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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22-07-21

TPZ의 새로운 공간 ‘플라츠2’

광장을 포용한 플라츠라는 동네

장소플라츠2 (서울시 성동구 뚝섬로17길 35)

그간 성수동 곳곳에 다양하고도 이상한 계획을 펼쳐 놓은 '팀포지티브제로(이하 TPZ)'가 연무장길에 새로운 공간 '플라츠2'를 열었다. 작년 7월, TPZ가 전개하는 다양한 브랜드를 모아 둔 플라츠S에 이어서 '플라츠'라는 이름을 공유하는 두 번째 공간이다. 연무장길 대로가 서쪽으로 끝나는 지점. 다소 한적한 분위기와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곳에 바로 플라츠2가 자리한다.

(왼쪽) 서재우 TPZ 브랜드 디렉터, (오른쪽) 플라츠2의 로고 ©TPZ ©Platz

기존에 소개한 플라츠S가 다양한 사람과 브랜드가 모인 광장이라면 플라츠2는 그보다 넓은 동네의 개념에 가깝다. 무엇보다 ‘플라츠’라는 동네를 구축하면서 TPZ는 처음으로 브랜드 팀을 꾸렸다. 그간 시도하지 못했던 TPZ의 다양한 가치를 하나의 언어로 정리하는 중이다. 광장에서 동네로, 동네에서 마을로, 마을에서 도시로. TPZ가 다다르고 싶은 곳은 어디인지, 그리고 플라츠는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TPZ 브랜드 디렉터 서재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Interview with 서재우

TPZ 브랜드 디렉터

TPZ(팀포지티브제로)가 성수동에 새로운 공간 ‘플라츠2’를 오픈했어요. 연무장길에 자리한 ‘플라츠S’와 함께 또 하나의 공간을 운영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기존에 선보였던 플라츠S는 연무장길 안에서 다채로운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이에요. 광장은 방문하는 사람들의 목적에 따라서 용도가 바뀌는 곳이잖아요. 누군가는 광장에서 공상하기도, 스케이트보드를 타기도, 혹은 새로운 만남을 가지기도 하죠. 플라츠는 ‘Where weird plots gather’라는 슬로건을 앞세우는데, ‘위어드(weird)’라는 표현은 단순히 이상한 사람을 의미하지는 않아요. 저희는 사물의 정면만을 보는 사람보다 남들이 발견하지 못하는 ‘뷰(View)’를 발견하는 사람들의 기질을 ‘위어드’로 정의해요. 플라츠S는 바로 이런 사람들과 TPZ의 브랜드가 모인 광장인 셈이죠.

A동과 B동으로 구성된 플라츠2 공간 ©TPZ ©Platz

플라츠 2를 운영하게 된 배경은 플라츠 S를 운영하며 발견한 새로운 해답입니다. 광장을 만들었다면 그 다음은 어떤 공간이 필요할까? 과연 플라츠 S가 지금 시대에 명확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여러 의문의 해답이 바로 플라츠 2라고 생각해요. TPZ의 목소리를 보다 더 선명하게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에 의해 시작한 프로젝트라고 보면 좋을 거 같아요. 광장으로 향하는 길과 이웃을 담은 동네를 만든 셈이죠.

중정으로 이어진 플라츠2의 A동과 B동 ©TPZ ©Platz

기존에 운영해 온 ‘플라츠S’와 ‘플라츠2’의 차별점은 무엇일까요?

플라츠 S에서는 모든 걸 TPZ가 직접 전개했다면 플라츠 2는 광장을 포용한 동네의 개념에 가깝기 때문에 좋은 이웃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두 동의 건물이 ‘중정’을 끼고 이어져 있는데요. A동은 빈티지 가구를 선별해 판매하는 ‘원오디너리맨션’이 운영하고, B동은 TPZ가 운영합니다. 처음으로 외부 파트너를 TPZ의 세계에 끌어 들인 셈이죠. 원오디너리맨션을 선택한 이유는 자신들의 관점으로 좋은 사물의 지속가능성을 탐구한다는 점 때문이에요. TPZ가 생각하는 ‘위어드’라는 관점과 맞닿아 있다고 느꼈고, 저희 플라츠 웍스 공간에 놓인 빈티지 가구 대부분이 원오디너리맨션을 통해서 구입한 것이기도 하죠.

 

플라츠2 공간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A동은 원오디너리맨션이 ‘아파트먼트풀(Apartmentfull)’이라는 이름의 공간을 운영하고 있고, B동에서는 TPZ가 제시하는 공간을 만날 수 있어요. 1층에는 플라츠 2의 첫 인상을 심어주는 공간인 ‘로비(Lobby)’가 자리하는데요. 일상에서 필요한 그리고 보기 좋은 것을 편집하고 선별해 보여주는 기프트숍입니다.

플라츠2가 소개하는 기프트숍 로비Lobby ©TPZ ©Platz
2층과 3층에 자리한 공간 '커런트'에서는 연누리 작가(좌), 패션 디자이너 김지용(우)의 전시가 열렸다. ©TPZ ©Platz

로비 위로 2층과 3층에는 ‘커런트(current)‘라는 이름의 전시 공간이 자리해요. 커런트는 새롭고 현대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곳으로 단순히 갤러리처럼 아트 피스만을 다루진 않아요. 오늘날 예술 작품만이 이슈가 되는 건 아니니까요. 최근에는 태양에 원단을 그을려 옷을 디자인하는 패션 디자이너 김지용이 전개하는 브랜드의 아카이브 전시를 진행했어요.

다양한 일이 유동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언더그라운드 공간 ©TPZ ©Platz
상황에 따라 매번 달라질 수 있는 공간의 유연성이 언더그라운드의 가장 큰 특징이다. ©TPZ ©Platz

지하에는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라고 부르는 공간도 있어요. 아무것도 갖춰져 있지 않은 게 이 공간의 특징이죠. DJ 파티부터 브랜드 팝업, 전시, 라운지 등 유동적으로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는 곳이에요. 젊은 셰프들이 보다 자유롭게 자신의 음식을 선보일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 둔 레스토랑 ‘야야호’도 있고요. ‘플라츠 웍스’라는 멤버 전용 워킹 플레이스도 갖추었습니다.

 

플라츠2 공간을 둘러보면서 억지로 채우지 않기 위해 노력한 점이 인상적이더라고요.

플라츠2는 공간을 채우는 강박에서 의도적으로 벗어난 곳이에요. 저희가 보여주고 싶은 건 다함이 아니라 가능성에 가까워요. 물론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이 TPZ가 한 최선의 방법일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것이 곧 완벽하다고는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공간을 채우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느슨함 속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이 빚어낸 아름다운 풍광을 선호하죠.

 

말씀하신 ‘가능성’이라는 건 곧 어떤 여지를 둔다는 말일까요?

단순히 여지라고 말하기보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에 가깝다는 말이죠.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해서 만들었지만 세월에 따라서 사람의 태도가 바뀌곤 하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에는 ‘최고’, ‘최선’이지만 다음 순간에 봤을 때는 그게 아닐 수도 있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다음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한 신호와 같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플라츠2 오프닝 파티 모습. 행사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 플라츠2 내 중정은 플라츠웍스 멤버에게만 열려 있다. ©TPZ ©Platz

플라츠2를 찾아주는 사람들이 어떤 이들이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도 있을까요?

저희가 나름대로 생각한 기조가 있어요. 시류에 편승하거나 보이는 형상을 쫓는 사람보다는 자기만의 관점이 분명히 있는 사람, 오리지널리티의 가치와 지난 세기의 심미안을 알아볼 줄 알고 나아가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이 공간을 잘 활용하면 좋을 거 같아요. 저희가 플라츠를 전개하면서 동시에 그에 맞는 ‘멤버십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이유이지요.

 

그런 점에서 ‘감도’라는 단어에 대한 질문도 드리고 싶은데요. 최근 이 단어가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잖아요. 감도가 높은 공간, 감도가 뛰어난 디자인 등. 디렉터님께서 정의하시는 혹은 생각하시는 ‘감도’는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감도가 높다는 표현은 제가 생각하기에 취향과 안목이 높다는 표현 같아요.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좋은 취향과 안목은 결국 ‘완결성’에서 오는 것 같고요. 즉, 공간이나 가구의 감도가 높다는 표현은 대상을 통해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영감을 주는 것을 보거나 경험할 때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두 개의 동으로 이루어진 플라츠2 전경 ©TPZ ©Platz

한편 성수동을 하나의 도시처럼 만들고자 하는 TPZ의 목표를 생각한다면 플라츠2의 위치를 정할 때 고민한 지점은 무엇이었을지도 궁금하네요.

동네를 모티브로 했기 때문에 적어도 두 동의 건물이 필요했고, 멤버들에게 복잡한 대로변에서 잠시라도 ‘공상’할 수 있도록 편안한 안식처를 제공하고 싶었어요. 그런 관점에서 성수동의 번화가는 좋은 위치가 아니었죠. 운이 좋게도 지금 위치에 적당한 매물을 발견했고, 지금의 공간이라면 TPZ가 하고자 하는 동네를 구축할 수 있다고 확신했던 것 같아요.

멤버십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플라츠웍스 입구 ©TPZ ©Platz

특히 ‘플라츠웍스’ 멤버십 가입자는 두 공간의 ‘워킹 스페이스’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멀어도 어려움이 있었는데 플라츠 2가 있는 곳은 플라츠 S에서 도보로 10분 안팎이면 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향후 ‘플라츠3(가칭)’도 플라츠S와 플라츠2 사이에 생길 예정인데 그렇다면 멤버들이 세 개의 플라츠 공간을 힘들이지 않고 오갈 수 있는 거리감이 중요하죠.

 

지금까지 말씀해 주신 플라츠2의 특징을 들어보면 당장의 수익보다는 앞으로 일어날 또 다른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 들어요.

TPZ는 큰 건물을 짓고, 많은 사람을 모으고, 돈을 벌어서 다시 팔고 새로운 공간에 투자하는 부동산 이익 논리를 무작정 따르지 않아요. 이 조직에는 그보다 ‘콘텐츠로 채워진 도시를 만들자’라는 명징한 목표가 있어요. 이를 위해서 성수동에 다양한 브랜드와 공간을 전개해왔고, 브랜드가 모인 광장 플라츠 S도 오픈했었죠.

TPZ가 소개하는 여러 브랜드가 모인 플라츠S ©TPZ ©Platz

TPZ는 그간 ‘Do’에 집중하면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췄어요. 지금은 그렇게 소개해 온 것을 하나로 모으는 중이에요. 당장에 수익이 보이지 않을 수 있어요. 하지만 ‘플라츠’를 하나의 브랜드로 묶고, 멤버십 체계를 구축하면서 우리와 결이 맞는 사람 그리고 브랜드와 관계를 맺고 이후에 함께 할 수 있는 협업을 생각하죠.

 

브랜드 디렉터 이전에 <매거진 B>에서 에디터로 활동하셨어요. TPZ의 브랜드 디렉터로 합류하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약 15년 정도 잡지를 만들어 오면서 느껴지는 체력적 한계가 있었어요. 후배 에디터들과 대화 하다 보면 서로가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차이가 생기고 있다고 느꼈고요. 잡지 에디터 시절 저의 우주는 종이 잡지였는데, 요즘 세대의 우주는 ‘컴퓨터’ 같더라고요. 그런 환경 속에서 제가 잡지를 하고 있는 게 과연 옳은 건가 싶기도 했죠. 잡지는 늘 새로워야 하는데 저는 말 그대로 ‘고인물’에 가깝잖아요? (웃음) 한데 공간은 좀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경험이 많을 수록 ‘지속 가능한’ 공간을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와중에 TPZ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님과 연이 닿아서 이런 저런 사는 얘기를 나눴는데 서로가 공간이나 브랜드를 바라보는 ‘관점’이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플라츠2 로고 ©TPZ, Platz
TPZ는 지금까지 펼쳐 놓은 다양한 일을 하나의 브랜드 언어로 정리 중이다. ©TPZ ©Platz

말씀대로라면 TPZ에는 브랜드 디렉터가 처음 생긴 셈인데요. 브랜드 디렉터로 하시는 일도 궁금해요.

TPZ라는 브랜드의 언어를 정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요. 지금 준비하는 멤버십 서비스를 어떻게 진행하고 홍보할지, 그리고 그들을 위한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을지 등을 고민하는 게 그 다음인 것 같아요. 사실 TPZ에서 하는 모든 일들, 가볍게는 SNS부터, 넓게는 공간 디자인까지 참여하고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의견을 더하는 일을 합니다. 물론 제가 공간을 디자인할 순 없지만 어떤 관점에서 공간을 풀어 낼지에 관한 의견은 충분히 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러다 보니 다시 글을 쓰고 있더라고요. 사실 에디터 일 그만 두면 글 안 쓸 줄 알았거든요? (웃음)

 

얼핏 생각하기에는 에디터의 일, 그러니까 편집하는 것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2D와 3D를 ‘편집’하는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지면을 채우는 일은 사실 익숙해서 지금이라도 눈 앞에서 그릴 수 있는데, 빈 공간을 채운다고 생각하면 꽤 어렵더라고요.

 

마지막으로 플라츠2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지도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플라츠 웍스’ 공간을 좋아했는데 얼마 전부터는 ‘언더그라운드’가 좋더라고요. 나무로 만든 계단이랑 벽에 적힌 ‘Underground’라는 말도, 그 분위기도 그리고 일반적이지 않은 조명을 사용하는 점도 말이죠. 낯설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라서 이곳에서 더 재밌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정훈 에디터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TPZ, Pla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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