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4

문구에 진심입니다, 아날로그 키퍼

당신만의 기록법을 찾으세요.
문구 마니아들이 주목하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2018년 론칭한 아날로그키퍼 analogue keeper다. 시작은 소소한 프로젝트였다. SNS를 통해 소규모로 판매한 제품이 소위 대박을 터뜨리면서 브랜드로 확장한 것. 현재는 여섯 명의 팀원이 함께하면서 문구계 강자로 자리 잡고 있다. 그 배경에 문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진 문경연 대표가 있었다. 학창 시절 필통을 세 개씩 들고 다녔으며, 오직 문방구를 탐방하기 위해 67일간 해외여행을 떠날 정도로 문구와 기록을 좋아했다고. 그래서일까, 아날로그키퍼는 슬로건인 'keep your own way!'를 외치며 자신만의 기록법을 찾을 것을 제안한다. 손으로 하는 기록의 가치를 믿는 문경연 대표를 만나 브랜드 스토리를 물었다.

 

Interview 문경연

아날로그키퍼 대표

 

아날로그키퍼의 시작은 취업 포트폴리오용 개인 프로젝트였다고요.

원래는 주변 선배나 친구들처럼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할 생각이었어요. 취업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다가 저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카테고리가 문구라고 느꼈고 작은 프로젝트로 아날로그키퍼를 시작하게 된 거예요. 원래 포트폴리오용 프로토타입만 제작하려고 했는데 가제품만 만들기엔 너무 아쉽더라고요. 친구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직접 사용하다 보니 욕심이 생겨 소규모로 판매하게 됐어요.

 

​이렇게 한 발을 내디뎠더니, 어느 순간 포트폴리오 작업은 완전히 잊고 아날로그키퍼와 연관되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었어요. 신제품을 디자인부터 제품 제작과 포장까지 하면서 몇 달간 밤샘이 이어졌는데도 매일 아침이 기다려질 만큼 설레고 행복했어요. 이미 시작했으니 제대로 해보자는 결론을 내렸죠. 다만 혼자 했을 때는 브랜드보다 프로젝트에 가까웠고, 성장을 위한 동력과 실력이 부족했어요. 디자인 외에 브랜드 운영이나 기획파트로 저와 같은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분과 함께하게 됐어요. 그분은 공동 대표로서 아날로그키퍼의 엔진과 같은 역할을 맡고 계십니다.

 

 

아날로그키퍼를 직역하면 ‘아날로그를 지키는 사람’인데, 어떻게 정하게 된 이름인가요?

문구와 손으로 하는 기록을 떠올리면 대표적으로 ‘아날로그’가 생각나요. 그래서 아날로그가 무엇인지 고민한 끝에 ‘온기가 머무는 것’으로 정의했어요. 디지털 세계에서 ‘ㄱ’을 만드는 것은 키보드 버튼 하나를 누르면 해결되지만, 아날로그 세계에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선을 긋다가 적절한 지점에서 아래로 획을 내려야 하잖아요. 그 과정에서 개인의 취향이나 감정, 온기가 모두 스며든다고 생각했어요. 그 경험과 마음을 지키자는 의미에서 아날로그 analogue와 키퍼 keeper를 조합해 ‘아날로그키퍼 analogue keeper’라는 이름을 짓게 됐죠.

 

외국 문방구를 탐방하기 위해 67일간 ‘문구 여행’도 다녀왔어요. 오직 문구를 탐구하기 위한 여행을 떠난 이유가 있나요?

한창 취업 준비를 할 시기였어요. 2개월간의 여행을 위해선 적어도 하나의 목표가 필요했죠. 현실 도피를 위해서가 아닌, 저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의미를 찾고 싶었거든요. 자연스럽게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잔뜩 보고 오자는 생각으로 이어졌고요. 이미 구글 지도에 가고 싶은 세계 곳곳의 문방구를 표시해뒀고, 좋아하는 문구 브랜드 리스트가 가득했기에 떠나기만 하면 됐어요. 여행지에서 관광 명소보다 알려지지 않은 곳에 가는 것을 즐기는 편이라 저와 잘 맞는 여행 컨셉이라고 생각했어요.

 

 

국내 문구 시장과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겉으로 보기엔 비슷했지만, 문구가 가진 역할의 차이가 크다고 느꼈어요. 우선 국내 시장은 ‘공부’ 또는 ‘다이어리 꾸미기’가 중심이라 학습에 필요한 문구, 다이어리를 쓰고 꾸미는 데 필요한 문구가 주를 이뤄요. 그래서 디자인 문구 브랜드가 무척 많은 편이죠. 또 색상이나 디테일도 옵션이 많아서 고를 수 있는 선택지도 다양한 편이고요.

 

반면 유럽의 문구는 ‘기록’과 ‘공작’에 집중된 편이에요. 디자인으로 가득한 제품보다는 빈 도화지 같은 문구 위주인 거죠. 노트 내지도 유선형, 그리드형, 백지형과 같이 기본에 가깝고 스티커도 단색의 도형 스티커가 대부분이에요. 메모지나 편지지도 그래픽이 거의 없고 종이의 질감만 부각된 상품이 많았어요.

 

조금 독특했던 것은 미국 시장이에요. 문방구 스타일이 극과 극이었거든요. 편집숍이나 서점의 문방구에서는 최신 디자인 문구와 해외 수입 문구가 많았는데, ‘staples’와 같은 사무용품점에 가면 오래된 디자인의 문구가 대부분이었어요. 디자인에 큰 변화가 없는 사무 용품과 최신 기술이 반영된 문구가 공존하는 곳이었죠.

 

아날로그키퍼의 제품 얘기가 궁금한데요. 핸디 다이어리와 핸디북이 가장 인기 있다고 들었는데.

현재 가장 많은 분이 찾아 주시는 제품이에요. 아날로그키퍼를 대표하는 디자인이기도 하고요. 이 제품을 기획했을 때 ‘언제 어디서나 함께할 수 있는 작고 단단한 노트’를 목표로 했어요. 그렇기에 손바닥 크기로 작아야 하고, 양장으로 180도 이상 펼쳐져야 하며, 외부 자극에 내지를 보호할 수 있는 밴드가 필요했죠. 크기가 작으니 내지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방식으로 디자인했고 너무 화려하거나 답답해 보이지 않는 색상으로 인쇄했어요.

제작 과정도 궁금해요.

크기가 너무 작아서 대부분의 공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돼요. 책등에 세양사*를 붙이고 자르는 것, 귀도리, 면지 위에 커버를 붙이는 것이나 박을 찍는 모든 공정이 자동화 기계를 쓸 수 없기 때문에 모두 공장 제작처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손길이 필요해요. 그래서 생산 수량에 한계가 있고 입고와 함께 품절되는 일이 잦은 제품이에요. 그럼에도 많은 고객님께서 찾아 주셔서 부족한 점을 점차 보완해서 안정적으로 만들어나갈 계획입니다.

* 책등에 붙여 속지가 움직이지 않게 고정하는 제본용 천. 주로 양장책 내구성을 위해 사용한다.

 

 

좋은 문구 디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야기가 담긴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날로그키퍼의 모든 제품에도 제각기 다른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문구는 기록 또는 창작을 끌어내는 존재이니, 브랜드가 건네는 첫마디가 무척 중요하다고 느끼거든요. 제품에 담긴 이야기, 소개할 때의 단어와 문장이 쓰고자 하는 마음을 결정짓는다고 여깁니다.

그리고 ‘사용자들을 통해 완성되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문구 디자인을 하다 보면, 추가하고 싶은 요소들이 계속 생겨요. 그때 그것을 더하지 않고 덜어내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느껴요. 제작자가 이미 완성해버린 제품에는 쓰는 사람의 흔적과 온기가 진하게 묻어날 수 없으니까 어느 선까지 관여할지 늘 고민해요.

 

 

앞으로 아날로그키퍼의 포부를 들어보고 싶어요.

아날로그키퍼는 앞서 말했듯 ‘keep your own way’를 이야기하는 브랜드예요. 많은 분이 저희와 함께 자신만의 기록 방식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문구와 기록이 주는 힘으로 매일 한 걸음 나아가 더 단단해지길 바라거든요. 최종적으로 ‘시작’, ‘기록’, ‘책상’이라는 단어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또한 현재 아날로그키퍼만의 비즈니스 방식을 지속할 수 있었으면 해요. 저희 제품을 구매해 주신 고객님께 직접 쓴 손편지와 문구 샘플을 보내 드리고 있거든요. 재활용 가능한 종이 포장의 비중을 늘리고 있고요. 아날로그키퍼의 초심과 진심을 담아 매 시즌 이야기가 담긴 문구 제품을 선보이며 오랜 시간 사랑받고 싶습니다.

 

 

김세음

자료 협조 아날로그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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