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Humberto da Mata의 ‘ORGUS 체어 N.03’ ©Photo Alex Batista. Courtesy Galerie Revel
(우) 테이블 램프 ‘Rontonda’의 Orange 버전. Courtesy Galerie Revel
보르도에 새로 문을 연 갤러리 ‘Revel’이 마련한 부스에는 짐바브웨 출신의 산테 소머즈(Xanthe Somers), 남아프리카의 얀 드 웨트(Jan Ernst de Wet), 브라질의 움베르토 다 마타(Humberto da Mata)와 마우로 프라자오(Mauro Frazāo) 등 전 세계에서 모인 작가들의 작품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도예가이자 조각가인 산테 소머즈가 선보인 높이 148cm의 플로어 램프 ‘Rancid’는 유광의 스톤웨어를 소재를 활용해 마치 사람을 닮은 형태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변질된, 산폐된이라는 뜻의 ‘Rancid’는 도발적인 예술 작품과 기능성을 갖춘 디자인 사이 경계를 허물며, 낡은 사고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선택하라고 외친다. 밝은 컬러, 유희적인 감각과 과장된 형태미는 일상 용품을 바라보는 작가의 남다른 유쾌한 시각을 잘 보여준다. 그녀의 작품 외에도 가스파르 그룰리히(Gaspard Graulich)의 ‘Presence’ 의자, 아드리안 크루즈(Adrian Cruz)의 ‘Rotonda’ 테이블 조명 등 유니크한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만나볼 수 있었다.
레바논 디자이너 룰라 살라문(Roula Salamoun)은 대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완성한 ‘Archipelago’ 의자와 ‘Strata’ 테이블을 공개했다. 군도를 의미하는 Archipelago는 섬을 연상시키는 형태로, 의자 다리로 내려갈수록 가늘어지는 실루엣은 해안 침식을, 유기적인 형태의 등받이는 높은 산의 모습을 암시한다고. 핸드메이드로 업홀스터리한 부드러운 패브릭은 자연의 촉각적인 경험을 반영하고자 의도했다. 이와 함께 Strata 테이블의 디자인은 지형 연구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기존 Strata 러그 컬렉션의 진화된 버전으로 3차원 개체에 대한 탐구를 나타낸다. 오랜 시간 동안 흙, 물, 바람, 그리고 인간의 행위에 의해 형성된 서로 다른 지층에서 드러나는 특유의 질감과 컬러를 통해 자연의 풍요로움을 보여준다. 작가는 사용자가 테이블을 사용하면서 세월이 켜켜이 쌓인 자연을 느끼고 상상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 뿐만 아니라 가구의 소재는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건설 현장에서 쓰고 버려지는 천연석을 신중히 선택한 것으로, 때문에 각 제품마다 색상과 질감이 다소 차이가 있다고. 이는 오히려 유일무이한 가치를 지니며 더 소중하게 여겨진다.
가구, 조명, 디자인 오브제를 위한 프렌치 크리에이터 레이블인 ‘13Desserts’는 디자인 위크를 기념하며 다양한 배경을 지닌 아방가르드한 10명의 디자이너와 함께했다. 이들은 대체할 수 없는 강력한 정체성과 진보된 기술력을 토대로 현대적이고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특히, 토마스 디푸르(Thomas Defour)가 고안한 후추 그라인더인 ‘PM13D’ 컬렉션은 알록달록한 금속과 정교하게 가공된 목재가 만나 세련된 조형미를 갖췄다. 또한 디자이너 앙투안 그뤼리에(Antoine Grulier)가 선보인 하이브리드 가구 ‘Byblos’는 테이블이나 스툴로도 활용된다. 모더니즘 언어를 반영한 심플한 형태미로 3개의 알루미늄을 프랑스의 장인이 수작업으로 조립했다. 비비드한 분홍색과 녹색의 컬러 조화도 감각적이다.
건축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세바스티앙 쿠데르 모젠드르(Sébastien Coudert-Maugendre)는 주로 여행과 고대 유적을 통해 작업에 영감을 받아왔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두 가지 가구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장인 정신과 건축적 시각을 기반으로 컨템포러리한 감성을 담아냈다. Altars 컬렉션의 암체어 ‘SV03’ 그리고 커피 테이블 ‘SV04’는 디자인 가구 전문 워크숍인 솔룸 리그넘(Solum Lignum)과의 협업으로 제작했다. 블랙 컬러의 물푸레나무를 활용해 현대적이면서 역동적으로 표현했다. 또한 ‘Nested Structures’ 컬렉션 중 암체어 ‘RV03’는 11명의 장인이 함께한 Rhizome에 의해 제작됐다. 공예적 가치가 돋보이는 의자는 각 단계마다 장인들이 연속적으로 노하우를 공유하며 수작업으로 제작되었다. 프렌치 월넛과 펠트를 소재로, 특히 등받이 부분을 자세히 보면 섬세한 황동 빛 자수 장식으로 아름다움을 더했다.
파리와 브뤼셀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산업 디자이너 티볼트 휴귓(Thibault Huguet)은 프랑스 장인들과 협력하며 선박 및 항공, 고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조적 영감을 얻어 디테일에 주목한 섬세한 결과물을 완성해낸다. 이번에 소개한 사이드 테이블 ‘Stern’은 참나무 합판을 소재로 전체적으로 단순한 구조에 부드러운 곡선미가 특징이다. 이와 더불어 벤치 ‘Equarri’는 솔리드 오크 소재의 물성이 고스란히 간직되었는데, 간결한 형태 속 목수의 전문적인 손길이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뉴욕 기반의 그리스 건축가, 디자이너, 그리고 교육자로 활발히 활동 중인 키키 고티(Kiki Goti)는 재미있고 인터랙티브한 건축 설치 및 공공 예술 프로젝트에 중점을 두고 디자인 스튜디오 섬 피플(SomePeople)을 운영 중이다. 그녀는 올해 처음으로 가구 및 제품 디자인을 제작했는데, 바로 활기찬 공간 연출을 위한 ‘U+II’ 컬렉션이다. 아크릴과 폼을 활용한 거울, 사이드 테이블과 조명으로 구성되는 첫 번째 컬렉션은 고요함을 타파할 만큼 팝적이고 컬러풀한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 작가가 의도한 전통적이고 원형적인 형태나 상징, 사원의 기둥과 대중에게 친숙한 스트라이프 패턴과 같은 여러 모티프를 과감히 뒤섞어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다.
글 유승주 객원 필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코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