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28

작지만 쓸모 있는 것을 만드는 브랜드 ‘호즈미’

일러스트레이터와 패브릭 디자이너의 만남
호주머니의 형태적 특성과 용도적 특성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브랜드가 있다. 호주머니를 편하게 발음한 이름 ‘호즈미(HOZUMI)’다. 호즈미가 해석한 호주머니는 형식적으로는 소지품을 담는 것을 일컫지만, 넓은 의미에서 모든 것을 담겠다는 의미를 지녔다. 물건을 담는 것과 더불어 사람들의 즐거움도 담는. 호주머니의 포괄적인 의미를 재해석해 쓸모 있는 것을 귀엽고 세련되게 제안하는 브랜드, 호즈미의 이야기를 곽소운 대표에게 들어봤다.
©HOZUMI all rights reserved.

호주머니의 유래에 대해 찾아봤다. 최초의 호주머니는 작은 귀중품을 넣어 허리나 벨트에 매달아 다니던 작은 주머니였다고 한다. 주머니가 분리되면서 지갑이 탄생했고, 이후 주머니는 셔츠나 바지 등에 부착되면서 입을 수 있는 주머니인 호주머니가 됐다. 호주머니의 유래를 살펴봤더니, 그것의 변하지 않는 쓰임에 다다랐다. 작고 소중한 것을 담는. 일상에 필요한 것 혹은 간직해야 할 사물이 우리의 호주머니에 들어온다.

Interview with 호즈미

곽소운 대표

— 호즈미는 패브릭 디자이너와 일러스트레이터의 만남으로 탄생했다고. 

제가 영국에서 대학원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작업을 하고 있었을 때, 패브릭 제품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던 류혜욱 님과 만나게 되었어요. 저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지만 디자인 분야의 일이 맞지 않아 일러스트레이터로 전향을 했었습니다. 저와 함께 일을 하고 있는 혜욱 님은 조소를 전공했지만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었어요. 저희는 통하는 부분이 많아서 급격하게 친해졌고, 혜욱 님이 같이 브랜드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해 브랜드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서로의 센스를 믿고 진행해 봐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소운 님과 혜욱 님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해요.

크게 나누자면 패브릭 디자이너인 혜욱 님이 제품 제작 파트를 맡고 있고, 일러스트레이터인 제가 제품이나 콘텐츠에 들어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물론 일이 그렇게 정확하게 딱 나눠지지는 않습니다. 왔다 갔다 하면서 서로가 맡은 부분을 도와주거나 의견을 물어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각자가 잘하는 부분을 인정하고 믿고 있기 때문에 각자의 영역을 크게 침범하지는 않아요. 그래야 일이 빨리 돌아가기도 하고요. 운영 부분에서는 경영/회계 부분을 나누어서 각각 전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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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즈미의 슬로건은 ‘다양한 호주머니를 만듭니다’예요. 브랜드를 기획했을 때 무언가를 담는 용도의 제품을 메인으로 염두에 둔 것인가요? 

‘호즈미’라는 이름은 호주머니를 편하게 발음한 것인데요. 호주머니는 형식적으로 소지품을 담는 것들을 말하지만, 넓은 의미로 모든 것을 담겠다는 의미를 지녔습니다. 물건도 담고, 사람들의 즐거움도 담고요. 주머니의 포괄적인 의미를 현대적 디자인으로 재해석하고 다양한 역할을 하는 것들을 만드는 브랜드가 되겠다는 다짐이었어요.

 

— 호즈미를 통해 어떤 제품을 만들고 싶었나요? 

저희는 단순하게 말하자면, 귀엽지만 촌스럽지 않은 것들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취향에도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지만 귀여우면서도 세련된 것이요. 상충하는 개념 같지만 아슬한 그 어디를 찌르는 것이 저희 디자인의 목표입니다. ‘이게 뭐지?’ 싶으면서도 좋은 느낌을 주는 것들이 있잖아요. 하찮지만 특별해서 갖고 싶은. 저희는 그런 것을 만들고 또한 그런 것을 취향으로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을 모아보자는 다짐을 했습니다. ‘마이너도 세계적으로 모으면 마이너가 아니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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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즈미의 마스코트인 캐릭터 ‘세이호’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요?

브랜드를 대표하는 마스코트 캐릭터를 꼭 만들고 싶었습니다. 대표 캐릭터지만 너무 뻔하지 않은, 호즈미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캐릭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귀엽고 오래도록 보아도 질리지 않을 캐릭터 디자인을 고민하다가 아기 백조 ‘세이호’가 탄생하게 되었죠. 세이호는 작고 하찮은 생김새를 가지고 있고 보송보송한 솜털이 특징인데요. 첫 등장부터 지금까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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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셔츠와 캡 모자, 티슈 커버, 머그컵과 키링, 인형, 폰 케이스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어요. 브랜드 제품을 다양화하기까지 어떤 시행착오들이 있었나요?

일상에 꼭 필요한 물건이면서도, 취향과 센스를 드러낼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어요. 귀엽고 쓸모 있는 ‘호즈미스러운’ 제품들을 많이 만들고 싶었죠. 제품에 대한 생각이 뚜렷하다 보니 카테고리를 확장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어요. 그래서 오래 걸리지도 않았죠. 카테고리는 다르지만, 귀엽고 세련된 호즈미의 무드를 일관적으로 잘 담아내서 기존의 제품들과도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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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고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정체성이에요. 하지만 호즈미의 특징 중 하나는 로고와 라벨이 다양하다는 건데요. 로고와 라벨을 통해 호즈미가 연상되도록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브랜드의 무드는 로고나 라벨을 통해 잘 드러나기도 하고 또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저희는 라벨 속에 대표 캐릭터 ‘세이호’의 이미지를 넣어서 호즈미의 정체성과 무드를 표현하고자 했어요. 누가 봐도 ‘호즈미 제품이구나’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게끔 하는 거죠. 그리고 모든 제품에 동일한 라벨을 부착하는 것이 아니라 각 제품의 특성이나 분위기에 맞게끔 이미지를 변형시켰어요. 브랜드의 무드는 유지하되, 작은 디테일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소비자들은 여러 제품을 구매하면서 다른 라벨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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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즈미 제품 중에서도 특히나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요?

모든 제품의 질적인 부분을 신경 쓰지만, 가방과 모자는 특히 신경 쓰고 있어요. 거의 매일 착용하는 제품들이기 때문에 유행 타지 않는 디자인과 오래 사용할 수 있는 퀄리티를 갖추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죠. 원단, 실루엣, 색 조합 등 여러 디테일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제품을 완성해 나가고 있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의 가방과 모자를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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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들의 반응이 특히 좋은 제품은 무엇인가요? 

마스코트 세이호와 관련된 제품이 특히 인기가 좋습니다. 아무래도 저희 브랜드를 대표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친근함을 느끼고 매력을 잘 알아주시는 것 같아요. 그 외에는 접시나 머그컵도 반응이 좋아요. 귀여운 디자인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가장 실용적으로 사용하기 좋은 제품이다 보니 꾸준히 찾아 주시는 것 같아요.

(좌) 식목일 기념으로 제작한 스마트폰 배경화면 ©HOZUMI all rights reserved.
(우) 여름 기념으로 제작한 스마트폰 배경화면 ©HOZUMI all rights reserved.
호즈미 론칭 이벤트로 제작한 유령 MBTI 테스트 ©HOZUMI all rights reserved.

— 주로 영감은 어디에서 얻으시는지 궁금해요. 

제품이나 디자인 관련 레퍼런스를 참고하기보다는 저희의 경험과 센스를 반영하려고 해요.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공유하다 보면 불현듯 영감이 떠오르곤 하는데요. (웃음) 제품은 이러한 과정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가끔 유행의 흐름과는 다른 부분이 있기도 해요. 하지만 오히려 그런 면이 뻔하지 않고 유니크해서 장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지가 넘쳐나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다른 것들을 많이 보면 휩쓸리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거든요. 호즈미가 가지는 브랜드 무드를 정해 놓고, 저희가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요. 즉흥적으로 제품을 설정할 때도 있는데, 오히려 그럴 때 좋은 디자인이 나오기도 합니다.

 

—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려주세요.

앞으로도 일상 전반에 함께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목표로 호즈미스러운 다양한 제품들을 꾸준히 보여드릴 계획입니다.

하도경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호즈미

하도경
수집가이자 산책자. “감각만이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이라는 페소아의 문장을 좋아하며, 눈에 들어온 빛나는 것들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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