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28

한국에 상륙한 포르투갈 갤러리 ‘두아르트 스퀘이라’

개관전은 톰 하우스의 국내 첫 개인전
포르투갈에 거점을 둔 갤러리 두아르트 스퀘이라(Duarte Sequeira)의 한국 분점이 지난 1일에 문을 열었다. 위치는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유현준건축사사무소 건물 2층이다. 갤러리 디렉터인 두아르트 스퀘이라는 포르투갈에 앤디 워홀 작품을 최초로 전시했던 갤러리스트 마리오 스퀘이라(Mario Sequeira)의 2세이며, 2019년에 부친의 유업을 이어받아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갤러리를 새롭게 개관했다.
포르투갈 브라가에 있는 두아르트 스퀘이라 갤러리 | 사진 제공: 두아르트 스퀘이라 서울

포르투갈 북부, 브라가(Braga)에 위치한 갤러리는 앤디 워홀, 안젤름 키퍼, 알렉스 카츠, 우고 론디노네, 안토니 곰리 등 유명 작가들과 25년 이상 협업해온 유산을 가졌다. 약 300평 이상의 규모이며 너른 조각 공원까지 보유하고 있다. 기성 작가의 작업들과 더불어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해 과거와 현재의 소통을 일궈내고 함께 성장하는 데 목표가 있다.

포르투갈의 대형 갤러리는 왜 한국을 선택했나? 

리카르도 파사포르트, 2, 5, 6, 2022, Acrylic on canvas, 200 x 180 cm | 이미지 제공: 두아르트 스퀘이라 서울

한국에서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으나, 두아르트 스퀘이라 갤러리는 지난 2년 동안 국내 대표적인 아트 페어 중 하나인 아트 부산에 참여하며 한국의 컬렉터들과 소통해 왔다. 또한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 키아프 서울에서는 포르투갈의 대표 신진 작가인 리카르도 파사포르트(Ricardo Passaporte)를 국내에 소개하기도 했다.

 

디렉터인 두아르트 스퀘이라는 한국 미술시장에 젊은 컬렉터의 유입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오래된 컬렉터들이 미술시장을 이끄는 유럽 및 포르투갈의 상황과는 다른, 한국의 미술시장을 흥미롭게 봤고 그 관심을 구체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에 분점을 두게 된 결정적인 요인으로, 갤러리가 지니고 있는 방향성이 현재 한국의 미술시장 흐름과도 잘 맞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두아르트 스퀘이라 서울 | 사진 제공: 두아르트 스퀘이라 서울

갤러리는 다양한 신진 작가를 후원하고, 상시 레지던시 공간을 운영해 갤러리와 협업하는 작가를 지원하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갤러리에 소속돼 있는 작가들은 회화, 조각 등 전통 매체부터 설치, 비디오, 사운드, 퍼포먼스 등 다양한 언어와 매체를 구사하고 있다. 두아르트 스퀘이라는 과거의 갤러리가 지니고 있던 유산과 더불어 동시대 미술계에 담론을 제시할 수 있는 신진 작가들의 조화와 가능성 탐구를 한국에서 모색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상대적으로 교류가 부족한 포르투갈과 한국 미술 사이에 연결 지점을 제시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두아르트 스퀘이라 협업 작가 Petros Moris의 Future Bestiary, 2020, Installation view at Robert Lily ⓒDuarte Sequeira
두아르트 스퀘이라 협업 작가 Petros Moris의 Future Bestiary, 2020, Installation view at Robert Lily ⓒDuarte Sequeira
두아르트 스퀘이라 협업 작가 Petros Moris의 Future Bestiary, 2020, Installation view at Robert Lily ⓒDuarte Sequeira

개관전은 톰 하우스의 <아날로그 개구리 황혼 교향곡>

톰 하우스, An Exquisite Journey Through The Whispering Emptiness Of Forgotten Memories And Pottering Pigeons, 2022, 350 x 220cm, acrylic on canvas | 이미지 제공: 두아르트 스퀘이라 서울

두아르트 스퀘이라 서울의 첫 개관 전시는 톰 하우스(Tom Howse)의 개인전이다. 톰 하우스는 1988년 출생한 영국 출신 작가다. 그는 이미 아트 부산을 통해 국내에 소개되며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전시는 톰 하우스의 새로운 회화 시리즈 14점을 소개한다. 

 

작가는 환상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역사 속에서 인류가 관심을 가져왔던 이야기에 주목한다. 주제는 지구와 우주, 삶과 죽음, 자연현상 등 다양하다. 작가는 신화와 민담에 영향을 받아 이야기 속에서 인류가 어떻게 두려움을 달래고, 또 그 이야기에 왜 끌리는지 관심을 갖는다. 

톰 하우스, Limited Infinity, 2022, 150 x 200cm, acrylic on canvas | 이미지 제공: 두아르트 스퀘이라 서울

작가의 작품에는 사각형의 프레임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그 프레임은 공간과 차원의 넘나듦을 가능하게 하며, 작품의 주제라고 생각했던 주된 공간에서 이질감을 주는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Limited Infinity’에 등장하는 프레임 속 ‘풍경’과 풍경을 ‘감상하는 인물들’ 그리고 그 풍경에 매달려 ‘감상하는 인물을 바라보는 사람들’ 사이에는 다양한 공간이 중첩돼 있다. 이들은 하나의 캔버스 안에 담겨 있지만 나눠져 있는 구획 때문에 다른 차원에 있는 듯하다. 이질적인 차원 때문에 작품을 보는 관람자 역시 따뜻한 색감과 편안한 분위기 이면의 불안정성을 인지하게 된다. 

톰 하우스, The Happiest Couple In The World Having The Worst Day Of Their Life, 2022, 150 x 200cm, acrylic on canvas | 이미지 제공: 두아르트 스퀘이라 서울

프레임은 ‘The Happiest Couple In The World Having The Worst Day Of Their Life’에서 극대화된다.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커플은 식물을 바라보고 있는 듯 보이고, 커플과는 무관해 보이는 다양한 인물들은 다른 곳을 바라보며 일렬로 서 있다. 작가는 사각형의 장치를 배치해 세대와 세대 간의 간극, 공간과 공간 간의 간극을 제시하며, 이질적인 감정을 유도했다.

(좌) 톰 하우스, Frog Quilt (Bullfrog), 2022, 71.5 x 56cm, acrylic and collage on canvas | 이미지 제공: 두아르트 스퀘이라 서울
(우) 톰 하우스, Man With A Frog On His Head, 2022, 36 x 30.5cm, acrylic on flax | 이미지 제공: 두아르트 스퀘이라 서울
(좌) 톰 하우스, Amphibian Display, 2022, 150 x 120cm, acrylic and collage on flax | 이미지 제공: 두아르트 스퀘이라 서울
(우) 톰 하우스, Frog Quilt Painting In A Wonderful Looking Room With Pigeons, 2022, 170 x 130cm, acrylic and collage on canvas | 이미지 제공: 두아르트 스퀘이라 서울

사각형의 프레임과 더불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대상은 개구리다. 동물원 사육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작가는 동물과 식물의 진화와 변화 과정에 주목해 왔다. 그중에서도 개구리에 주목한 이유는 진화 과정이 시각적으로 확연히 드러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개구리는 작가의 작품 속에서 진화를 상징하는 대상으로 등장한다. 작품에서 개구리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역사를 잇는 모든 진화의 과정이 응축된 존재로 등장한다.

톰 하우스 개인전 전시 전경 | 사진 제공: 두아르트 스퀘이라 서울

전시는 아트 부산에서 두아르트 스퀘이라 갤러리를 알리는 계기가 됐던 톰 하우스의 작품을 제시하며 앞으로 펼칠 풍경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것은 이질적인 것으로 느껴지는 과거와 현재의 융화를 통해 화합의 공간으로 안내하는 과정이다. 두아르트 스퀘이라 서울을 이끄는 윤한경 이사는 “톰 하우스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연결되는 지점과 가상현실과 세상에 대한 관심이 많은 작가”라며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노래하는 작품이 많지만 작가는 그럼에도 인류를 이끈 이야기들을 통해 희망을 노래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갤러리가 소개할 작가들, 나아갈 방향성과 더불어 포르투갈과 한국이라는 이질적인 문화 사이에서 탄생할 가능성에 귀추가 주목된다. 개관 전시는 오는 11월 5일까지.

하도경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두아르트 스퀘이라

장소
두아르트 스퀘이라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54길 27
일자
2022.09.01 - 2022.11.05
Art
하도경
수집가이자 산책자. “감각만이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이라는 페소아의 문장을 좋아하며, 눈에 들어온 빛나는 것들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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