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15

이탈리아의 맛과 멋을 만나다

3년 만에 다시 열린 ‘감베로 로쏘’ 로드쇼 서울
이탈리아의 와인과 요리에 관심 있다면 흥미로울 행사가 열렸다. 지난 10월 28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개최된 ‘감베로 로쏘 TOP 이탈리아 와인 로드쇼’가 그것.
행사 전경. 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 사진 제공: 와인21닷컴

감베로 로쏘(Gambaro Rosso)는 이탈리아의 권위 있는 와인과 음식 전문 미디어다. 1986년에 설립된 감베로 로쏘는 1988년 처음 와인 가이드를 출간했고, 그 후 수십 권의 가이드북과 책을 발행해 왔다. ‘감베로 로쏘’는 ‘빨간 새우’라는 의미. 대중에게 이탈리아 와인과 음식, 문화에 대한 정보를 친근하게 전달한다는 미디어 성격을 엿볼 수 있는 이름이다.

 

이번 행사는 서울에서의 아홉 번째 이벤트였다. 팬데믹 영향으로 2019년 이후 3년 만에 개최된 행사에는 64개 와이너리가 참여해 와인 250여 종을 선보였다. 와인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 미디어와 인플루언서가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탈리아 와인을 시음하고 그 가능성을 그려보는 뜻깊은 자리였다. 시음 행사와 더불어 세 차례의 마스터 클래스가 진행됐다. 마스터 클래스는 이탈리아의 지역별 와인 특징을 살피고 그 맛을 음미하는 장이었다. 와인과 미식을 즐기는 이에게 도움이 될 소식을 짧게 정리했다.

라벨 디자인부터 역사적인 맛까지,

기억에 남은 와이너리 3곳

고르기 톤디의 떼루아 | 사진 출처: gorghitondi.it

1. 시칠리아 타일을 라벨에 입힌, 고르기 톤디(Gorghi Tondi)

시칠리아의 서쪽 끝, 마차라 델 발로(Mazara del Vallo)에 있는 와이너리. 바다가 지척이라 바닷바람을 마주하는 땅에서 와인을 빚고 있다. 포도밭은 바다와 가까우면서도 다른 쪽에는 작은 호수들을 품고 있다. 덕분에 고르기 톤디만의 독특한 떼루아가 만들어졌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자리 잡은 만큼, 합성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환경에 가까운 방식으로 와인을 생산하려고 노력하는 곳이다.

라벨에 쓰인 시칠리아 타일 디자인 | 제공: 고르기 톤디
사진 © Benedetto Tarantino, 출처: gorghitondi.it
감베로 로쏘에서 만난 고르기 톤디의 와인들 ⓒ yuyoung kim

이곳 부스 앞에서 발걸음이 멈춘 건 라벨 디자인 때문이었다. 시칠리아의 전통 타일을 떠오르게 하는 라벨은 와인마다 다르되 통일성을 가지고 있었다. 시칠리아 화이트 품종 카타라토(Catarratto)만으로 빚은 ‘Midor’는 흰 꽃과 감귤류의 풍미가 상큼했다. 입에 침이 고이게 하는 산도가 산뜻했다. 시칠리아 레드 품종인 프라파토(Frappato)로 빚은 ‘Dumè’는 블랙베리, 라즈베리와 석류의 향이 스치는 한편 그다지 무겁지 않아 마시기 편안했다. 복합적인 향기와 매끄러운 질감이 돋보였다.

니코시아의 포도밭 | 사진 출처: cantinenicosia.it

2. 자연스러운 맛과 풍미, 니코시아(Nicosia)

고르기 톤디 바로 옆 부스에 자리했던 니코시아 역시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와이너리다. 전통을 잊지 않으면서도 현대적인 기술을 알맞게 받아들이는 역동적인 양조장이다. 화산섬인 시칠리아는 독특한 떼루아를 가졌는데, 니코시아의 와인엔 그 토양의 미네랄 뉘앙스가 가득하다.

니코시아 양조장 | 사진 출처: cantinenicosia.it
감베로 로쏘에서 만난 니코시아의 와인들 ⓒ yuyoung kim

특히 비앙코(화이트) 와인 ‘LENZA DI MUNTI 720 ETNA BIANCO’는 야생화의 자연스러운 향기와 자몽과 사과 풍미가 기분 좋게 맴돈다. 시칠리아 품종 카리칸테(Carricante) 80%, 카타라토(Catarratto) 20%를 블렌딩해 빚었다. 볕 좋은 낮에 마시면 흥을 돋워줄 것. 니코시아는 아직 국내 미수입 와이너리라고 하니, 정식 수입될 날을 기다려보자.

루피노 와이너리 | 사진 출처: ruffino.it
감베로 로쏘에서 만난 루피노 와인들 ⓒ yuyoung kim

3. 유서 깊은 명가, 루피노(Ruffino)

이탈리아 토스카나에 자리한 와이너리다. 루피노 와이너리 설립 연도는 1877년. 긴 역사를 자랑하는 이곳은 1881년 밀라노 와인 전시회에서 ‘루피노 끼안띠’로 금메달을 거머쥐며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미국 시장에 수출한 첫 번째 끼안티 와인으로 기록된 와인을 만든 곳이기도 하다. ‘Riserva Ducale’는 산지오베제 80%, 메를로와 카베르네 소비뇽 20%로 빚었다. 체리와 후추 향, 부드러운 타닌이 긴 여운을 남겼다. 탄탄한 구조가 돋보이는 풀바디 와인이다.

감베로 로쏘 버전 미쉐린?

올해 선정된 한국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6곳

스파카 나폴리의 피자 | 사진 출처: 스파카 나폴리 인스타그램 @spaccanapoliseoul

감베로 로쏘는 전 세계의 우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선정해 발표한다. ‘이탈리아의 권위 있는 미디어가 선정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셈.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은 TOP 이탈리안 레스토랑 가이드는 정통 이탈리아의 맛을 소개한다. 국경을 넘어 이탈리아 현지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음식점을 선정하며, 레스토랑부터 비스트로, 트라토리아, 와인바 등을 두루 섭렵한다. 미쉐린 가이드가 ‘별’ 개수로 평가한다면, 감베로 로쏘의 경우 부문에 따라 포크, 새우, 피자 조각, 와인병 등으로 평가한다. 800여 개의 식당을 선정해 가이드에 수록한다.

 

올해 한국에서는 어떤 레스토랑이 선정될지 많은 관심이 쏠렸다. 파인다이닝과 피자 부문에서 수상 레스토랑이 나왔다. 파인다이닝 부문에서는 서울 마포구 상수동 ‘츄리 츄리’와 연희동 ‘파올로 데 마리아’가 포크 2개를,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보칼리노’, 연남동 ‘알 척’이 포크 1개를 받았다. 피자 부문에서는 마포구 합정동 ‘스파카 나폴리’가 피자 조각 2개를, 종로구 동숭동 ‘핏제리아오’가 피자 조각 1개를 받았다.

김유영 기자

김유영
에디터. 이야기를 듣고 기사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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