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13

커피라는 이름의 문화, 코트사이드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가 운영하는 디저트 카페
이곳에서는 발끝부터 느껴지는 울림에 고개를 들면 창밖을 지나는 지하철을 마주하게 된다. 마치 어느 애니메이션 속 한 장면처럼 커피 한 모금, 창밖 풍경 한 번. 별다른 생각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은 날, 일상을 메우는 분주함 속 잠깐의 안락함을 위해 코트사이드(Courtside)가 문을 열었다.
2022 서울디자인페스티벌 디자인스팟 X 헤이팝
12월 12일 헤이팝의 첫 번째 생일을 기념해 새로운 소식이 가장 많았던 성수동에서 《호기심 캐비닛》이라는 작은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2022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의 장외 전시이자 트렌드를 이끄는 장소를 소개하는 컬처 콘텐츠 ‘디자인스팟’ 중 하나로
총 103곳 중 성수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9개의 브랜드와 함께합니다.

Interview with

코트사이드 이강호 디렉터

ⓒCourtSide

코트사이드는 호기심의 산물이기도 해요.

커피에 관심을 가지고 탐구하는 흐름을 지속하다 보니 그 가치를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결국 공간을 통해 하나의 커피 문화를 제안하고 있으니까요.

STEP 1. PLACE

적정 속도를 유지할 것

ⓒCourtSide

Q1. 코트사이드(CourtSide)가 전하고자 하는 라이프스타일은?

코트사이드는 경기장에 가장 인접한 장소, 경기를 관람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라는 의미예요. 성수동은 변화하는 속도가 빠르고 그에 따른 긴장감이 조성되는 동네이다 보니, 중심에서 조금 떨어져서 휴식을 취하고자 했어요. 사회라는 일종의 경기장과 거리를 두고 코트사이드에서 주위 요소들을 여유롭게 바라보자는 거죠.

 

공간이나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어요.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는 많은 의미를 내포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맞춰가려는 브랜드와 기존에 갖춰둔 구성을 바탕으로 이미지를 지속하려는 브랜드가 있다면 코트사이드는 후자에 가까워요. ‘지속가능성’을 지속한다고 해야 할까요.

코트사이드와 퀴진 엠디 경시가 함께 선보이는 브런치 팝업 포스터 ⓒCourtSide

Q2. 공간에서 브랜드를 제대로 경험하는 Tip!

 

📌 팝업으로 만나는 특별한 브런치

 《호기심 캐비닛》 전시 기간 중 12월 17일과 18일 이틀 동안 퀴진 엠디 경시님과 함께 준비한 브런치 메뉴를 팝업을 통해 선보일 예정이에요. 버섯 치즈 포카치아와 토마토 콜드파스타로 구성한 메뉴와 까망베르 치킨 샌드위치와 프레시 샐러드로 구성한 메뉴를 만나보실 수 있어요. 더불어 코트사이드만의 레시피로 재해석한 화이트 뱅쇼와 티 에이드도 마련했으니 기대해 주세요.(웃음) 

청포도 요거트 푸딩과 레몬 요거트 푸딩 ⓒCourtSide
초콜릿 무스는 소금과 함께 서브된다. ⓒCourtSide

📌 더 달콤한 시간을 위해

코트사이드 기존 메뉴 중에서는 자신 있게 두 가지를 추천드려요. 소금과 함께 서브하는 초콜릿 무스와 요거트 과일 푸딩인데요. 소금이 초콜릿의 단맛을 배가시키는 효과가 있어 꼭 찍어 드실 것을 권해요. 과일 푸딩은 바닥까지 함께 퍼서 드시면 의도한 맛을 느끼실 수 있고요. 맛뿐만 아니라 비주얼적인 면도 고민을 많이 한 메뉴들인데 그 덕분인지 인스타그램 피드에 업로드된 이미지를 보고 찾아주시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CourtSide

📌 다시 보고, 깊이 보기

머무는 동안 공간 내부에서 외부로, 외부에서 다시 내부로 시선의 방향을 달리해 보세요. 코트사이드 공간을 디자인할 때 창 프레임을 가로지르는 지하철에서 큰 영감을 받았는데요. 보통 ‘좋은 뷰’라고 하면 푸릇푸릇한 잎사귀 같은 조경 요소들을 선호하지만, 철도가 지나가며 만들어 내는 진동과 소리, 시각적인 움직임도 퍽 아름답거든요. 도시를 이루는 재료들을 배경 삼아 잠시 멍한 시간을 보내셔도 좋을 것 같아요.(웃음)

ⓒCourtSide

Q3. 코트사이드의 차별성이 있다면?

저와 강민아 실장님이 함께 운영하는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TCTC’의 스타일이 코트사이드에도 많이 묻어나요. 곡선을 최대한 배제하고 직선 요소를 활용하는 TCTC의 특성처럼 코트사이드에서도 직선 요소들이 눈에 띄죠. 특히, 공간에서 바닥을 가장 강조하고자 했는데요. 디자인 과정에서 바닥부터 설정하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브랜드명을 상기시킬 수 있는 장치를 두고 싶었거든요. 직관적으로 코트 라인을 그리는 방식 대신, 코트와 유사한 질감 그리고 강렬한 레드 컬러를 바닥에 적용했어요. 공간 하부에 시선이 집중되도록 상부로 갈수록 컬러를 배제했고요. 테이블과 체어 등 집기들을 직접 디자인해 코트사이드만의 색을 더욱 단단히 한 점도 눈여겨 봐주세요.

STEP 2. PEOPLE

브랜드를 ‘공간화’하는 사람들

ⓒCourtSide

Q1. ‘TCTC’를 운영하면서 쌓은 경험이 특별한 노하우가 되었을 것 같다.

공간 디자인 업계 선배들 중 대다수가 몸담고 있는 회사 외적으로 브랜드를 운영하고 계세요. 어떤 브랜드를 만들 때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이 ‘공간’을 꾸리는 일일 텐데 저는 이미 그 일을 업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매일, 매월, 매년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니까요.

 

클라이언트가 의뢰한 프로젝트일 경우 저희가 원하는 그림을 100% 반영하기 어려웠다면 코트사이드는 비용적인 부분이 허락하는 한 비교적 자유롭게 선택지들을 펼칠 수 있어 즐거웠어요. 스스로를 설득하는 과정의 연속이었지만, 확신과 명분이 따르면 많은 절차가 생략되거든요. 특히, 쉽게 테스트할 수 없었던 부분들을 코트사이드 현장에 접목할 수 있었어요. 예로 팔각 테이블 옆의 기둥은 주로 자동차 도장에 쓰이는 공법으로 마감했고, 바닥은 일반 상업 공간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자재로 구성했죠.

 

 

Q2. 어떻게 코트사이드를 준비하게 되었는지?

TCTC의 포트폴리오가 꽤 쌓인 시점에서 돌아 보니 80~90%가 카페 프로젝트인 거예요. 업무 관련해 커피를 잘 알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는데, 어느 날 약속 장소였던 스페셜티 카페에서 바리스타와 커뮤니케이션하는 경험을 통해 더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평소 여가 시간에 카페를 주로 찾는 편이기도 했고요. 너무 멀지 않은 시점에 이 감동을 또 다른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는 공간을 꾸리고 싶었어요.

 

한 가지, 코트사이드 안에 오피스 공간과 브랜드의 공간이 공존해야 한다는 생각은 분명했어요. 물론, 규모가 지금보다 커진다면 영구적으로 가져가기에는 어려운 조건이지만 공간이 분리된다면 둘 중 무언가에 대해서는 소홀해질 것 같았거든요. 매장에 비교적 신경을 덜 쓰게 되면 유입 인원이 적어지고 자연스레 매출에도 타격이 올 텐데 “저희의 목적은 수익이 아니에요”라는 말로 포장하고 싶지 않았어요. TCTC와 코트사이드 중 하나를 우위에 두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모두 제가 자랑스럽게 내보이기 위해서는 한 공간에 두어야 했어요. 6개월 정도 운영해 보니 탁월한 선택이었고요. 

(좌) 가을 시즌 진행한 ‘홍시 소르베’ (우) 아몬드와 넛티 크림을 활용한 코트사이드 ‘시그니쳐 라떼’ ⓒCourtSide

Q3.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소통’이 가장 중요함을 여실히 느끼는 단계예요. 브랜드 운영자 입장에서는 팀원들이 자발적으로 여러 부분들을 챙겨 주기를 원하지만, 이 브랜드가 가진 방향성이 상세히 공유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다들 수동적일 수밖에 없어요. 따라서 꾸준한 소통이 우선된 다음 추진력이 붙어야 해요. 유행을 따르지 않는 브랜드 이미지를 내세우고자 하더라도 내부적으로는 콘텐츠나 메뉴 개발과 같은 새로운 시도를 이행하는 추진력이 필요하거든요. 소통과 추진력은 긴밀히 관계하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요소가 브랜드 운영에 필수적이죠. 브랜드가 이전에 얼마나 큰 가치를 얻었든지 간에 안주하는 순간 도태될 거예요. 단단한 방향성 안에서 변화를 통해 차별화를 꾀하고자 합니다.

STEP 3. CURIOSITY

‘호’가 꾸준히 ‘호’일 수 있게 하는 힘

ⓒCourtSide

Q1. 코트사이드가 생각하는 ‘호기심’은?

호기심은 관심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게 되고 결국 발전을 이룰 수 있으니 발전의 모토이기도 하고요. 호기심이 어디에서 작동하는지에 따라 걷는 길도 달라져요. 저처럼 공간 디자인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도 커피에 관심이 없다면 카페를 운영할 확률은 거의 없을 테니까요. 

 

 

Q2. 호기심으로 동기를 얻고 행동으로 실천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어떻게 보면 코트사이드가 호기심의 산물이죠. 커피에 관심을 가지고 탐구하는 흐름을 지속하다 보니 그 가치를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결국 공간을 통해 하나의 커피 문화를 제안하고 있으니까요. 결코 저렴하다고 할 수 없는 가격대에 양도 많지 않은 이 커피에 왜 많은 이들이 진심인 걸까. 직접 발을 들여보면,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맛은 물론이고 커피를 통해 이루는 소통과 그로 인해 생성되는 커뮤니티가 마치 선물처럼 느껴져요.

 

 

Q3.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은지?

성수동에서 우직하게 자리를 지키는 곳이요. 단기간에 반짝 거론되었다가 잊히는 브랜드가 너무 많아요. 짧게 떠올랐다 사라지는 공간들이 아쉽더라고요. 지속가능성과도 연결되는 테마인데, 어떤 공간이 기획 의도에 알맞게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코트사이드가 그 시간 동안 의도한 바와 함께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기를 바라요. 같은 이름으로 다른 지점이 생길 수도 있지만, 시작은 성수동에 위치한 코트사이드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가장 강하게 기억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아요.

전시《호기심 캐비닛 Cabinet of Curiosities》

 

기간   2022년 12월 15일(목) – 12월 23일(금), 12:00 – 20:00

         * 전시 마지막 날인 12월 23일은 16시까지만 운영

장소   포인트오브뷰 서울 1F 온실(성동구 연무장길 18)

디자인 파트너  쇼메이커스(최도진, 정서경, 김혜민), 스튜디오 바톤(이아리), 파이카(이수향, 하지훈)

주최/주관  헤이팝(디자인프레스), 서울디자인페스티벌(디자인하우스) 

  김가인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코트사이드(CourtSide)

장소
코트사이드
주소
서울 성동구 아차산로13길 2
김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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