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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1

오색찬란 태국 문방구, 을지로 작은 서점의 변신!

이현경 작가의 ‘태국 문구’ 여정기 <태국 문방구>
낯선 이국에 여행을 가면 심심찮게 아기자기한 물건들을 탐내게 되었던 적, 수집광 모드로 돌변해 주머니를 두둑하게 부풀리곤 했던 적 있는가. 그동안 우리의 귀여운 소비벽에는 어쩌면 마땅한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인리히 뵐은 말했다. “낯선 도시에서 갑자기 엄습하는 고독에 대항할 방법은 바로 ‘무언가를 사는 것’이다. 그림엽서나 껌, 연필과 담배를 사서 손에 쥐는 것. 그것이 그 ‘도시의 생활과 관계를 맺는 방법’”이라고.
의 표지는 세 가지 다른 컬러로 제작되어, 마치 문구를 취향껏 고르는 듯한 마음으로 책을 구입할 수 있다. ⓒ holi_yoon

책 <태국 문방구>는 태국에서의 낯선 일상을 시작하며 고독과 두려움을 달래는 방법으로 ‘문구’를 선택한 이현경 작가의 여정에서 시작되었다. 19년도 봄, 설렘과 불안을 안고 방콕행 비행기에 오른 그녀를 유일하게 위로해 준 것은 작은 입국 신고서 한 장과 여권 케이스에 꽂혀 있던 검정 펜 한 자루였다고. 태국의 문방구를 방방곡곡 탐방하는 그에게 태국 친구들은 물었다. “너는 왜 태국의 문방구를 찾아다녀?”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출발점이 어디에 있는지 깨달았습니다. 제가 태국 문방구를 여행하게 이유는 낯선 태국에서의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기 위한 저의 절박한 마음과 호기심이었어요.

– <태국 문방구> 프롤로그 중에서
저마다 가지각색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태국 문방구의 공간과 문구, 그리고 사람들. 소개된 공간에 대한 정보와 태국 문방구 문화 등 소소한 읽을거리들이 함께 실려있다. ⓒ holi_yoon

유럽과 일본의 문구들을 수집하던 문구덕후 이현경 작가는 태국이라는 낯선 땅에서도 마음을 위로해 줄 문구들과 그에 얽힌 공간과 사람의 이야기를 찾아 특별한 인연들을 엮어냈다. 방콕과 치앙마이를 비롯해 수판부리, 나콘빠톰, 핫야이 등 동서남북 총 11개 지역에서 방문한 문방구 20여곳이 유쾌하고 따뜻한 이야기로 담겼다. 겨우 한 손에 쥐어지는 작은 물건에 얽힌 다양한 현지인 사람들의 구석구석 삶의 모습과 정취는 그녀의 일상 속에도 켜켜이 쌓여갔다. 마치 오랫동안 매대를 지키며 마을 사람들을 반겨 온 태국 문구들처럼 말이다.

세운상가 3층 커넥티드북스토어에 마련된 태국 문방구 팝업 스토어 | 사진 출처: 소장각 공식 인스타그램

이현경 작가가 온정 넘치는 시선으로 포착한 태국의 문구들을 실제로 만나볼 수 있다면 어떨까? 책 <태국 문방구>를 출간한 출판사 ‘소장각’이 을지로 세운상가 3층에 조그만 태국 문방구를 오픈했다. 7월 9일부터 30일까지 커넥티드북스토어에서 열리는 팝업 공간으로, 이색적이면서도 정겨운 태국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이곳! 뜨거운 여름의 열기를 견디며 올라와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열면, 태국 문방구의 든든한 지킴이이자 소장각을 운영하는 노성일 디자이너가 두 손을 공손하게 맞대고 인사를 건넨다. “사와디캅~”.

옹기종기 모여있는 문구들의 알록달록한 색깔이 추억의 문방구를 떠올리게 한다. ⓒ kenektidbookstore

낭만 가득한 태국 음악과 은은한 인센스 향이 어우러진 공간 안에는 추억의 문방구에 자리할 법한 형형색색의 문구들이 빼곡히 놓여있다. 책 <태국 문방구>를 통해 이현경 작가가 포착한 태국 문방구의 개성 어린 모습과 공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났다면, 이곳은 태국의 문구들을 실제로 만져 보고 써 보고 품 안으로 들일 수 있는 공간이다. 연필과 지우개, 잉크펜, 클립, 도장, 수첩 등등 태국의 땅을 달구는 뜨거운 태양을 닮은 원색의 문구들이 우리의 호기심과 동심을 불러 일으킨다. 시선을 사로잡은 문구 하나를 집어 드는 순간, 순식간에 낯선 태국의 어느 골목의 문방구에 도착해 있다.

세 가지 컬러의 를 직접 살펴보고 구매할 수 있다. 우측은 태국에서 가져 온 현지의 책, 잡지, 소품들 ⓒ kenektidbookstore
태국의 국민 연필, Horse 2200을 비롯해 다양한 디자인의 연필, 볼펜, 수첩 등이 우리를 반긴다. ⓒ kenektidbookstore

문구들을 훑다 보면 유난히 눈에 많이 들어오는 브랜드가 있다. “굉장히 유명한 문구 브랜드는 Horse인데요. 태국 어딜 가나 많이 볼 수 있는 국민 브랜드예요.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모나미’ 같은 브랜드라고 할 수 있죠. ‘난미(NANMEE)’라는 이름의 출판사에서 시작해 지금은 무척 여러 종류의 문구를 만들고 있어요. 태국 말로는 ‘뜨라마(ตราม้า)’라고 부릅니다. 태국 광고 특유의 유머러스함을 잘 살린 Horse의 광고들도 한번 찾아 보면 재미있을 거예요”.

태국어로 적힌 도장을 직접 찍어보고 구매할 수 있다. ⓒ kenektidbookstore

마음에 드는 문구를 발견해 구매하려던 당신, 낯선 화폐 단위의 가격표에 흠칫 당황할 수 있다. 실제 태국 문방구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가격표마저 바트(Baht, ฿)로 표기되어 있기 때문! 하지만 벽 한쪽에 한국 화폐로 얼마인지 친절히 안내되어 있으니 참고할 것. 가장 쉬운 방법은 바트에 36을 곱하면 된다고. 이외에도 태국의 미감이 느껴지는 전통 공예품과 태국에서 직접 가져 온 현지 책과 잡지, 사물들이 실제 태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한다. 태국어로 적힌 도장을 직접 찍어보고, 태국 사람들이 일상에서 흔히 쓰는 볼펜을 사용해 보며 나만의 아이템을 발견해 보자.

조그맣지만 정겨운 태국 문방구의 정취를 그대로 살린 아담한 공간 ⓒ kenektidbookstore

태국 문방구만의 독특한 문화로, 노성일 디자이너는 기존의 색을 고스란히 유지해 오고 있는 유서 깊은 문방구들이 많다는 점을 꼽는다. “한국의 문구점은 점차 대형 프랜차이즈 위주로 변해가고 있어, 오래된 문방구에서만 볼 수 있는 추억의 문구들이 사라져 가는 게 아쉬운데요. 태국의 경우 역사적으로 근대에 침략이나 전쟁의 영향이 비교적 적어, 전통 방식과 문물이 이어져 오는 곳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2, 3대에 걸쳐 몇 십 년씩 쭉 이어져 오는 문방구들이 많죠. 그러한 유서 깊은 문방구에서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정취가 태국 문방구가 가진 매력이에요”.

 

7월 30일까지 열리는 태국 문방구 팝업에는 이현경 작가를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인스타그램 라이브(24(일)), 오프라인 북토크(29(금)) 그리고 이현경 작가가 직접 일일문방구지기로 맞이하는 마지막 날(30(토))까지. 시간 및 장소 등 기타 자세한 내용은 소장각의 SNS 계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문구를 비롯해 태국의 여러가지 귀여운 문화를 기록하고 채집하는 이현경 작가의 SNS 계정을 통해서 더욱 다양하고 디테일한 태국 일상의 면면을 만나볼 수도 있다.

소장하고 싶은 ‘작은 책들의 집’이라는 뜻을 지닌 1인 출판사 ‘소장각’은 동남아시아 콘텐츠를 발굴해 소개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 오고 있다. ⓒ sojanggak

한편, 팝업 공간에서는 이번에 출간된 <태국 문방구> 외에 소장각이 그동안 출간한 책들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소장각은 노성일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1인 출판사 겸 디자인 회사로, 줄곧 독창적인 시선과 주제로 동남아시아 콘텐츠를 다뤄왔다. 1년에 동남아시아의 한 지역을 정해 한 권의 책을 출간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그 첫 번째 작업으로 <크메르 문자 기행>, 두 번째로 <미얀마 8요일력>, 3년차를 맞은 올해는 태국을 중심으로 이번 <태국 문방구>를 출간하고 이어 태국 약국 패키지 문화와 디자인에 관련한 연구를 바탕으로 또 한 권의 책을 낼 계획에 있다고 한다.

차례대로 , , ⓒ sojanggak

“동남아시아라는 명칭으로 묶인 10개 국가에는 각 나라의 오리지널리티를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시각 문화가 있어요. 다른 동남아시아 나라의 문자, 달력 시스템의 뿌리가 되는 캄보디아 문자와 미얀마 달력 또한 그러한 고유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독창성 있는 소재를 찾아 한국의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태국 문방구>는 그러한 열정 어린 시도의 연장선이며, 다음에 이어질 태국 약국 패키지에 관련한 책을 출간할 때도 또 한번 흥미로운 팝업으로 찾아 뵐 예정이라고.

 

마지막으로, 이곳 작지만 정겨운 태국 문방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소장 각’ 문구템 3가지를 노성일 디자이너의 추천을 빌려 소개한다. 참고로 이현경 디자이너가 추천하는 문구에 대한 이야기도 브런치에 올라온 그의 글을 통해 살펴볼 수 있으니 마음껏 탐닉해 볼 것. 그 외에 태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오래된 문방구들과 그 안에 녹아든 삶과 유쾌한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책 <태국 문방구>를 통해 자신만의 문구 여정을 이어가 보면 좋겠다.

소장각’s PICK!

태국 문방구에서 GET하면 좋을 ‘소장 각!’ 아이템

소장각이 추천하는 태국 문방구의 문구들 ⓒ sojanggak

Horse 오리 연필깎이

가장 먼저 시선을 빼앗긴, 노랗고 하얀 오리들의 무리. 그것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연필깎이. 아니나 다를까, 노성일 디자이너도 가장 먼저 이 연필깎이를 집어 들었다. “첫 번째는 이거예요. 오리 같이 너무 귀엽지 않나요? 태국 가면 정말 자주 볼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만날 수 없답니다”.

 

QUANTUM SKATE 222 DUO, LANCER SPIRAL 825 2001 볼펜과 Horse 2200 연필

문방구 안의 동그란 탁자에 앉아 인터뷰를 시작할 무렵, 그가 슬쩍 건넸던 얇고 긴 빨&파 양면 볼펜. Quantum 사에서 나온 SKATE 222 DUO 모델이 그의 두 번째 애정템이다. 이것과 비슷한 모습을 한 LANCER 사의 SPIRAL 825 2001 모델도 함께 추천한다. 검정, 빨강, 파랑 세 가지 색이 있어, 이거야 말로 한국의 모나미 볼펜을 쏙 빼닮았다. 이현경 작가의 소개에 의하면 ‘복잡한 태국 문자 필기에 가장 적절한 펜’으로, 태국의 관공서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국민 볼펜’이라고. 마지막으로 Horse 사의 2200 연필은 태국 국민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늘상 쓰는 연필로, 가장 흔하지만 그만큼 태국의 문구를 대표하는 문구가 아닐 수 없다.

 

컴포지션 노트

연필과 볼펜, 지우개, 클립의 향연인 매대에서 맨 꼭대기 층에 유난히 눈에 띄는 한 제품이 있다. 세로로 긴 판형을 하고 있는 이 수첩은 태국의 컴포지션 노트. 각자의 취향과 필요에 따라 노트부터 급전 출납부, 영수증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중앙의 ‘200/20’이라는 숫자가 가리키는 것은 페이지 수와 내지의 행 갯수이다. 즉, 20줄로 된 200장짜리 수첩인 것.

소원 객원 필자

자료 제공 소장각

프로젝트
<태국 문방구>
장소
커넥티드북스토어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계천로 159, 3층 외부 바열 328호
일자
2022.07.09 - 2022.07.30
소원
디자인을 하고 글을 씁니다. 따뜻한 햇살과 아이스 카페라떼를 원동력 삼아 책을 읽고 영감을 얻고 콘텐츠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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