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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7

멕시코 용암석으로 만든 가구 보러 갈래?

밀라노 우노 갤러리에서 만나는 중남미 전통 문화
우노(UNNO) 갤러리는 중남미 문화에 뿌리를 둔 디자인 갤러리이자 디지털 아트 플랫폼으로, 마리아 돌로레스 우리베(Maria Dolores Uribe)와 라우라 아베 베토레티(Laura Abe Vettoretti)가 지난해 2월 밀라노에 문을 열었다. 콘템포러리 아티스트의 신선한 아이디어와 창조력, 여기에 깊은 노하우와 경험을 지닌 지역 장인들의 손길을 조화롭게 융합시켜 새로운 방식의 예술과 디자인을 제안한다.
Lava Chair by Habitación 116 ©Habitación 116

이들의 대표적인 작가와 작품을 살펴보면, 아비타시온 116(Habitación 116)은 건축가 라파엘 리베라(Rafael Rivera)와 하비에르 클라베리(Javier Claverie)가 이끄는 건축∙디자인 회사로, 멕시코의 유산을 보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전통을 재해석한 실험적인 가구를 선보인다. 특히, 화산석이 풍부한 멕시코시티의 엘 페드레갈(El Pedregal)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라바(Lava)’ 컬렉션은 검은색, 회색, 갈색, 분홍 및 테라코타 빛깔의 가구로 지역 화산석의 컬러를 빼닮아 신비스러운 매력을 지녔다. 

멕시코 화산암으로 만든 Lava Stool by Habitación 116 ©Ambra Crociani
실제 화산암을 장인이 섬세히 조각했다. Lava Stool by Habitación 116 ©Ambra Crociani

건축가 루이스 바라간(Luis Barragán)의 정신과 1950~60년대 멕시칸 모더니즘을 반영한 이번 컬렉션은 라운지 체어인 부타케(butaque), 암체어, 스툴 등으로 구성된다. 의자는 멕시코 토속 가구 제작 과정의 특징인, 남성이 나무를 조각 및 조립하고 여성이 시트 부분의 골풀(tule)을 짠 뒤 유색 마감을 하는 방식으로 완성되었으며, 핸드메이드 작업을 기념하며 제품마다 장인의 이니셜이 새겨져있다. 또한 부드러운 곡선미가 돋보이는 스툴은 실제 단일의 화산암을 조각해 완성했으며, 그 자체로서 근사한 오브제가 될 뿐 아니라 테이블로도 활용 가능하다. 현지 장인의 세심한 손길과 가구의 기능성에 대한 진중한 탐구는 궁극적으로 멕시코의 디자인 유산을 널리 알리는 데 일조한다.

Altar Tequitqui by C.S. Nuñez ©Luisa Uribe

멕시코 출신의 젊은 디자이너 C.S. 누녜즈(C.S. Nuñez)는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역사와 당시의 시간에 깃든 디자인적 관점을 현재의 세심한 시선으로 새롭게 발견하고, 이러한 감각적인 경험과 구체적인 메시지로 오브제를 만들어낸다. 같은 관점에서 그는 우리가 어떠한 사물을 취할 때, 동시에 그 사물이 지닌 역사와 시간의 조각도 같이 얻게 된다고 믿는다. 그가 선보인 ‘테퀴퀴 제단(Altar Tequitqui)’은 단순한 선반이 지닌 의미를 넘어 우리 일상에 특별함을 더한다. 테퀴퀴는 뉴 스페인의 식민 지배 기간 동안 보인 예술의 한 형식으로, 멕시코 나우아족(Nahuatl)의 언어로 ‘조공’, 또는 ‘조공을 바치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독특한 작명 센스와 함께 일상에서 성찰의 순간을 만들고, 그 기억에 가치를 부여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있다.

멕시코의 유서 깊은 고고학 유적지에서 모티프를 얻어 완성된 벤치. Paquime by Abel Cárcamo ©Ambra Crociani

칠레 출신으로 파리에서 활동 중인 아벨 카르카모(Abel Cárcamo)는 다양한 양식과 시대의 조합에서 영감을 얻고 현지 장인과 함께 현대성과 전통적인 소재가 결합된 가구와 오브제를 제작한다. 매우 원시적인 외관의 ‘파키메Paquime’는 월넛 소재의 수제 벤치다. 여기에서 파키메(Paquimé)는 큰 집을 의미하는 카사스 그란데스(Casas Grandes)를 뜻하며 이는 멕시코 북부의 유서 깊은 선사 시대 유적지다. 작가는 그곳에서 발견된 유기적인 형태의 진흙벽에서 디자인적 영감을 얻었고 그의 미학을 가구에 투영했다.

알루미늄 캐비닛. Peel by Estudio Persona ©Ambra Crociani
캐비닛을 열면 테라코타로 칠해진 수납공간이 드러난다. Peel by Estudio Persona ©Ambra Crociani

에스튜디오 페르소나(Estudio Persona)는 우루과이 출신의 산업 디자이너 에밀리아나 곤잘레스(Emiliana Gonzalez)와 아티스트 제시 영(Jessie Young)이 로스앤젤레스의 예술 지구에 설립한 스튜디오다. 전통적인 장인 정신에 대한 존중을 토대로 천연 소재를 사용하고 틀에 얽매이지 않는 중립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소개한다. 손으로 도금한 알루미늄 소재의 ‘필(Peel)’ 캐비닛은 가구를 넘어 하나의 조각적 오브제로서 강력한 물성적 존재감을 내뿜는다. 캐비닛의 손잡이는 가구 본체의 일부를 단순히 자르고 구부려 만들었는데, 하나의 조각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위해 유기적으로 공존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캐비닛 문을 열면 테라코타로 칠해진 내부 수납 공간이 드러나는데 이처럼 예상치 못한 의외성은 오히려 그 매력을 배가시킨다.

화산 분출로 생긴 화산 유리인 흑요석을 소재로한 조명. Tezca by Bandido Studio ©Ambra Crociani

반디도 스튜디오(Bandido Studio)는 산업 디자이너인 알레한드로 캄포스(Alejandro Campos)와 요엘 로하스(Joel Rojas)가 설립한 멕시코 기반의 디자인 스튜디오로, 파워풀한 멕시코 문화 유산에서 영감을 받은 조명과 가구 컬렉션을 소개한다. ‘테즈카(Tezca)’ 조명은 화산 분출로 생긴 화산 유리인 흑요석을 소재로 광활한 우주와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갖게 한다.

브레라 지구에서 진행된 전시 〈Volume, The Land and The Maker〉 ©Ambra Crociani
Lava Chair & Table by Habitación 116 ©Ambra Crociani

한편, 우노 갤러리는 브레라 지구에서 <볼륨, 땅과 제작자(Volume, The Land and The Maker)>를 타이틀로 올해 6월 진행된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참가했다. 전시는 독일 출신의 저명한 예술가 요제프 알베르스(Josef Albers)의 작품 중 사각형에 대한 오마주(Homage to the Square)를 구성하는 수많은 그림 중 하나로부터 인사이트를 얻었다. 요제프 알베르스는 라틴 아메리카, 특히 멕시코를 여행하는 동안 프리-콜럼비언 시대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역동적이고 기하학적인 형태, 재료의 정직한 사용,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색상에 대한 존중이 그것이다. 전시는 검붉은 빛 화산석 컬러로 채워진 마치 동굴과도 같은 지하 공간에서 독특한 향기가 어우러진 신성한 분위기 속에서 오직 그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라틴 아메리카의 DNA를 매우 효과적으로 소개했다.

우노 갤러리가 참가한 NOMAD CAPRI 2022 현장 ©Mattia Parodi

이어, 대규모 박람회와는 또 다른 형식의, 선별된 청중을 위한 차별화된 맞춤형 이벤트이자 수집 가능한 디자인과 현대 미술에 대한 프로젝트인 노마드 카프리(NOMAD Capri)에도 참가했다. 이탈리아 카프리 섬의 유서 깊은 14세기 수도원에서 7월 초 진행된 행사에서 우노 갤러리는 아비타시온 116의 라바 컬렉션과, 전시 큐레이터쉽의 일환으로 C.S. 누녜즈의 작품을 소개했다. 이 외에도 각종 행사에 꾸준히 참여하며 우노만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시대 초월적 창작 세계를 펼칠 계획이다.

유승주 객원 필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우노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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