카메라로 인한 대중화로 매체이자 예술 장르로서의 위상이 급격하게 쇠퇴하기 시작했다.
휴대폰 카메라로 누구나, 언제나, 어디에서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진의 발전은 멈췄다. 종종 사진의 종말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하지만 사진은 MZ세대를 통해 다른 옷을 입기 시작했다. 디지털카메라에 밀렸던 필름 카메라가 다시 부상하고, 사진작가들은 휴대폰 카메라를 통해서 더 확장된 세계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찰칵>은 이러한 흐름을 아시아의 젊은 사진작가들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들은 MZ세대의 특징을 지닌다.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뤄낸 세대와 갈등을 빚고, 동서양 문화를 모두 습득했으며, 인터넷 및 기술과 친하고, 다큐멘터리와 상업 등 기존 사진의 특성에서 벗어난 이미지를 만든다. 그리고 제일 큰 특징은 휴대폰을 통해 카메라가 신체의 한 부분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는 숨 쉬는 것과 같이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찰칵>은 이러한 사진의 특성을 소개하기 위해서 약 100명에 이르는 아시아의 사진작가를 선별했다. 이들을 순차적으로 소개할 계획으로, 창간호에서는 한국, 일본, 중국, 태국, 대만, 홍콩 출신의 사진작가 8명을 소개한다.
이 새로운 매거진은 단순히 작가와 작품을 나열하지 않는다. 3가지 맥락으로 작가를 다룬다. 첫 번째는 ‘작가의 맥락’이다. 맥락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몇 가지 정보가 제공된다. 작가의 사회적, 정서적 맥락을 유추할 수 있게 출생 연도와 몸의 이동 정보가 제공된다. 작품 캡션과 라이프로그 캡션에 기재된 촬영 도시와 날짜는 작품 이해를 돕는다. 재미있는 부분은 한국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 MBTI와 별자리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는 작가들의 성격과 개인적 습성이 어떻게 작품에 드러나는가를 예측해보는 힌트가 된다.
두 번째 맥락은 작가의 작업이다. 디지털 파일로만 존재하던 작가의 사진을 전통 매체인 책으로 담으면서 <찰칵>은 사진과 전통 매체 간의 관계성을 보여주고, 디지털 파일을 손에 잡히는 책으로 재해석할 때의 방식을 탐구한다.
마지막 맥락은 작가의 사적인 시선과 태도다. <찰칵>은 작가의 휴대폰에 담긴 사진으로서 이를 보여준다. 앞서 말했듯이, 현대 젊은 사진작가들은 항상 자기와 함께 있는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하여 순간의 감정과 생각을 기록한다. 그들의 휴대폰에 담긴 사진은 곧 그들의 시각이다. 각 사진의 캡션에는 작가들의 설명이 적혀 있는데, 이를 통해 작가의 일상과 취향을 엿볼 수 있다.
<찰칵>은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기록하고, 그 순간의 감성을 담아내는 아시아의 젊은 작가들을 ‘새로운 돌연변이’라고 지칭한다. 그리고 이 돌연변이들이 이끌어 올 사진의 세계는 무엇일지 예측해본다.
전통적인 사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젊은 작가들의 사진은 낯설게 다가온다. 하지만 언제나 변화의 초창기는 낯설고, 어렵게 다가왔다는 점에서 <찰칵>이 소개하는 사진들은 앞으로의 대한 기대감, 호기심을 더 불러일으킨다. 이들의 사진을 보면서 ‘앞으로의 사진은 무엇이 될까?’ 를 상상해 보시길. 덤으로 편집부의 고민이 담긴 디자인과 물성 덕분에 오랜만에 사진과 딱 맞는 책을 발견한 기쁨까지 얻을 수 있다.
글 허영은 객원 기자
자료 제공 엘로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