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어보브 스튜디오
전창명, 한석환, 이진우, 신성영
‘노몬’을 제작하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세운상가 일대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신제품 개발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세운메이드’에 선정됐어요. 이를 계기로 아날로그 달력인 퍼페츄얼 플립 캘린더를 만들기로 했죠. 특정 연도에만 쓰는 종이 달력과 달리, 퍼페츄얼 플립 캘린더는 숫자 카드가 순환하기 때문에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달력을 돌릴 때의 촉감과 찰칵하는 소리가 특징이고요. 주로 골동품 가게에서 찾아볼 수 있는 빈티지 제품을 저희만의 방식으로 풀어보고 싶었어요.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달력을 선택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싶었어요. 디지털 달력은 저희보다 기술이 뛰어난 곳도 많고요. 요즘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노출되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손으로 작동하는 아날로그 제품에 관심이 많으시더라고요. 이러한 분들에게 흥미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기획 및 제작 과정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우선 스케치와 3D 모델링으로 형태를 구상했어요. 그리고 종이와 3D 프린팅으로 모형을 만들어 테스트했고요. 기존 제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간단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달력이 제대로 넘어가려면 수많은 조건을 만족해야 하더라고요. 정확한 수치와 적합한 재료가 필요했어요. 예를 들어, 아크릴 숫자 카드는 무거워서 매끄럽게 넘어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알루미늄으로 소재를 바꿨죠. 색깔 조합과 폰트 디자인도 여러 시도를 거쳐서 정했어요.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건가요?
상자 아래쪽이 위쪽보다 카드가 한 장 더 많아요. 즉, 상자를 돌렸을 때 카드가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생기죠. 손잡이를 돌리면 카드가 아래로 미끄러지면서 다른 카드를 밀어내요. 이 과정이 반복되는 거예요.
기존 달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반투명하면서도 알록달록한 외관이 매력적이에요.
직장인의 경우 회사에서 제공하는 단조로운 달력을 많이 사용하잖아요. 그런 분들의 책상 위에 개성 넘치는 제품이 있다면 하루를 좀 더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제작했어요.
을지로 소상공인과 함께 ‘노몬’을 제작하셨어요.
을지로 소상공인분들은 오랜 기간 동안 노하우를 축적한 전문가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재료에 대해 지식이 부족한 저희가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일단 무작정 공장에 찾아가서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러면 소상공인분들이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안을 주세요. 그래서 저희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완성도 높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그리고 ‘노몬’의 부품을 제작하는 과정마다 다른 소상공인분들이 참여하셨어요. 예를 들어 카드 케이스 제작, 손잡이 실린더 세공, 숫자 카드 제작 등 모든 단계에 각각 다른 장인의 손길이 묻어 있죠. 부품이 완성되면 저희가 직접 조립하고요.
어떤 분들에게 추천하시나요?
종이 달력을 쓰면 몇 달 동안 넘기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본인도 모르게 시간이 흘러가는 거죠. 그래서 매일 달력을 돌리면서 하루를 의미 있게 시작하고 싶으신 분께 추천해드려요. 손끝에서 하루의 출발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이니까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지금까지는 다양한 디자인 분야에서 활동했다면, 앞으로는 조형물이나 전시처럼 저희가 잘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싶어요. 동시에 저희만의 제품도 꾸준히 만들고 싶습니다.
글 장영주
자료 협조 어보브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