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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5

카타르 도하에서 눈여겨 볼 건축들

세계 건축 거장의 건축물을 볼 수 있는 여행지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오는 12월 19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 역시 16강 진출을 확정지으며 기대감을 키워가고 있다. 전 세계인을 열광시키고 있는 이번 월드컵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이어 아시아에서 역대 두 번째로 개최하는 월드컵이며,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중동 아랍지역에서 치러진다는 점에서 개최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이런 카타르에서 눈여겨봐야 할 건축물은 단지 경기장뿐만이 아니다.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는 경기장 못지 않은 건축물들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물을 디자인한 이들도 어마어마한 이력을 자랑한다. 뛰어나기로 소문난 건축가들이 선보인 '작품'은 월드컵을 맞이한 도하를 더욱 아름답게 빛내고 있다.

장 누벨의 카타르 국립 박물관

사진 출처: jeannouvel.com

세계적인 건축가가 독특한 설계를 펼쳐 전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던 ‘카타르 국립 박물관(NMoQ, National Museum of Qatar)’은 월드컵 전부터 카타르 여행에서 꼭 들러야 하는 명소로 유명했다. 장 누벨이 설계했고 현대건설이 준공한 이 독특한 형태의 건축물은 ‘사막의 장미(Desert Rose)‘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막의 장미는 수천 년 동안 바람, 바다 물보라, 모래가 함께 작용하여 장미 모양의 결정체로 굳어지는 것을 가리킨다. 건축가는 “사막의 장미는 시간과 사막 자체가 만든 건축물이기 때문에 사막의 상징이다”라며 이를 모티브로 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사진 출처: jeannouvel.com

원래 이 국립박물관은 전 국왕인 셰이크 압둘라 빈 자심 알 타이니(Sheikh Adbullah bin Jassim Al-Thani)의 궁전을 박물관으로 전환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카타르 역사와 전통 및 사회문화 전체에 대한 모든 것을 보여주는 곳으로 카타르에서 권위 있는 박물관일 뿐만 아니라 카타르에서 유일한 수족관을 가진 해양 박물관까지 갖추고 있어 그야말로 카타르 전반을 알 수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카타르 박물관청은 이곳을 카타르를 대표하는 곳으로써 더 멋지게 발전시키기 위해 신축공사를 진행했고, 10년이 가까운 시간을 들여 기존에는 찾아볼 수 없는 유일무이한 박물관을 탄생시켰다. 원형판이 촘촘히 겹쳐져 있는 사이로 옛 궁전이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은 마치 전통과 현대의 만남처럼 느껴진다.

사진 출처: jeannouvel.com

‘금세기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이 건축물은 건축가의 독특한 설계와 더불어 이를 실제로 만들어낸 한국 건설 업체의 노력이 엿보인다. 316개나 되는 원형판을 이리저리 맞물린 형태를 구현하기 위해 현대건설은 섬유 보강 콘크리트 FRC를 사용했으며 세계 최초로 3차원 빌딩정보시스템 3D BIM을 건축 전 과정에 도입하여 시공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오류로 인한 문제들을 해결했다. 여름철에는 50도를 웃도는 척박한 환경과 여러 가지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피어난 건축물은 개관과 동시에 도하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며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는 중이다.

이오 밍 페이의 이슬람 예술박물관

사진 출처: qm.org.qa

이오 밍 페이는 철저한 기능주의와 간결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건축가로 모더니즘 건축사의 마지막 장인으로 꼽히며, 현재까지도 현대 건축사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그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루브르의 유리 피라미드가 가장 유명하지만, 그 밖에도 세계에서 유명한 건축물을 설계한 것으로 유명하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 쑤저우 박물관, 로큰롤 명예의 전당, 싱가포르 국립 박물관, 홍콩 중국은행 타워 등, 모더니즘 건축이라면 당연히 생각할 수 있는 건물들을 설계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이슬람 예술박물관 MIA도 설계했다.

사진 출처: qm.org.qa

2008년 개관한 이 박물관은 도하 코니시(Corniche)의 해안가 주변 아라비아 만에 있는 인공 섬 위에 자리 잡고 있어 호젓한 분위기를 풍긴다. 건물의 간결한 아름다움과 더불어 7세기부터 20세기까지 이르는 이슬람 예술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곳으로 국립 박물관과 더불어 관광 명소로 꼽히는 곳이었다.

사진 출처: qm.org.qa

마치 하얀 블록을 방향을 바꿔가며 쌓아올린 듯한 이 건물은 장식을 배제하고 철저하게 논리적인 디자인을 펼쳤던 모더니즘 건축가의 디자인 철학을 보는 듯하다. 박물관 내부는 외부에서부터 이어져오는 기하학 형태의 블록으로 인해 역동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이슬람 예술을 건축가 특유의 감성으로 재해석하여 건물 곳곳에 드러낸 점이 인상적이다. 낮에는 푸른 바다와 흰 건물의 조화가 아름다움을 선사하지만, 진짜 아름다움은 밤이 되면서 시작된다. 건물에 비치는 불빛이 그림자를 만들고, 이는 건물을 더욱 입체적으로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지는 이 박물관을 ‘사막의 스미스소니언’이라 부르며 극찬했다.

사진 출처: qm.org.qa

한동안 이 박물관은 상설 전시관 재구성 및 내부 시설 재정비를 위해 잠시 문을 닫고 있었다. 지난 10월 5일 새 단장을 마치고 문을 열면서 다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카타르를 찾는 이들에게 이슬람 문화의 정수를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곳이라 할 수 있다.

OMA의 카타르 국립 도서관

사진 출처: oma.com

앞서 소개한 두 명의 건축가들의 공통점은? 바로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꼽히는 프리츠커 상을 수상했다는 점이다. 이번에 소개할 건축물도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네덜란드 출신의 건축가, 렘 콜하스(Rem Koolhaas)의 건축사무소 OMA가 설계했다. 이쯤 되면 도하의 유명한 건물들은 프리츠커 상을 타지 않으면 설계를 못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OMA는 카타르 국립도서관과 카타르 재단 본사를 설계했고 이어 2030년 오픈 예정인 카타르 자동차 박물관 설계도 맡았다.

사진 출처: oma.com

OMA가 설계한 여러 건물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물은 카타르 국립 도서관이다. 도하의 학술 지구의 한 부지에 위치하고 있는 이 건물은 마름모꼴과 유사한 모양으로 설계된 점이 인상적이다. 마치 우주선 같은 외관으로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만, 더 중요한 부분은 내부에 있다. 건물의 모든 곳이 시원하게 개방되어 있는 가운데, 여러 층의 대리석 책장들이 공간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장에는 아랍-이슬람 문명에 관한 카타르의 가장 중요한 문헌과 사본이 소장될 것이라고 한다. 도서관 본연의 역할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건축가가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사진 출처: oma.com

건축가는 도시에 있는 모든 책들을 파노라마로 볼 수 있는 공간을 디자인하려고 의도했다. 특별한 노력 없이도 모든 책이 물리적으로 존재하고, 눈에 보이고, 접근할 수 있게 한 것이 설계의 핵심이라고 한다. 그의 의도대로, 도서관에는 책장과 더불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함께 존재해 어디서든 책과 시간을 보낼 수 있게 꾸며져 있다. 탁 트인 공간은 지하까지 자연광이 도달할 수 있어 책을 읽는 이들에게 최적의 독서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 한다.

이소자키 아라타의 카타르 국립 컨벤션 센터

사진 출처: facebook.com/QatarNationalConventionCentre/

생물처럼 건축이나 도시도 유기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메타볼리즘을 이끈 이소자키 아라타 또한 프리츠커 상 수상자다. 그런 그가 설계한 카타르 국립 컨벤션 센터도 이런 메타볼리즘을 시각화한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건물의 중심에 거대한 나뭇가지가 뻗어 나와 건물의 지붕을 받치고 있는 형태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막을 여행하는 여행자들을 위해 그늘을 만들어주는 시드라 나무를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여행자가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다른 이들과 정보를 나누듯, 컨벤션 센터를 찾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지식을 나누는 것을 생각하며 설계했다고 한다. 건축가의 의지대로, 이곳에서는 대형 회의, 콘퍼런스, 무역 박람회, 공연, 결혼식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출처: facebook.com/QatarNationalConventionCentre/

건물의 모습과 그 의미가 웅장하고 아름답기 때문에 행사가 아니더라도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이 유기적인 아름다움을 뽐내는 건축물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개방형 아트리움에 설치된 루이즈 브루주아(Louise Bourgeois)의 거미 조형물, ‘마만(Maman)’이다. 세계적인 조각가의 대표작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이곳에 올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그뿐만 아니라 대형 회의장에 설치된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샹들리에는 눈을 휘둥그레 뜨게 만든다. 화려하고 웅장한 전시 센터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채로운 이벤트를 선보이며 카타르 월드컵을 찾는 이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브라함 자이다의 아이코닉 2022

사진 출처: facebook.com/iconic2022

건축가 아이브라함 자이다(Ibrahim M Jaidah)는 월드컵 기간 동안 경기가 열릴 칼리파 국제 스타디움 맞은편에 자리 잡은 도하 스포츠 시티(Doha Sports City)에 월드컵을 기념할 수 있는 건축물을 설계했다. 월드컵이 열리는 해인 ‘2022’년을 건물 그대로 만들어냈고, 그래서 건물 이름 또한 ‘아이코닉 2022(Iconic 2022)’ 이 되었다.

사진 출처: facebook.com/iconic2022

마치 레고 블록으로 숫자를 표현한 것처럼 단순한 형태를 가지고 이루어진 이 건축물은 앞에서, 그리고 위에서 봐도 숫자 2022로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건물을 지나쳐 가는 사람뿐만 아니라 위에서 건물을 내려다보는 사람 모두에게 2022년의 의미를 되새김질해줄 수 있는 건물이라고 할 수 있다. 건축가는 설계를 시작할 당시에 월드컵 경기장들을 위에서 찍은 사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건물의 지붕까지 2022년의 모습이 되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월드컵 트로피처럼 만들고 싶었다는 건축가의 바람대로, 단순하지만 명확한 메시지를 느낄 수 있는 이 건물은 월드컵이 시작되면서부터 월드컵의 해인 2022년을 기념할 수 있는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사진 출처: 321qosm.org.qa/en/
사진 출처: enr.com
사진 출처: en.hdec.kr

이 밖에도 카타르에는 볼만한 건축물들이 무궁무진하다. 도하와 북부 위성도시 루사일(Lusail)을 잇는 대표적인 교통망인 루사일 고속도로 위에 우뚝 솟아있는 구조물, 독특한 피라미드 디자인으로 유명한 뉴도하 호텔, 스페인 건축가 조안 시비나(Joan Sibina)가 설계한 3-2-1 카타르 올림픽 및 박물관 등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박민정 객원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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