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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8

건강하고 착한, 우유가 아닌 쌀로 만드는 요거트

하나의 공방으로 탄생한 지혜와 전통 ‘빛쌀’
친환경, 비건 같은 라이프스타일이 최근의 화두이지만, 동시에 요즘 대세는 한국적인 것을 찾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대세를 패션으로, 생활 내 아이템과 행동 혹은 작품이나 이벤트로 풀어내는 곳도 있지만 식생활로 직결시킨 곳들 역시 놓칠 수 없다. 건강한 라이프스타일과 더불어 한국적인 것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곳을 추천한다. 바로 쌀로 만드는 요거트를 선보이는 빛쌀. 몸에도 좋고 맛도 좋으며, 환경에도 좋은 음료가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남다른 히스토리와 제품을 지니고 있는 이곳에게 몇 가지 물어볼 수 있었다.

Interview with 빛쌀

쌀누룩으로 만든 빛쌀 요거트

— 빛쌀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경기도 양평의 작은 공방에서 쌀과 물과 누룩 세 가지 재료로 건강한 우리 쌀 발효 음료를 만들고 있는 빛쌀이라고 합니다. 

 

 

— 빛쌀은 두 스님이 처음 고안한 거라고 들었어요.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요?

돌아보니 벌써 7~8년의 시간이 흘렀네요. 네댓 명의 친구들이 예술계열 대학을 졸업하고 경기도 분당의 주택가 지하에 저렴한 작업실을 열어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때였습니다. 그때 우연한 기회에 어떤 할머니 한 분을 만나게 되었는데요, 알고 보니 그 할머니는 한국에서 산스크리트어를 강의하시는 몇 안 되는 교수님이셨습니다. 40년의 나이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저희를 스스럼없이 친구처럼 대해주셨던 그분은 저희에게 역사와 철학과 인류학을 강의해 주시며 ‘사랑’을 알려주셨습니다. 재미있게도 선생님은 어릴 적부터 ‘북촌 아씨’라 불렸던, 조선 세도가 종갓집의 따님이셨다고 하더라고요? 유난히 머리가 좋으셨던 그분은 역사서와 철학서를 달달 외우듯이 한국 요리의 고서들을 줄줄 꿰고 계셨고, 저희에게 철학을 가르쳐주신 것처럼 마음이 통하는 제자 비구니 스님들에게 요리를 알려주고 계셨습니다.

빛쌀이 있게 해준 두 스님

이후 스님들과의 본격적인 교류가 시작되었던 것은 2018년 즈음, 선생님께서 투병을 시작하시면서부터입니다. 아프신 분들은 어떻게 드셔야 좋을지 절망과 희망을 오가며 선생님께 식사를 올리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2019년 선생님께서 돌아가시고 난 후 스님과 저희들은 선생님의 뜻과 사랑을 기억하기 위해 건강한 음식을 연구하는 요리 모임을 시작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경봉, 진엽 두 스님께서 창의를 발휘하여 탄산음료를 대체해 건강하게 곁들일 수 있는 마실 거리를 만드신 것이 빛쌀의 시작이었다 할 수 있겠습니다.

— 쌀로 만든 요거트이다 보니 순식물성 그 자체인데요. 유제품을 소화하기 어려운 분들이나 비건인 분들이 좋아하실 것 같아요.

네 맞습니다. 실제로 비건식을 하시는 분들도 많이 찾아주고 계세요. 우유를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시는 분들이 속이 편하다고 남겨 주시는 리뷰들을 보면 참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식단을 하시는 분들 외에 가장 강력한 구매자분들은 가족의 건강을 위해 건강한 식단을 찾아 공부하시는 부지런하고 똑똑하고 선량한 어머님과 아버님들이십니다. 다음 달이면 네이버에 스마트스토어를 오픈한지 1년이 됩니다. 통계적으로는 30대~60대의 여성분들, 그리고 40대 이상 건강에 신경을 쓰시는 남성분들이 저희를 열성적으로 지지해 주신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발효 과정을 통해 만드는 것이다 보니 섬세하게 작업해야 할 것 같아요. 처음에는 제작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사실 빛쌀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효의 문제로 고군분투하는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발효를 책임져 주시는 경봉스님은 전통장 분야에서 오래도록 노하우를 쌓아오신 발효의 베테랑이시기 때문이지요. 균의 선택과 생장, 곡물의 익기 정도와 발효 시간들을 컨트롤함에 있어 저희는 스님의 말만 잘 따르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생산담당자 ‘송’군과 품질관리 담당자 ‘장’군 또한 워낙 이해가 빠르고 바지런하여 빛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그저 즐거움뿐이었습니다.

 

— 같은 쌀로 만들어도 맛이 다르다고 들었어요. 실제로 그 차이도 큰가요?

네 참 다릅니다. 신기하죠? 요즘 저희 빛쌀팀은 쌀도 품종별로 맛이 다름을 알아가고 있고 그 과정에서 큰 흥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크게는 향이 있는가, 향이 없는가로 나누어지는데요. 향이 있는 쌀 중에서도 어떤 쌀은 코끝에서 가볍게 향이 머물기도 하고 또 어떤 쌀은 묵직하게 입안 전체에 잔향이 남기도 하더라고요. 그 차이가 너무 신기하고 저마다의 맛이 있었어요. 그래서 조금 더 알아봤더니 이게 우리 품종, 우리 쌀을 만들기 위한 농업인 분들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실이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공방이 위치한 지역인 경기도 양평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고품질 프리미엄 쌀인 유기농 ‘참드림’ 품종과 전라도에서 재배되는 향미인 유기농 ‘골든퀸 3호’ 품종 두 가지를 사용하여 쌀 맛의 다채로움을 비교해서 시식해 보실 수 있는 세트를 마련하여 소개해 드리고 있습니다.

빛쌀 요거트 골든퀸

— 요거트에서 과일 맛도 느껴지더라고요. 

사실 과일은 두어 번 정도만 만들어 보았고 실제로 판매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과일에 있는 과당 성분이 발효에 큰 영향을 주는 변수이기에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기 쉬워 서비스로 대접하는 몇 번 외에는 만들지 않았지요. 그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접근으로 저희는 다양한 곡물을 곁들여 빛쌀의 맛을 풍부하게 하는 접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곡물은 다양하고, 저마다 다른 맛을 잘 조합해서 새로운 맛을 내어볼 수 있으니까요.

 

— 앞으로도 다양한 곡류, 다양한 과일의 맛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첫 번째 저희의 목표는 ‘곡물 맛의 충실한 구현’입니다. 귀리를 마셨을 때 ‘아 이게 진짜 귀리 맛이지!’ 현미를 마셨을 때는 ‘매일 먹던 쌀이라 그냥 지나쳤는데, 이게 현미의 맛이었어’라는 감탄이 나올 수 있도록, 분명한 곡물의 맛을 살리는 것이죠. 그리고 두 번째 목표는 곡물에 쌀의 향을 곁들이는 것입니다. 귀리에 맞는 향의 정도와 수수에 맞는 향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이거다!’라는 맛을 찾아 신메뉴로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다양한 사이즈의 빛쌀 요거트

— 지금은 오픈스토어 중심으로 판매를 하고 계시잖아요. 판매 자체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 그리고 유통에 있어 어떤 고민이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정말 아무것도 없이 아이템만 가지고 시작을 하다 보니 처음 판매를 시작할 때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들을 받았어요. 한 분씩 떠올리면 감사한 마음들뿐이네요. 유통에 있어 저희는 아직 ‘공장’이 아니라 ‘공방’이기 때문에 유통망에 B2B로 도매공급을 하는 것이 제한되고 있는 상황이에요. 하지만 이런 상황을 저희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완벽한 프로세스로 좋은 제품을 만들다 보면 좋은 음식을 필요로 하는 고객분들이 많아질 것이고, 자연스럽게 회사가 성장하면 늘어나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확장을 해야만 하는 시기가 찾아올 것이라 예상돼요. 그래서 지금은 그저 더 꼼꼼하게, 더 맛있게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 빛쌀을 보여주는 이미지들의 경우 자연과 가까이 있으면서도 어딘가 정직하고 한국적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먼저 미니멀하고 정갈하게 디자인을 잘 해주신 디자이너분들 덕분이고요. 사진은 저희가 배우면서 찍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소통을 하는 데 필요한 사진이 주를 이루다 보니 팔로워 분들이 피드를 보시다가 잠시 쉬어가는 편안함을 느끼실 수 있도록 편안한 피사체를 찾아봤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방 주변 시골마을 경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잠시 산책을 나갔을 때 느껴지는,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편안함을 어떻게 시청각적으로 담아볼 수 있을지 연구 중입니다.

빛쌀 요거트 - 통귀리로도 만든다

— 곁들여 먹으면 좋은 음식과 방법도 소개해 주시는데요. 요리도, 레시피도 다양하던데, 보통 어떤 식으로 서치하는지 궁금해요.

그것은 저희 경봉스님, 진엽스님의 내공입니다. 저희도 항상 레시피의 단순함과 우러나는 감칠맛을 보며 두 분의 창의력에 감탄합니다. 

 

— 빛쌀은 자연과 가깝고 또 환경에 가깝기도 한데요.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는 부분에 있어 고민이 있다면요?

지속가능성에 대한 생각은 오늘날의 과제입니다. 자연환경에 인간이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 것은 현대 시민의 의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류세에 살고 있는 우리는 편리만큼 소비해버린 자연의 자원들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 결과로 지구 환경이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지요. 사실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재난의 문제는 지구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인류의 문제입니다. 저희는 이제서야 이런 변화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빛쌀 요거트 골든퀸

— 어떤 분들은 빛쌀을 음식을 만드는 데 쓰기도 하더라고요. 추천하는 방법이 있나요? 

빛쌀 동치미를 강력 추천합니다! 재료만 있으면 3분 만에 만들고 3일이면 맛 좋게 익어 냉장고에 잘 보관해두면 한 달은 신선하게 드실 수 있습니다. 레시피는 빛쌀 스마트스토어 쇼핑 스토리에 잘 정리해두었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행복의 토양은 건강입니다. 이 이야기를 충실하게 나누는 건강한 브랜드가 되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하는 빛쌀이 되겠습니다. 저희 작은 공방에 관심을 기울여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박준우 객원 필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빛쌀

헤이팝
공간 큐레이션 플랫폼, 헤이팝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와 브랜드에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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