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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22-11-03

물 위에 떠 있는 집, 현실로 다가오다

곧 도래할 수상 건물과 수상 도시의 시대

환경 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일상을 침범하면서, 사람들은 새롭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려 노력 중이다. 그래서 예전이라면 상상하지 못할 아이디어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중에서 빠르게 발전하며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건축물에 대한 아이디어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지금껏 살아왔던 보금자리가 물에 잠길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수상 건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모듈화된 구조물로 만들어지는 수상 건물

사진 출처: mast.dk

덴마크의 해양 건축 스튜디오 MAST가 선보이는 ‘물 위의 땅(Land on Water)’은 여느 수상 건물과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점이 있다. 바로 건축물을 이루는 요소가 ‘모듈화’되었다는 점이다. 재활용된 폴리머 소재로 이루어진 플랫 팩 모듈은 운송에 편리할 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건축물의 모습을 만들어낼 수 있다.

사진 출처: mast.dk

또한 제방을 쌓을 때 철사망 속에 돌을 넣어 만드는 개비온(Gabion) 방식을 차용하여 구조물 안에 다양한 요소들을 넣어 튼튼하게 만들 수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개비온 방식은 주로 돌을 넣어 완성하지만, 이 모듈에는 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떠오르는 재질을 활용하면 된다고 한다. 스튜디오는 어업에서 재활용된 부표와 수레, 오래된 플라스틱 병 등을 활용하는 것을 제안한다.

사진 출처: mast.dk

그와 더불어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강철 및 콘크리트 소재가 아닌, 재활용 폴리머가 사용되기 때문에 물 아래의 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물고기와 갑각류의 이상적인 서식지이자 연체동물과 해초의 기준점을 제공할 것이라고. 효율성과 더불어 환경을 생각한 영리한 아이디어라는 느낌이 든다. 이들은 땅 위에서 건물을 짓는 것에 제한이 늘어가는 것과 동시에 기후 변화로 인하여 해수면 상승과 도시 내 홍수 피해가 증가하는 일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 거대 건축회사 휴버트 롬버그(Hubert Rhomberg)와 벤처 스튜디오 프래절(Fragile)의 지원을 받아 이런 고민을 디자인으로 풀어가려는 노력을 이어나갔고, 그 결과 어느 환경에서도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모듈에 대한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사진 출처: mast.dk

이들은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독립형 수상 커뮤니티와 현재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수상 도시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람들이 지낼 수 있는 다양한 목적의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수상 건물이면서 동시에 환경을 생각한 아이디어이기 때문에 앞으로 다채롭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인 수상 건물 아이디어

수상 건물에 대한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보려면 네덜란드에 가야 한다. 국가의 이름부터 네덜란드 어로 ‘낮은 땅’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만큼, 국토의 6분의 1이 바다보다 낮은 지대를 간척해서 만든 땅이다. 도시에 운하가 자연스럽게 있고, 배에서 지내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수상 건물에 대한 개발이 활발하며 현실적이다.

사진 출처: powerhouse-company.com

지난해 8월에 로테르담의 라인하븐(Rijnhaven) 정박지에서 선보인 ‘플로팅 오피스 로테르담(Floating Office Rotterdam, FOR)’은 그 규모 덕분에 ‘세계 최대 규모의 물 위의 사무실’로 불리고 있다.

사진 출처: powerhouse-company.com

이 건축물은 리셉션, 사무실, 레스토랑, 도서관, 미술관, 회의실, 휴게장소로 사용되는 테라스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중간에 널찍한 계단은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갤러리를 연상케 하며, 곳곳에 안락한 휴식 공간은 이곳에 머물며 일하는 이들에게 활력소를 선사한다. 그와 더불어 이를 설계한 건축사무소 파워하우스 컴퍼니(Powerhouse Company)의 사무실도 함께 있다. 물에 떠 있다 뿐이지 지상의 사무실과 별 다를 것 없이 꾸며져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사진 출처: powerhouse-company.com

거대한 규모이지만 이 사무실은 철저하게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건물에 사용된 모든 재료는 재활용된 소재 또는 재사용이 가능한 소재였다.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이 있어서 건물 내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건축 사무소 측에 따르면 패널을 통해 건물을 운영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전기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태양광 패널이 없는 지붕에는 식물을 심어 건물 내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건물을 지탱하는 콘크리트 폰툰(pontoon)에는 40km의 수도관이 통합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항구의 물을 끌어들여 건물을 냉방한다. 기후 변화에 따라 수면이 상승할 경우 이에 따라 떠오르도록 설계되어 있다.

사진 출처: powerhouse-company.com

사무실의 개관행사에는 빌렘 알렉산더(Willem Alexander) 네덜란드 국왕이 참여해 친환경적인 수상 건축물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앞으로 몇 년 간 이 건물은 세계적응기구(Global Center of Adaptation, GCA) 본부 건물로도 활용되며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건축물에 대한 노하우를 제공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한다.

미래에는 어떤 수상 건물에서 일상을 보낼까?

뤼디거 코흐(Rüdiger Koch)와 그란트 로문트(Grant Romundt)가 설립한 해양 혁신기업 ‘오션 빌더(Ocean Builders)’는 물 위에서도 스마트하고 우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건축물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에서 주목할 점은 이들의 건축물을 디자인하는 이가 물 위에 떠서 이동이 가능한 주거용 요트들을 설계한 것으로 유명한 코엔 올투이(Koen Olthuis)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출신인 이 건축가는 우아하면서도 동시에 현실적인 주거 아이디어를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 출처: oceanbuilders.com

오션 빌더가 수상 건축물을 만들게 된 이유는 해변 도시의 토지 부족 문제 때문이다. 매일 전 세계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해안선에서 약 80km 이내에 있는 주요 대도시로 가까이 이동하고 있으며, 이런 경향은 계속 증가될 것이라고 한다. 점차 늘어갈 토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은 세 가지 방식의 건축물을 선보였다. 시 포드(SeaPod), 그린 포드(GreenPod), 에코 포드(EcoPod)는 요트와 보트, 그리고 숲속의 나무의 집에서 한 차원 발전한 형태의 모습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미래에 살고 싶어 하는 스마트한 분위기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 출처: oceanbuilders.com

세 포드 중에서 에코 포드가 가장 먼저 선보인 디자인이며, 나머지 두 포드의 어머니 격이라고 할 수 있다. 회사와 건축가는 이 포드를 만들면서 현실적인 수상 건축물에 필요한 점과 개선할 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한다.

사진 출처: oceanbuilders.com

시 포드는 바다에, 그린 포드는 산에 세워질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두 건축물에서 가장 눈여겨 봐야할 점은 바로 시 포드다. 빙하의 원리에 기반한 기술을 활용하여 바다에 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와 더불어 이 포드는 현재 파나마의 린톤 베이 마리나(Linton Bay Marina)에서 지어지고 있는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 위기가 한창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위한 대안이 멀지 않은 시기에 만들어지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쏠리고 있다.

높아지는 해수면에 대비하는 몰디브

사진 출처: waterstudio.nl

해수면 상승에 불안에 떨고 있는 나라가 있다. 바로 1,190개의 산호 섬으로 이루어진 몰디브다. 섬의 80%가 해발 1미터가 되지 않는 데다가 2100년에는 해수면이 지금보다 1미터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되기 때문이다. 이에, 몰디브 정부는 네덜란드의 항만 및 해양구조물 건축회사인 도치 더클랜드(Dutch Docklands)와 손을 잡고 바다 위에 떠 있는 수상 도시를 설계할 계획을 밝혔다.

‘몰디브 플로팅 시티(Maldives Floating City, MFC)’는 몰디브의 산호초에 영감을 받아 설계되었으며, 몰디브 말레 국제공항에서 배를 타고 10분 거리에 있는 라군에 위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 내에는 병원, 학교, 정부 건물, 주택이 만들어지며, 교량, 운하, 부두 등 각 구간을 연결할 수 있는 연결 시설이 설치될 것이라고 한다.

사진 출처: waterstudio.nl

매립이 되지 않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산호초에 영향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해수면이 상승해도 그 위에 떠 있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건축회사에 따르면 도시 주변에 산호초가 서서히 새로 자라나면서 도시를 안정시킬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이 수상 도시는 올해 착공에 들어가며, 50년 동안 단계별로 건설될 것이라고 한다.

사진 출처: reuters.com

수상 건물, 수상 도시는 더 이상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인도네시아 의회가 수도를 자카르타에서 보르네오 섬의 이스트칼리만탄(칼리만탄티무르)으로 옮기는 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자카르타의 인구가 천 만이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인구 밀집도와 환경 오염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도시 지반이 빠른 속도로 바다로 내려 앉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 이전은 올해부터 2024년까지 이어질 예정이며, 수도 개발 사업은 2045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세계의 여러 도시가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물에 잠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 의미로 수상 건물과 수상 도시에 대한 디자인은 앞으로 계속 눈여겨봐야 할 주제로 여겨진다.

박민정 객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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