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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8

브랜드의 개성을 드러내는 패션쇼의 ‘배경’

트렌드를 선도하는 패션 브랜드 5
패션의 트렌드는 전년도에 선보이는 패션쇼에서부터 시작된다. 해마다 선보이지만, 늘 새로움을 만날 수 있는 패션쇼에서는 브랜드의 철학과 더불어 트렌드를 만들기 위해 고심한 디자이너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내년 봄과 여름의 트렌드를 만날 수 있었던 파리 남성복 패션위크에서도 여전히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올해 패션쇼에서는 수많은 브랜드들이 컬렉션의 중심이 되는 의류, 신발, 가방을 비롯한 악세서리들 뿐만 아니라 그들을 돋보이게 하는 ‘배경’에도 신경 썼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패션쇼의 배경은 브랜드의 디자인 철학과 패션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에 충분한 요소였다. 쇼가 시작됨과 동시에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던 쇼장의 디자인들을 소개한다.

디올 2023 SS

브랜드 창립자의 어린 시절을 소개합니다

사진 출처: youtu.be/gDjPqCtxdxo

파리에 있는 발드그랑스(Val-de-Grâce) 내에 세워진 임시 공연장에서 진행되었던 디올의 2023년 SS 쇼를 본 사람들이라면 쇼장에서 만날 수 있는 서정적인 분위기에 반했을 것이다. 마치 프랑스 해안가에 있는 한 동네를 떠올릴 수 있는 바닷가 풍경과 더불어 고풍스러운 집과 수많은 꽃들이 저절로 ‘아름답다’라는 말이 나오게 했다. 여름 휴가를 떠나고 싶게 만들어지는 패션과 패션쇼장은 한 폭의 그림처럼 조화를 이루며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도시 한 가운데에서 시골의 풍경을 담은 무대를 꾸민 이들은 바로 제작 스튜디오 ‘빌라 유제니(Villa Eugénie)’였다.

사진 출처: youtu.be/gDjPqCtxdxo

빌라 유제니는 패션쇼를 위해 두 개의 집을 지었다. 하나는 창립자인 크리스찬 디올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프랑스 그랑빌(Granville)에 있는 벨 에포크(Belle Epoque) 스타일의 집을 축소시켜 만든 것이었고, 또 하나는 영국 화가 던컨 그랜트(Duncan Grant)의 서식스(Sussex) 농장에 있는 집을 본뜬 모형이었다. 그랑빌의 집은 핑크빛 벽과 더불어 빨간색과 흰색 장식이 조화롭게 꾸며져 있는 파사드가 인상적이었으며, 서식스 농장의 집은 목가적인 영국 서식스 지역의 특징을 드러내는 동시에 담쟁이 덩쿨이 벽을 뒤덮어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했다. 여기에 두 집 사이에 1만 9천 여개의 꽃이 심어져 동화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프랑스와 영국의 정원이 혼합되어 있는 묘한 분위기의 공간에서 모델들은 자유롭게 걸으며 컬렉션을 선보였다. 관객들은 정원으로 꾸며진 공간에 앉아 컬렉션의 디자인과 풍경을 구경하며 서정적인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사진 출처: youtu.be/gDjPqCtxdxo

왜 2023년 컬렉션에 두 사람의 집과 정원이 함께 있었을까? 그 이유는 아마도 크리스찬 디올과 던컨 그랜트 모두 집과 정원과 같은 개인적인 공간이 창의성에 있어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또한 프랑스의 그랑빌과 영국 서식스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이 컬렉션을 드러내기에 더할 나위 없었던 것도 한 몫한 듯하다. 무엇보다 창립자의 디자인 철학과 감성을 여전히 브랜드가 가지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방법으로 효과적이었다고 본다.

사진 출처: youtu.be/gDjPqCtxdxo

일부 모델들이 크리스찬 디올이 직접 만든 정원용 페르골라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모자를 착용한 것도 이런 이유를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전반적으로 브랜드의 서정적이고 동화 같은 우아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쇼였다. 그리고 쇼의 분위기를 극대화한 주인공은 무엇보다 쇼의 공간 디자인이었다고 느낀다.

루이비통 2023 SS

고풍스러운 궁전에 피어난 노란색 놀이터

사진 출처: youtu.be/6SX50BOmArI

작년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버질 아블로가 암 투병 끝에 사망하면서, 그와 함께 했던 디자인 스튜디오 팀은 계속해서 아블로가 남긴 유산을 이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들의 결과물은 이번 파리 패션위크에서 결실을 보였다. 고풍스러운 루브르 박물관의 꾸르 꺄레(Cour Carrée)에서 열린 패션쇼는 거대한 어린이 장난감처럼 보이는 무대가 함께 해 화사함을 느끼게 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패션쇼를 꾸미면 이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진 출처: youtu.be/6SX50BOmArI

쇼의 무대는 LA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플레이 랩(PlayLab Inc.) 이 만든 작품이다. 이들은 ‘어린 시절의 환상을 꿈꿀 수 있는 마음을 위한 길’을 만들기 위해 노란색의 거대한 길을 만들었고, 여기에 루이비통의 로고가 새겨진 거대한 빨간색 풍선을 매치해 유쾌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이들이 패션쇼장을 거대한 환상의 세계로 만들고 싶어 했던 이유가 있다. 이 패션쇼는 바로 버질 아블로에게 헌정하는 선물과 같은 컬렉션이었기 때문이다. 컬렉션을 통해 버질 아블로가 살아돌아온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었던 디자인 팀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 출처: youtu.be/6SX50BOmArI

패션쇼는 플로리다 탤러해시에 있는 플로리다 A&M 대학교의 마칭 밴드 공연으로 시작되며 흑인 문화를 물씬 느끼게 해주었다. 버질 아블로가 흑인 최초로 명품 패션 브랜드의 수장이 되었던 것이 화제가 되었던 과거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장소는 프랑스였지만, 미국 감성으로 시작했던 쇼는 끝날 때까지 두 문화의 오묘함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쇼 내내 미국의 힙합 스타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가 그의 히트곡을 열창하며 분위기를 돋우었기 때문이었다. 시크한 분위기를 풍기며 걷는 모델과 힙합 음악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진 출처: kr.louisvuitton.com

컬렉션은 노란색 배경과 어우러지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선사했다. 연한 보랏빛 슈트를 시작으로 재킷, 바지 등에 대담한 꽃 패턴이 그려진 디자인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디자인은 종이 비행기가 부착된 블랙 슈트였다. 이 세상에는 없지만, 그에게 전하고 싶은 말들이 적혀져 있을 것만 같은 종이 비행기가 온 몸에 붙여져 있어 감성을 자극했다. 의류와 더불어 가방, 액세서리들은 버질 아블로가 생전에 디자인했던 것처럼 그라피티, 힙합, 일렉트로닉, 스트리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들로 컬렉션과 조화를 이루었다.

사진 출처: youtu.be/6SX50BOmArI

패션쇼의 피날레는 쇼에 참가했던 모델들이 무지갯빛 배너를 들고 쇼장으로 들어오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조용했던 패션쇼장은 마칭 밴드가 다시 나오면서 소란스러워졌고, 마지막으로 버질 아블로 팀이 나와 인사하며 세계적인 디자이너에게 헌정하는 쇼를 마무리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버질 아블로에 대한 그리움이 듬뿍 묻어있는 쇼였다.

생로랑 2023 SS

사막에서 느낀 브랜드의 정체성

사진 출처: youtu.be/AxHmR6kEL4k

‘프렌치 시크’를 대표하는 브랜드, 생로랑의 이번 컬렉션은 모로코 마라케시(Marrakech)의 아가페이 사막(Agafay desert)에서 진행되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브랜드가 굳이 모로코에서 패션쇼를 진행한 이유는 창업자가 마음의 안식을 찾은 곳이 바로 모로코의 마라케시였기 때문이다. 1966년부터 마라케시를 찾은 입생 로랑은 파리에서의 치열한 삶에서 벗어나 종종 이곳에서 평온한 휴식을 취했다고 알려져 있다. 브랜드 창업자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토니 바카렐로(Anthony Vaccarello)는 모로코의 웅장한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패션쇼를 기획했다.

 

패션쇼의 시작은 광활한 사막에서부터 시작된다. 북아프리카의 도시와 사막을 배경으로 한 폴 볼스(Paul Bowles)의 소설, ‘마지막 사랑(Sheltering Sky)’에서 영감을 받아 구성된 패션쇼는 컬렉션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기 충분했다. 오아시스처럼 만들어진 둥근 분수를 중심으로 패션쇼가 이루어지는데, 사막의 거칠고 삭막한 분위기와 프랑스의 시크한 감성이 조화를 이루며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사진 출처: vogue.com

디렉터는 쇼를 통해 ‘남성적인’ 옷과 ‘여성적인’ 옷의 경계를 허무는 동시에 브랜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요소인 턱시도를 우아하게 재해석해 선보여 디자인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우아한 검은색이 주를 이루는 컬렉션과 사막의 모래가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감탄이 이어지면 어느새 피날레가 이어진다.

사진 출처: youtu.be/AxHmR6kEL4k

피날레를 장식하는 것은 거대한 링 모양의 설치 작품이다. 연기와 빛을 뿜으며 스스로 몸을 일으키는 이 설치 작품은 브랜드의 창립자가 마라케시에서 느꼈던 감정을 표현하는 듯하다. 마치 사막의 거대한 오아시스를 연상시키게 하는 이 작품은 영국의 예술가이자 무대 디자이너인 에스 데블린(Es Devlin)의 손길로 탄생했다. 입생 로랑의 디자인 철학과 더불어 그가 몸과 마음을 쉬어갔던 마라케시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던 이 패션쇼는 브랜드에 신비감을 더해주며 사람들에게 화제가 되었다.

프라다 2023 SS

종이의 집에서는 어떤 일이?

사진 출처: prada.com

밀라노의 폰다치오네 프라다(Fondazione Prada)에서 열린 프라다의 2023년 SS 쇼는 그 어느때 보다 간결함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들로 구성되었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디자인된 슈트와 더불어 경쾌함을 느낄 수 있었던 가죽 쇼츠와 체크 패턴에서 세련됨과 동시에 젊음의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불필요한 디테일을 덜어내고, 산뜻하고 가벼운 분위기로 디자인되어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만들어주는 컬렉션을 돋보이게 해준 것은 역시나, 패션쇼장의 디자인이었다.

사진 출처: prada.com

패션쇼장의 디자인을 맡은 곳은 네덜란드 건축 스튜디오 OMA의 연구 스튜디오인 AMO였다. 이들은 컬렉션에서 선보이는 간결함과 디렉터가 추구하는 검소함을 무대에 반영하기 위해 ‘종이’를 선택했다고 한다. 종이로 만들어진 패션쇼장은 간결한 분위기를 뽐내며 오히려 컬렉션을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사진 출처: prada.com

프라다는 “패션쇼 인테리어의 콘셉트는 친밀함으로, 테두리가 가공되지 않은 종이 재질로 매우 거대한 모형 주택이 제작되었습니다.”라며 “인간과 실제 세계를 보여주는 일상의 모습을 소재와 이미지로 평범하지 않게 표현해 의상 뒤의 배경이 그 자체로 주인공이 되며, 일반적인 인식에 대한 도전이라는 또 하나의 맥락을 드러냅니다.”라고 패션쇼장의 디자인을 설명했다.

드리스 반 노튼 2023 SS

허름한 건물 옥상에서 피어난 패션쇼

사진 출처: youtu.be/iWY9vDjaBvw

우아하지만 동시에 트렌디함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을 선보이는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이 이번 파리 패션위크에서 패션쇼장으로 선택한 곳은 바로 ‘옥상’이었다. 그것도 몽마르트르에 있는 5층짜리 중고차 매장 건물의 옥상이라니. 사람들의 호기심을 부풀리기에 충분했다. 중고차 매매가 아니라면 찾을 리 없는 공간을 패션쇼장으로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어 찾은 이들로 옥상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넓디 넓은 옥상에서 벌어지는 패션쇼는 다소 거친 분위기였지만, 주변의 오래된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며 그 분위기조차 ‘드리스 반 노튼’스럽게 보이게 했다.

사진 출처: vogue.com

이번 시즌 컬렉션에 영감을 얻기 위해 디자이너는 남성 하위 문화를 연구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다른 시즌보다 묘하게 반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모터크로스 패션에 영향을 받은 듯, 바이커 팬츠, 트랙 팬츠, 웨스턴 셔츠와 웨스턴 부츠가 종종 컬렉션에 보이며 거친 이미지를 풍겼다. 그와 더불어 브랜드의 특징인 테일러링 슈트도 함께 해 남성복 패션쇼의 면모를 확고히 했다. 반항적이고 남성적인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것은 란제리, 보디 코르셋, 캐미솔 톱과 같은 여성적인 디자인이었다. 컬렉션이 전반적으로 도전적이고 반항적인 분위기를 풍기지만, 한편으로는 섬세한 면을 놓치지 않았다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해 선택한 것이 아닐까 싶은 요소들이었다.

사진 출처: youtu.be/iWY9vDjaBvw

어울리지 않는 요소들을 조합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선함을 주었던 컬렉션의 감성을 도드라지게 만든 것은 패션쇼가 이루어지는 공간이었다. 거칠지만 도시가 가지고 있는 섬세함이 녹아있는 공간은 컬렉션과 조화를 이루며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게 만들었다. 다른 패션쇼장이었다면, 과연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디자이너의 탁월한 선택이 빛을 발하는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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