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L이라는 레이블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SEL(에스이엘)은 ‘SEOUL’(서울)을 뜻하는, 보통 공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국제항공운수협회(IATA)가 지정한 도시 코드입니다. 런던은 ‘LDN’, 도쿄는 ‘TYO’ 이런 도시 코드에요. 처음에 회사 이름을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다가 나중에 창피하지 않으려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이름으로 하는게 좋을 것 같아서 제가 태어나고 자란 ‘서울’을 쓰게 되었어요. 제가 태어난 곳이라는 의미는 영원히 변하지 않으니까요.
— SEL에는 여러 아티스트가 있고, 어느덧 레이블로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인 듯한데요. SEL은 언제, 어떻게 탄생하게 된 레이블인가요?
법인으로는 2021년 2월 정도에 등록이 되었는데 그때는 사무실이 없어서 동네 카페에서 미팅하고 일을 하다가 9월 정도에 지금의 사무실이 인테리어까지 끝나면서 현실적으로는 9월부터 회사 같이 시작된 것 같아요.
— 단순히 레이블이라고 하기에는 매력적인 큐레이션이나 콘텐츠 제작을 하고 있기도 해요. 이렇게 레이블 아티스트 외의 알앤비 음악가도 많이 주목하고 또 선보이는 이유는 어떤 것일까요?
먼저 알앤비라는 장르를 제가 제일 좋아하고, 제일 잘 할 수 있어서 가 가장 큰 이유가 될 것 같아요. 그 다음으로는 알앤비라는 장르에서는 장르에 특화된 주목할 만한 컨텐츠나 플랫폼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어요. 물론 SEL은 알앤비 만을 위한 레이블은 아니예요. SEL은 조금 더 상위의 개념이고 뒤에 말씀드리겠지만 SOULBYSEL이라는 브랜드를 통해서 ‘KPOP/KRNB’에 특화된 컨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저희는 이 컨텐츠를 시작으로 알앤비라는 장르안에서 이른바 카테고리 킬러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 SEL이 여러 음악가를 소개할 때 단순히 열거하는 식으로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한 음악가의 매력에 집중하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이는 SEL의 아티스트 브랜딩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 듯한데요. 아티스트의 브랜딩은 어떤 식으로 고민하고 또 풀어 나가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SEL이라는 브랜드의 이미지 구축, 다시 말해 브랜딩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 SEL의 브랜딩이라는 것은 우리가 전개하는 컨텐츠의 무드도 중요하지만 소속 아티스트 한 명 한 명의 브랜딩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거라고 생각해서 말씀하신 것처럼 아티스트의 브랜딩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근데 그 아티스트의 브랜딩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아티스트 본인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해요. ‘어떤 아티스트의 어디 어디를 뜯어 고치면 SEL이랑 맞겠다’가 아니라 ‘이 아티스트가 지금 하고 있는 음악이나 여러가지가 이미 우리와 맞아서 우리가 함께 하면 서로 더 멋있게 될 수 있겠다’부터 시작해야 하는 거죠. 아티스트 본인이 소화할 수도 없는 걸 시킨다고 해봤자 멋도 없고 잘 하지도 못해요. 잘 하는 걸 열심히 해도 될까 말까인데… 진정성이 있어야 해요.
— 비주얼적인 부분에 있어서 많은 공을 들이면서도, 무작정 큰 규모를 선보이기보다는 효율적으로 비주얼을 보여주시는 것이 인상적이라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보이는 부분이 중요해서겠지만 비주얼에 디테일하게 신경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어떤 것일까요?
우선 저희도 무작정 큰 규모 하고 싶습니다만… 예산이나 여타 상황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무작정 큰 규모로만 컨텐츠(비주얼을 포함한)를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거죠. 근데 무작정 큰 규모가 동반 되어야만 좋은 컨텐츠가 나온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으로도 좋은 컨텐츠를 만들 수 있어야 그게 ‘능력’인 거죠. 아무리 좋은 음악이나 컨텐츠가 있다고 해도 그에 상응하는 디자인이나 비주얼, 아트워크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그건 반쪽짜리라고 생각해요.
— 이러한 부분은 SEL과 SOULBYSEL의 SNS나 온라인 채널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장기적으로 봐도 투자이기도 하잖아요. 이런 부분에 있어서 처음부터 끌고 가야겠다 결정하셨던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사실 말씀하신 것처럼 투자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SOULBYSEL의 첫 번째 컴필레이션 앨범만 봐도 전체 제작비는 물론이고 뮤직비디오에만 해도 절대 환수될 수 없는 제작비가 들어갔는데 이 컨텐츠가 단기간에 수익을 낼 수 없는 걸 알았지만 이렇게 해야만 했어요. 당장이 아닌 이 브랜드의 앞으로의 가치를 위해 꼭 필요한 투자였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첫 번째 앨범이 나온 뒤 여러 아티스트들과 관계자들의 연락을 받았고, 글로벌한 기업에서 감사한 제안을 받고 계속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이미지도, 콘텐츠도 제작하고, 영상도 제작하시는데요. 이런 부분은 어떤 분들이 함께 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먼저 저와 함께 SEL을 설립한 저의 파트너이자 SEL의 CCO인 Korlio(콜리오)가 있습니다. 이 친구는 어거스트 프록스(August Frogs)라는 영상 프로덕션으로 10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영상 감독인데요, 한 명 한 명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아티스트들과 협업해왔습니다. 아마 한국 힙합 씬에서 좀 잘한다 싶은 아티스트는 거의 모두 콜리오의 뮤직비디오가 있을 거예요. 많은 아이돌들의 뮤직비디오도 찍었고 프라다나 돌체 앤 가바나, 아디다스 같은 브랜드의 광고 영상도 만들었고 최근에는 스포티파이 글로벌 광고의 한국인 최초 총감독을 맡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회사의 첫 번째 직원으로 저와 함께 회사의 거의 모든 일에 관여하며 현재 SOULBYSEL의 프로젝트 매니저로 있는 김규태 팀장님과 A&R 정의광 씨가 디자인부터 컨텐츠 제작 전반에 걸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CCO Korlio와 함께 SEL의 전반적인 디자인을 맡고 있는 SEL의 디자이너 김동하 씨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경영지원팀의 곽문정 팀장님이 제가 제작한다고 여기저기다 돈 쓰고 꼼꼼하지 못해 여기저기서 새는 돈을 막아주고 계십니다.
— SEL이 있고 SOULBYSEL이라는 이름의 큐레이션이 있습니다. SOULBYSEL에 관하여 조금만 더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SEL은 저희 회사의 이름이고 SOULBYSEL은 SEL에서 전개하는 KPOP/KRNB 큐레이션 브랜드예요. SEL이 서울이라는 뜻이기도 하고 저희 회사에서 만든 브랜드라는 의미로 소울바이서울을 SOULBYSEOUL이 아닌 SOULBYSEL로 표기하고 있어요. SOULBYSEL은 KPOP/KRNB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큐레이션 브랜드로 한국의 아티스트들을 세계의 KPOP/KRNB 팬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 컴필레이션 앨범도 계속 발매하시고, 단순히 레이블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브랜드이자 세련된 무브먼트처럼 보이기도 해요. 가장 큰 동력은 어떤 것인가요?
가장 큰 동력이라면 ‘충분히 될 수 있겠다’는 믿음인 거 같아요. BTS를 시작으로 전세계로 마켓이 열린 가운데 아이돌 산업은 KPOP이라는 워딩으로 확실한 포지셔닝, 브랜딩이 되어서 전세계의 팬들에게 사랑받고 있어요. 그런데 KPOP을 사랑하고 소비하는 팬분들은 분명히 그 다음으로 아이돌이 아닌 다른 한국의 아티스트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것이고 찾게 될 것인데 그때 그 분들이 찾아서 들어 보기에는 너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 같았어요. 응집력이 필요하다고 보였는데 그 응집력이 생기기 위해서는 하나의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KRNB라는 워딩을 써서 KPOP 다음은 KRNB 라는 의미로 KPOP/KRNB라고 포지셔닝을 하려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포지션에 들어갈 브랜드가 SOULBYSEL이었던 거죠.
— 컴필레이션 앨범에 관해서 좀 더 얘기를 듣고 싶어요. 좋은 아티스트를 높은 감도로 추천해주시는 동시에, 음악가들의 새로운 곡을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이기도 한데요. 어떤 취지로 제작하시는지, 또 공연이나 혹은 다른 장기적인 계획이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이미 한국에는 훌륭한 아티스트가 많은데 그 아티스트들을 사람들에게 더 멋있게 보여주고 추천해 줄 큐레이션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진정성 있는 컨텐츠를 쌓아간다면 SOULBYSEL이라는 브랜드를 신뢰하게 될 것이고 언젠가는 우리가 추천하는 아티스트라면 믿고 들을 수 있는 그런 큐레이션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 하루에도 셀 수 없이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노래들 사이에서 우리의 감도와 테이스트, 취향을 큐레이션 해 주고 싶어요.
— 앞서 얘기했지만 비주얼을 비롯해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있어서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것이 정말 인상적인데요. 이런 부분에 있어 어떤 과정을 가져가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회사가 설립된 지 얼마 안 됐고 저의 비전로부터 시작되었다 보니 SEL의 모든 부분을 제가 결정하고 있어요. 아직은 시작 단계라 보여준 게 없어 SEL이나 SOULBYSEL이 어떤 기조다, 어떤 방향이다 아무리 말로 설명해도 정확히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당장은 제 의지대로 컨텐츠의 결이나 회사의 방향을 잡고 만들어서 보여줘야 하는 시기인 거 같아요. 그렇게 제 의지대로 만들어진 컨텐츠가 쌓여서 말로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게 되면 일을 나눌 수 있을 거 같아요. 얼른 그렇게 되면 좋겠습니다.
— 굿즈도 제작하셨고, 팝업도 여셨어요.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이러한 이벤트를 열게 된 이유는 어떤 것이었을까요?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어요. 해야 했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네요.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었고 그렇게 해야만 사람들에게 더 확실하게 우리의 브랜드에 대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해야만 했던 것 같아요.
— 단순히 아티스트를 선보이는 것 이상으로 레이블이나 큐레이션 자체가 존재감을 드러낼 때가 있어요. 그리고 그게 아티스트와 함께 성장하면서 시너지를 낸다는 인상을 받는데요. 이 부분에 있어서도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저는 SEL을 통해서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좋은 아티스트들을 선보이는 단순한 레이블이 아닌 SOULBYSEL 같은 브랜드나, 에이전시, 프로덕션 등등 하나의 기업을 만들고 싶어요. 간혹 SEL은 엔터냐 레이블이냐 의류 브랜드냐 뭐하는 회사인지 잘 모르겠다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런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는 것 자체로도 괜찮은 거 같아요. 어차피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그런 뻔한 회사를 만들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 레이블인 만큼, 현재 SEL에 있는 아티스트들 한 번씩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소속 아티스트로는 찬현, Haru Kid(하루 키드), Evy(이비), Kisnue(키스누) 이렇게 소속되어 있습니다. 찬현이는 SEL 처음부터 함께 했던 아티스트로 길지 않은 시간동안 엄청난 작업량으로 정규 앨범과 EP 등등 많은 곡을 발표했고 열심히 하는 친구예요. 하루 키드는 일상 속에 별 생각 없이 지나 칠 수 있는 감정들을 재밌게 가사로 표현할 줄 아는 아티스트예요. Evy는 원래 음악을 전공하거나 음악을 해왔던 친구는 아니었는데 노래를 너무 잘해서 제가 오랫동안 설득해서 이번에 데뷔한 친구예요. 마지막으로 키스누는 SEL과 함께 하기 전에도 이미 좋은 음악을 하고 있던 친구였고 예전부터 항상 눈 여겨 보던 친구였는데 이번에 함께 하게 되었어요. 10월에 정규 앨범을 준비중이에요.
— 끝으로 앞으로도 좋은 알앤비 큐레이션을 많이 선보여 주실 것 같은데요. SEL과 SOULBYSEL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연말까지 소속 아티스트들의 앨범이 계속 나올 예정이고 SOULBYSEL에서 3개월마다 컴필레이션이 계속 공개될 예정이라 계속 정신없이 지낼 것 같습니다. 거기에 빠르면 내년에 SOULBYSEL Festival(가제) 도 준비중이라 페스티벌까지 확정된다면 제 앨범은….
글 박준우 객원 필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S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