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14

음악가 피어 고르타의 손끝에서 탄생한 앨범 커버

자신의 음악 세계를 단단하게 구축한 아티스트, 피어 고르타
최근 음악가 김아일이 8년 만에 자신의 두 번째 정규 앨범을 선보였다. 정재형, 우원재를 비롯해 여러 음악가가 좋은 평을 한 것은 물론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많은 반응을 얻었다. 긴 시간 이후 나온 앨범이기에 좀 더 주목을 받는 것도 있겠지만, 보컬과 랩이 결합한 동시에 시각적 상상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앨범 커버 또한 인상적인데, 이 앨범 커버는 미국의 음악가 피어 고르타(Fear Gorta)의 회화로 만들어졌다.
김아일 [Some hearts are for two] 커버

곰의 형태를 닮은, 기억에 남을 이 존재는 이 음악가의 곰 초상(Bear Portrait) 연작 중 하나다. 회화도 인상적이지만 음악은 더 인상적이다. 장르 표기가 불가능한 그의 음악에는 최근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도미+JD 벡(DOMi+JD Beck)이 참여하기도 했다. 앨범 커버뿐만 아니라 굿즈 디자인에도 쓰인 이 연작에 관해, 그리고 피어 고르타가 어떤 사람인지에 관해 물어보았다.

Interview with 피어 고르타

ㅡ 예측 불가능한 음악을 만드는 음악가죠.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려요.

듣기 좋은 이야기군요. 감사합니다. 저는 피어 고르타입니다. 음악을 만들고 관심이 가는 게 생기면 다른 미디어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ㅡ 다양한 음악적 표현을 펼치는 걸 보고서 다양한 음악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 같았어요. 언제부터 음악을 시작했나요?

저는 평생 음악을 만들어 왔는데요. 지난 몇 년 동안, ‘예상치 못한 것’을 시도함에 있어 저는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예상치 못한 것’이란 이상하고 재미있는 음악이나 이상하면서도 귀여운 그림 같은 것들을 얘기하는 것이죠. 제가 속해 있는 레이블인 돌핀 레코즈(Dolfin Records)에 있는 사람들이 바로 그런 친구들이고요.

피어 고르타의 앨범 [FEAR GORTA] 커버
음악가 피에르 고르타

ㅡ 그렇다면 존 뱁(Jon Bap, 미국에서 주목받는 음악가) 등이 속해 있는 레이블 돌핀 레코즈에 어떻게 합류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텍사스주 달라스로 이사했을 때, 돌핀 레코즈에 있는 스펜서 케니(Spencer Kenney)라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는 펑크와 재즈, 일렉트로닉 음악을 만드는 많은 사람들을 소개해 줬습니다. 그가 소개해 준 커뮤니티가 바로 돌핀 레코즈였습니다. 구성원 모두가 음악의 모든 것을 만들어요. 저는 그 사람들로부터 많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얻었습니다. 예술에서 커뮤니티를 찾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 스스로는 제가 좀 덜 숨어 지냈으면 좋겠는데, 잘 안되는 것 같지만요.

앨범 이미지가 담긴 김아일 굿즈

ㅡ 앨범에는 최근 그래미 시상식에 후보로 올랐던 도미(DOMi)와 제이디 벡(JD Beck)도 참여했더라고요.

두 친구의 음악을 들으면서 많이 배웠죠. 제이디 벡은 정말 재미있는 드러머이고 가끔 집에 놀러 오기도 해요. 제이디와 도미가 저희 집 거실에 있을 때 때마침 제가 신곡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저는 두 친구한테 함께 해보고 싶은지 물어봤죠. 제 첫 앨범에는 도미와 제이디 벡 외에도 많은 친구들이 참여했어요. 그래서인지 콜라주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서로 다른 많은 생각들이, 또 사람들이 겹쳐져 있거든요. 최근에는 제 방에서, 장거리 버스 안에서, 비행기 안에서 음악 작업을 많이 하느라 협업을 덜 하는 편입니다. 제 능력 안에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고요.

앨범 이미지가 담긴 김아일 굿즈

ㅡ 그렇다면 ‘곰 초상’을 처음 그린 건 언제인지, 어떻게 그리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곰 자화상이 가지는 의미에 과해서 설명해 줄 수 있나요?

하루는 윌이라는 친구와 캠핑을 하고 있었고, 저희는 해 질 녘에 숲을 걷고 있었어요.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지고 회색빛이 되어 모든 새들이 잠들었습니다. 조용했죠. 우리는 나무들로부터 한 3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네 발로 기어가는 누군가를 봤어요. 그땐 정말 무서웠어요. 그 사람은 완전히 검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요. 잠시 지켜본 다음 우리는 그게 아기 곰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더 무서워졌죠. 곰의 다리가 그렇게 긴 줄 몰랐어요. 그때 곰은 내면에 있는 사람을 담아낼 수도 있겠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곰은 곧 사람이기 때문에 저는 초상이라고 불러요.

피어 고르타가 제작한 김아일 앨범 콘셉트 아트
피어 고르타가 제작한 김아일 앨범 콘셉트 아트

제 친구는 조쉬 스미스(Josh Smith)라고 하는, 자신의 이름을 한 천 번은 그린 화가에 관해 얘기해 줬습니다. 저는 그게 흥미롭게 느껴졌고, 해방감을 주는 무언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100마리의 곰을 그려보기로 결심했어요. 그림을 그릴 때 저는 빠르게 작업하려고 노력했고, 한 번에 최소 세 개를 완성하려고 했습니다. 곰이 ‘완성’되기 위한 조건은, 사랑스럽기도 하지만 조금 무섭기도 해야 한다는 나름의 철칙이 있었어요. 그 두 감정이 겹쳐지는 어떤 스윗 스팟(보통 스포츠에서 공과 타격하는 사이의 면적이 가장 잘 맞췄을 때 지점을 의미)인 거죠. 재료에 쓸 돈이 많지 않아서 건설 현장에서 목재와 자재를 가져왔습니다. 제 그림의 대부분은 곰팡이와 녹슨 못으로 덮여 있어 조심해야 해요.

 

 

ㅡ 인스타그램에 있는 곰 자화상은 다양하고 또 흥미롭습니다. 여러 색채가 있던데, 색채마다 의미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어떤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색과 질감의 관계에 있다고 보시면 돼요. C 음계 하나는 의미가 없잖아요. 혼자서는 아무 느낌도 안 들어요. 하지만 ‘A – C – Db – Ab’ 음계와 코드의 상호작용은 확실히 어떤 느낌을 전달한다는 거죠. 첫 번째 곰 초상을 그리고 나서, 저는 뭔가 신비롭고 불편한 감정에 끌린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게 뭔지 정확히 표현할 수는 없지만, 목과 쇄골 사이에 느껴지는 뭔가가 있어요. 저는 제 음악을 질감과 색상의 관점에서 생각하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제 머릿속에서 소리를 리버스-엔지니어링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저는 그림을 그린 경험이 그전까지는 별로 없었지만, 곰 초상을 그리는 작업은 저에게 청각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도 했습니다.

앨범 이미지가 담긴 김아일 굿즈

ㅡ 이번에 곰 자화상을 한국의 음악가 김아일에게 전달했고, 앨범 커버와 포스터, 노트 등의 상품으로 판매되는 중입니다. 처음에 김아일이 연락 왔을 때 어떠셨나요?

김아일과 제이클래프(Jclef)는 1~2년 전에 저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제 음악을 매우 좋아했습니다. 연락을 계기로 그들의 음악을 들었을 때 너무 행복했어요. 왜냐하면 그 음악이 너무 낯설지만 달콤했거든요. 저는 그들의 모든 작품을 사랑하고, 김아일이 새로운 음악을 발표한다고 말해줬을 때 매우 기뻤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김아일의 새 앨범은 매우 신선하고 실험적인 느낌입니다. 각 트랙마다 즐길 거리가 너무 많아서 확실히 헤드폰으로 들어야 하는 앨범이에요.

 

 

ㅡ 공개된 것들(앨범 커버 등)을 보며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뭔가 새롭고 이상한 것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과 함께 했다는 것이 자랑스러워요. 사람들이 듣고 있는 것을 잠시 멈추고 해석하게끔 만드는 그런 음악과 예술을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이 공유하려면 용기가 필요합니다. 저에게 김아일의 앨범 [some hearts are for two]는 너무나 봄기운과 에너지가 넘치는 느낌이지만, 동시에 그 안에는 소음과 그늘도 많은 것 같았어요. 저는 정말로 제 예술과 음악이 그렇게 보이고 들렸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참여하게 되어 영광이죠.

피어 고르타
김아일

ㅡ 당신은 연주자이고 음악가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맞아요. 저는 다니엘 페르난데즈(Daniel Fernandez)라는 드러머와 듀오로 연주 활동을 합니다. 저는 요즘 3개의 베이스 현과 4개의 기타 현이 있는 새로운 악기를 배우고 있어요. 제 음악을 7현으로 풀어내는 법을 배우는 건 거의 봄부터 제 모든 시간을 차지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저는 지금 두 장의 앨범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썩은 나무와 차가운 젖은 돌들’입니다. 다른 하나는 ‘수은, 기름, 흰색의 뜨거운 금속, 그리고 천사들’이고요.

 

 

ㅡ 끝으로 앞으로 곰 자화상의 미래는 어떻게 되나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숲을 좀 더 걷고 연락드릴게요.

박준우 객원 필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피어 고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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