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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2

빛바랜 직물로부터, 패션 디자이너 지용킴

느리고, 천천히,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것
7월 7일부터 오는 7월 17일까지 플라츠2 커런트에서 지용킴의 아카이브 전시가 진행 중이다. 브랜드 론칭부터 햇빛에 원단을 그을리는 '선 블리치' 기법 그리고 패션의 경계를 넘어 아트 피스를 제작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코로나로 취소된 세인트 마틴의 졸업쇼를 대신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졸업 작품을 하나씩 소개한 디자이너 지용킴. 언제 어디서든 작품을 접할 수 있는 새로운 소통 방식과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는 창작 세계로 그는 단숨에 패션계의 주목을 받았다. 패션 디자인의 전통적 보여주기 방식을 따르기 보다 자신의 작품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방법을 찾는 그의 모습은 가히 MZ 시대의 패션 디자이너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지용킴 디자이너 (사진 제공. JiyongKim)

Interview with

지용킴 디자이너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지용킴이라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김지용입니다. 일본 문화복장학원 졸업 후,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 남성복 학부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온 지 2달 된 신인 디자이너입니다. 학업 중 좋은 기회가 닿아 일본의 ‘메종 미하라 야스히로’, 크리스토퍼 르메르가 이끄는 ‘르메르’, 고인이 된 버질 아블로가 이끌었던 ‘루이비통’에서 디자인 어시스턴트로 일을 했습니다.

 

현재 ‘JiyongKim’이라는 브랜드를 운영 중이에요. 학업 과정 중에 브랜드를 론칭했다고.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소개하게 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어떠한 화학제품도 사용하지 않고 자연광 노출에 의한 탈색 과정으로 제작한 작품을 학사 졸업 작품으로 선보였는데요. 당시 코로나가 한창 유행할 때였어요. 결국 졸업쇼도 취소되었죠. 이를 대신해 인스타그램에 아이폰으로 찍은 작품을 한 장씩 공유했는데 그게 화제가 되었어요. 덕분에 유명 포토그래퍼와 협업도 하고, 해외 매거진과 인터뷰도 했어요. 졸업 작품으로 매거진 커버 페이지를 장식하기도 했죠.

 

그러던 중 일본 유명 편집숍 GR8에서 제 컬렉션 전 제품을 구매했는데 고가의 제품임에도 금방 솔드 아웃되는 걸 보면서 브랜드 론칭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현재는 SSENSE, MR PORTER, Dover Street Market 등 해외 유명 편집숍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습니다.

플라츠2 커런트에서 진행 중인 (사진. 조용범)

최근 TPZ가 새롭게 선보인 공간 플라츠2의 ‘커런트’에서 아카이브 전시를 진행 중이에요. 서울의 여러 공간 중에서도 이곳을 선택한 계기가 있다면요? 

석사 졸업 작품 쇼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올 즈음에 TPZ 팀에서 먼저 연락을 주셨어요. 당시는 플라츠2가 완공되기 전이었어요. 그래도 직접 방문해 보니까 제 작업과 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더욱이 대표님들의 마인드와 제 작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신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너무 멋진 그림이 나올 것 같다고 판단해 협업을 진행했습니다.

회화와 패션을 접목한 아트 피스를 소개한 지용킴 디자이너 (사진. 조용범)

아울러 이번 전시는 룩북, 런웨이, 패션쇼 등 디자이너가 옷을 소개하는 보통의 방식 혹은 그 문법과는 달라요.

세인트마틴 석사 과정 중에서 소수의 학생만 할 수 있는 프레스쇼에 뽑혀 처음으로 ‘런던패션위크’라는 이름 아래에서 런웨이 쇼를 한 적이 있어요. 다른 디자이너 친구들과 함께 진행해서 제 작품에 집중되는 쇼는 아니었지만 제가 만든 옷을 보여주기에는 어울리는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제 옷은 천천히 그리고 가까이서 들여다봐야 해요. 모델이 빠르게 워킹하고, 관객이 SNS 스토리를 올리기 바쁜 환경에서는 지용킴의 옷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워요.

빛바랜 직물을 활용해 제작한 JIYONG KIM의 옷 (사진. 조용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참고한 레퍼런스도 궁금해요. 지용킴의 아카이브와 브랜드 작업을 보여주는 방식과 형태에 있어서 말이죠.

어떤 물체에 원단이 무심하게 걸쳐져 바람에 흩날리고 뒤집히고 찢기는 모습과 공사 현장에서 내부를 가리기 위해 가려놓은 천 그리고 건물에 광고를 위해 걸어둔 배너들. 가장 최근 컬렉션인 22 A/W는 이들로부터 영감을 얻었어요. 저는 흐름이 있는 걸 좋아해요. 보통 우리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책을 읽잖아요. 이처럼 이번 전시에서는 1, 2, 3층을 활용해 작업이 점차 발전되는 흐름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공사 현장의 풍경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3층 전시장 전경 (사진. 조용범)

지하부터 2층과 3층 그리고 중정까지. 플라츠2의 모든 공간을 활용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에요. 특히 공간별로 보여주는 내용이 다르죠. 각 층마다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지 소개해 주세요.

우선 2층은 작업 과정을 ‘스토리텔링’하는 곳이에요. 2D 작업과 아트워크가 주를 이뤄요. 반면 3층은 오로지 옷에만 집중했어요. 선 블리치 전 후 과정을 대비시킨 7쌍의 컬렉션 작업을 소개했고, 중앙에는 동일한 스타일의 옷 7점을 걸었어요. 스타일은 같지만 옷 한 점 한 점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아울러 JiyongKim의 옷을 실제로 만져보고 입어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어요. 해외에서만 세일즈를 진행하는데 편집숍에서 보내준 세일즈 레포트를 보면 국내에서 구매하시는 분들이 옷을 입어보고 구매할 수 없어 사이즈와 소재에 대한 문의를 많이 주셨더라고요. 이번 전시를 통해 옷을 직접 착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중정에 놓인 지용킴 디자이너의 야외 작업.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 변하는 원단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 조용범)

플라츠2의 A동과 B동 사이에 자리한 중정에는 대형 패브릭을 설치했어요. 먼저 선 블리치 된 원단이 있고, 그 원단을 블리치 되기 전 원단이 감싸고 있죠. 시간이 지나면서 두 원단의 대조가 점점 연해질 거예요. 두 원단 모두 선 블리치 된 원단이 되는 과정을 사진과 영상으로 함께 담고 있는데 전시회 중간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주중에 오셔서 사진을 찍고 가셨다면 꼭 주말에 다시 방문하시면 좋겠어요. 원단이 변해가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거든요.

자연의 힘으로 탄생하는 JiyongKim의 옷

인터뷰를 준비하며 찾아보니 말씀하신 ‘선 블리치Sun-bleach’ 기법에 대한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오늘날 브랜드 JiyongKim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 그 완성도는 어느 정도일까요?

사실 아직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어요. 세상에 없었던 작업 방식이니까요. 오직 자연의 힘으로만 진행되기 때문이기도 해요. 장마철이나 겨울에는 블리칭이 잘 안돼서 애를 먹기도 하는데 한편으로 이러한 경험도 재밌어요. JiyongKim 브랜드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선 블리치 작업 과정 모습

한편 동일한 기법을 유지하다 보면 디자이너 스스로가 매너리즘을 느끼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싶거든요. 이에 대한 걱정이나 고민은 없는지도 궁금해요.

사실 3층 ‘Before/After’ 공간은 선 블리치 과정의 전후를 보여주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에요. 선 블리치 이전 단계에서 이미 저희 옷에 디테일이 많고, 충분히 멋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모든 옷을 선 블리치 해서 컬렉션을 진행하지는 않아요. 또한, 이후에 또 다른 지속 가능한 방식을 통해 새로운 작업물 라인을 만들 계획입니다.

선 블리치 작업 과정 모습

지속 가능한 방식이라는 표현도 흥미롭네요. 옷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면서 놓치지 않는 철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패션에서 가장 지속 가능한 방식은 소비자로 하여금 버리지 못하게, 그리고 평생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옷을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천연 염색이라고, 오가닉 코튼이라고 해서 환경 오염이 없는 게 아니거든요. 저희는 저희가 만든 옷이 클래식했으면 좋겠고 값진 옷이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가치 있는 옷을 계속 만들고 싶어요. 

선 블리치 작업 과정 모습

7월 17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를 즐길 수 있는 팁을 주자면요? 예컨대 추천하는 동선이나 놓치지 말 전시의 포인트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전시장을 오시면 저희 팀원들이 정말 자세하게 설명해 드릴 거예요. 1층, 2층, 3층 순으로 보시면 되는데 각 층에서 다른 시점으로 보이는 바깥의 대형 설치물을 놓치지 않고 관찰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선착순 30명에게는 선블리치 패브릭으로 만든 작은 선물도 있으니 놓치지 마시고요. 어떤 것이든 상관없으니 저희에게 질문도 많이 해주시고, 3층에 마련한 옷도 편하게 입어보시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JiyongKim’을 아껴주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국내에서 이렇게 저희 브랜드를 이렇게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은지 몰랐어요. 앞으로도 더 멋진 작업물을 보여드릴 테니 이번 기회에 꼭 찾아주시고 전시 소식도 많이 알려주세요. 감사합니다.

 이정훈 기자

자료 제공 Platz, JiyongKim

프로젝트
<지용킴 아카이브 전시>
장소
플라츠2 커런트
주소
서울 성동구 뚝섬로17길 33
일자
2022.07.07 - 2022.07.17
이정훈
독일 베를린에서 20대를 보냈다. 낯선 것에 강한 호기심을 느끼며 쉽게 감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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