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31

자동차 문화를 보고 먹고 즐기는 무릉도원

자동차 라이프스타일 공간 피치스 도원.
자동차 정비업체가 몰려 있는 성수동 골목에 거대한 복숭아색 컨테이너가 들어섰다. 컨테이너 앞 스타일리시한 스포츠카가 주차된 풍경이 자동차 공업사를 떠올리게 하지만, 입구를 안내하는 표지판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백모래 위로 녹색 나무들을 심은 동양적 정원이 있는가 하면 달달한 냄새를 풍기는 도넛 가게가 보이고, 카 레이싱에 나올 법한 경주차가 전시되어 있다. 자동차 좋아하는 젊은 세대들을 환호하게 만든 이곳, 바로 ‘도원’이다.

도원은 자동차 문화에 기반을 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피치스 Peaches가 2021년 4월 오픈한 복합문화공간이다. 피치스는 2018년 자동차 문화의 성지인 미국 LA에서 탄생했다. 영상도 찍고 음악도 만들고 옷도 만들지만 방점은 ‘자동차’에 찍는다. 길거리 자동차 문화에 관련해 재미있는 일이란 일은 다 한다. 피치스를 세운 여인택 대표는 서핑 문화나 스케이트보드 문화처럼 차에 스티커를 붙이고, 타이어를 바꾸고, 자신만의 디자인으로 스타일링(튜닝)하는 자동차 문화가 집약된 스트리트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미국 젊은이들이 멋있는 자동차의 뒤태를 보고 복숭아 Peach 같다고 표현하는 데서 브랜드 이름을 따온 피치스는 2017년 론칭 직후 SNS를 타고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단숨에 화제의 브랜드로 성장했다.
ⓒpeac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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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은 자동차라는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끈끈하게 뭉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되길 바라는 바람을 담아 사자성어 ‘도원결의’에서 가져 왔다. 본래 방직 공장이던 부지를 대형 카페가 개조해 사용했고 자동차 공업소가 몰려 있는 성수동 특유의 분위기를 눈여겨 보던 피치스에게 마침내 낙점됐다.

 

개러지, 갤러리, 바, 스케이팅보딩 공원, 정원 크게 5곳으로 나뉜다. 모든 공간은 피치스가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했다. 현재 여인택 대표를 포함해 피치스의 멤버는 총 13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음악, 패션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스폐셜리스트로 구성된다.

 

ⓒpeaches
자동차 커스텀이 진행되는 작업장, 개러지 ⓒpeaches

 

도원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곳이 바로 개러지. 2층으로 구성된 100평 규모의 작업장이다. 지상층에서는 자동차 커스터마이징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색을 바꾸는 래핑은 기본, 건담 로봇처럼 외관을 개조하는 바디커스텀도 가능하다. 최근 한국 최초로 일본의 유명 포르쉐 전문 튜닝업체 RWB(Rauh Welt Belgriff)와의 연계 서비스도 도입했다.

 

ⓒpeac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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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와 더불어 자동차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 퓨얼 갤러리다. 한쪽에는 디저트 카페 노티드 도넛과 수제 버거숍 다운 타우너가, 다른 한쪽에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편집숍이 자리잡고 있다. 편집숍에서는 티셔츠, 모자 등 피치스의 자체 의류 브랜드 ‘피치스’, 스케이트보드, 사이클 등 여타 이동 수단의 서브컬처 의류 브랜드 ‘도원’, 그리고 홍콩의 자동차모형 브랜드 ‘타맥 웍스 Tarmack Works‘의 상품을 만날 수 있다. “대중에게 생소할 수 있는 스트리트 자동차 문화를 좀 더 친숙하게 풀어내기 위해 음식과 패션 등 다양한 문화 요소에 접목했어요.”

노티드 도넛, 다운 타우너 모두 맛집으로 소문 난 체인 브랜드에 피치스가 특별히 디자인한 직원 유니폼을 마련하고 자동차 모티프의 한정 메뉴를 판매한다. 특히 다운 타우너는 바이크 문화를 배경으로 삼는 일본 만화 <아키라>에서 영감을 얻어 세기말 콘셉트로 인테리어를 꾸몄다.

 

ⓒpeac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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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미컬한 음악과 함께 칵테일 등 음료를 즐길 수 있는 바 ‘스모킹 타이거스’. 100년 넘은 한옥을 개조했다. “차와 관련되어 있어 무알콜 음료가 대부분이에요. 물담배도 피울 수 있는데 차가 배기가스를 내보내듯 연기를 내보내며 바이브를 즐기는 곳이에요.” 특히 인상적인 것은 소파 앞 테이블이다. 상판을 좌우로 열자 일본 전통 정원을 연상시키는 모래판이 등장했다. “LA와 더불어 자동차 문화가 발달한 곳이 일본 도쿄예요. 자연스럽게 일본의 정서를 약간 담았어요. 다른 공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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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스를 상징하는 복숭아 나무들 사이로 흰색 차가 땅에 고꾸라져 있다. 이 작품은 아모레퍼시픽 메이크업 브랜드 레어카인드와 협업한 광고 캠페인에 사용된 차다. 두 브랜드는 ‘가짜 문화’를 표방하는 이들에게 경고장을 던지는 콘셉트의 캠페인을 벌였다. 체어맨은 90년대 생산될 당시 벤츠 디자이너가 개발에 참여해 벤츠와 흡사한 외관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로고를 슬쩍 바꿔 벤츠처럼 타고 다니는 이들이 많아 ‘페이크 차’로 악명이 높다. 캠페인 시 추락한 차를 현재 도원의 정원에 전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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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및 전사총괄 여인택, 앤디김, 허재영
전략기획 및 운영 정수웅, 다니엘리, 이종원
크리에이티브 기획 박상준, 이겨례, 레너드 리, 차동윤
오토 기획 김태훈, 김명진, 나정호

 

 

유지연

자료 협조 피치스 도원

장소
피치스 도원 (서울시 성동구 연무장3길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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