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룸은 처음에는 전자음악, 그 중에서도 대형 EDM 페스티벌이 아닌 소규모 클럽에서 펼쳐지는 전자음악을 위주로 다루다 최근에는 힙합, 재즈로 그 영역을 확장하기도 했다. 초반 웹캠으로 디제이들의 플레이가 중계되었는데, 이후 지금에 이르러서는 제법 큰 규모의 파티를 여는 중이기도 하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긴 시간 유지되었고, 특히 인지도보다는 음악성이나 독창성에 무게를 둔 라인업을 이루어 왔기 때문에 주목을 받아왔다. 이곳을 거쳐간 이들 중에 크게 성공한 이들도 있지만, 음악적 역량을 인정받는 고수들이 한 번씩 찾아오기도 한다. 그렇게 단순히 온·오프라인 이벤트가 되는 것을 뛰어넘어 보일러 룸은 하나의 아이콘적인 존재가 되었다. 이후 여러 페스티벌과 협업하기도 했고, 2019년에는 자체적으로 페스티벌을 열기도 했다. 지난 해 한 티켓 예매 기업에 인수되어 이후 더욱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올해 다시 한 번 페스티벌을 연 것.
지금까지 보일러 룸은 대륙을 불문하고 전자음악 파티를 열었고, 전세계를 하나로 연결해왔다. 남아공 케이프타운도 있고, 리스본도 있고, 인도의 뉴델리도 있다. 무려 상하이도, 이스탄불도, 베이징도, 두바이도, 하노이도 있다. 보일러 룸의 홈페이지에 가면 여러 도시의 이름과 함께 각 로컬 지역의 디제이들이 펼치는 셋을 다시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새로운 음악에 관심이 있는 이들, 전자음악이나 언더그라운드 음악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많은 볼거리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서울이 있다.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총 열 차례의 파티가 열렸다. 2016년 10월 이태원에 있는 케익샵에서 시작하여 한국의 로컬 라디오 채널인 서울 커뮤니티 라디오SCR와의 협업은 물론 버드와이저, 반스와 같은 브랜드와의 협업도 있었다. 아쉽게 모든 파티의 기록이 남아있지는 않지만, 2017년의 파티는 만나볼 수 있다. 지금은 세계적인 디제이/프로듀서가 된, 한국 외에도 프랑스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디디 한(DIDI HAN)의 과거 셋도 함께 말이다.
보일러 룸에는 디제이 셋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민(SUMIN)의 라이브, 페기 구(Peggy Gou)의 토크 프로그램 등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특히 케이팝 음악 작업에 참여한 것은 물론 독보적인 팝 음악을 선보이는 수민의 퍼포먼스를 긴 호흡으로, 좋은 퀄리티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그리고 페기 구가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과정과 영향을 받은 작품까지 그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음악을 깊이 있게 좋아하는 이는 물론 전문적인 영역까지 잘 모르는 이라도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보일러 룸이 2019년 12월 이후 3년만에 열렸다. 지난 9월에 열린 이 이벤트에서는 다양한 악기로 라이브셋을 선보이는, 밴드에서 기타를 연주하다 지금은 신스를 비롯한 다양한 전자악기로 매력적인 음악을 만드는 모과(Mogwaa)를 비롯해 한국을 대표하는 디제이라고 볼 수 있는 클로젯 이(Closet Yi)와 씨씨(Seesea)도 만날 수 있었다. 매력적인 음악을 찾는다면 또는 방구석에서라도 흥을 끌어올리고 싶다면 다음의 영상들을 틀어 놓자. 서로 다른 음악을 접할 수 있는 만큼, 디제이의 플레이와 전자음악의 매력을 모두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보일러 룸의 이벤트는 단순히 디제이의 플레이를 담은 콘텐츠에서 그치는 것은 아니다. 오프라인 파티로서, 또 전 세계의 다양한 음악가들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내에도 앞서 언급한 서울 커뮤니티 라디오를 비롯해 MIXMIXTV까지 좋은 로컬 플랫폼이 있다. 해외에도 보일러 룸 외에 다른 플랫폼들이 있기는 하나, 그 안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결국 얼마나 다양한 모습을 진심을 다해 담아내고, 관찰과 애정을 꾸준함으로 표현하느냐가 아닐까. 앞으로 보일러 룸 서울이 계속, 꾸준히 이어져 코로나-19 이전 한국 언더그라운드 클럽이 활발하게 운영되었던 그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 박준우 객원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