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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7

의류 브랜드 피그먼트가 만든 복합문화공간

성수 피그먼트 플래그십 스토어
의류 브랜드 피그먼트가 6월 27일, 성수에 복합문화공간 ‘PFS:MOF’를 오픈했다. ‘Pigment Flagship Store: More and more Open Flagship’이라는 의미를 담아낸 이 플래그십 스토어는 피그먼트의 계열사인 바른지음에서 지었다고 하며, 그야말로 피그먼트의 모든 역량이 가득 담긴 곳이다. 한 기업을 대표하는 건축물인 셈인데, 그만큼 많은 정성을 들였다. 여성 의류 브랜드로 알려진 피그먼트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총 다섯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피그먼트 플래그십 스토어 외부
피그먼트 플래그십 스토어 음료 중 하나인 시그니처 민트

멋진 외벽을 지나 입장하면 1층에는 갤러리와 카페가 있다. 카페에서는 시그니처 형태로 다양한 색상의 음료를 팔고 있으며, 티와 에스프레소를 베이스로 다양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음료는 1층에서 받은 뒤 다른 층에서 마실 수 있으며, 공간 곳곳에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 자신이 선호하는 층에서 분위기를 감상하며 즐길 수 있다.

1층 전시장 전경
나란히 걸려 있는 피카소와 김환기의 작품
호안 미로의 두 작품

1층 옆으로는 넓은 통창을 쓰는 큰 갤러리가 있다. 이곳에서는 웨민쥔부터 백남준, 김환기, 호안미로, 피카소까지 여러 거장의 작품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다. 유일한 입체파 여성화가라 불리는 마리 로랑생의 작품도 상당수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시는 이미 놀랍고 또 흥미롭다. 이는 이승일 전 홍익대 판화과 교수의 소장품이다. 이승일 전 교수는 박수근 등의 작가와 함께 한국판화협회를 결성했던 한국 현대 판화 1세대의 상징적 인물 이항성의 아들이며, 두 부자는 오랜 시간 좋은 작품을 많이 수집해왔다. 이승일 전 교수는 홍익대 박물관장, 국제미술위원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오랜 시간 미술계를 위해 일해왔다. 이들이 보유해 온 작품에는 어딘가 흔하거나 평범하다는 인상이 없다. 같은 예술가의 작품이라도 이 안에는 판화 위주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드로잉이나 다른 형태의 작품도 있지만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작품 구성으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2층 피그먼트를 담아낸 공간

2층으로 들어서면 브랜드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다. 바로 피그먼트의 실제 판매 의상과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디스플레이가 있는 공간인데, 제작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한다는 그들의 이야기와 화이트 컬러를 베이스로 하는 전반적인 색채와 전시처럼 배치한 작업지시서까지 제품에 흥미를 느낄 수 있게끔 담아 놓았다. 한가운데 둔 테이블이 아무래도 포인트인데, 여유와 존재감 두 가지를 모두 잡았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다.

이항성 화백의 작품들
3층 전시장 전경

세 번째 층으로 가면 앞서 이야기한 이항성 미술가의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덜 조명 받은 미술가의 전시를 앞으로도 꾸준히 할 예정이라는 피그먼트 플래그십 스토어는 그만큼 문화적 유산을 존경하고 또 그것을 현시점에서 표현한다는, 상징적 의미와 실질적인 작품 소개 모두 행하는 중이다. 여기에는 판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조형물도 함께 있다. 이항성 화백은 재불화가 1세대이기도 하며 최초의 미술잡지인 신미술 창간, 한국판화협회 창립 등 작품 활동뿐만 아니라 여러 활동으로 미술계 양성에 힘썼다. 그는 해외 여러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했고, 그만큼 국외 여러 기관과 매체를 통해 주목을 받았다. 한국적인 것을 표현하면서도 자신이 살면서 느꼈던 환경의 변화와 서구 국가로부터 받은 영향까지 모두 담아냈다. 의미도 좋지만, 실제로 좋은 작품이 많이 있는데 층을 구성하는 구조 방식도 독특하다. 단순히 큐브 형식에 작품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이항성의 작품에 맞게끔 다양한 층의 구조물을 구성하여 그 위로, 안으로 작품을 품고 있다. 얼핏 보면 복잡한 미로 같지만, 그래서 더 작품을 가까이, 꼼꼼하게 볼 수 있는 동선이다.

4층 공간 전경
4층 곳곳에 있는 피그먼트 제품들
허진의 작가의 작품들

이후 4층은 팔레트(Pallet) 구조물로 구성되어 있다. 내구성과 코어의 균형을 상징하는 팔레트는 피그먼트의 튼튼한 기초를 상징한다고 한다. 팔레트 구조물은 무작정 한 층의 바닥과 벽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간 안을 분리하는 가벽부터 전시를 위한 벽까지 모두 구성하고 있다. 여기에 의류 브랜드를 상징하는 지퍼 형상도 배치하는 등 공간은 문화적인 부분을 증명이라도 하듯 만들면서도 자신들이 의류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지니고 있음을 곳곳에서 드러낸다. 어딘가 거친 인상을 주면서도 힙한 느낌까지 주는 이 공간에는 피그먼트의 의류도 판매하고 있으며 동시에 한편에 신진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기도 하다. 현재는 허진의 작가의 작품이 전시 중이다. 허진의 작가는 사실 신진 작가라고 하기에는 이미 몇 차례 개인전을 치렀을 만큼 관심을 받고 있다. 에곤 쉴레부터 요시모토 나라까지 그림에 따라 조금씩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지만, 오히려 깊이 들여다볼수록 표현 방식이나 내용, 전달하는 작품의 온도에 있어 허진의만의 짙은 아우라와 감성이 느껴진다. 검은색 팔레트가 대부분이고 피그먼트의 제품 역시 흰색이기 때문에 전시 작품이 더욱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5층 전경

마지막 5층은 피그먼트만의 방식으로 업사이클을 선보인다. 가설 구조물을 비롯해 콘크리트와 남은 건축 자재, 버려지는 재료를 활용한 의류와 가벽까지 이들이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한 층을 할애하여 보여준다. 그야말로 거칠고 어둡지만, 공간을 구성하는 벽면이나 천장은 오히려 흔히들 이야기하는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이 아니다. 깔끔하게 잘 마무리된 구조물 속 폐자재를 활용하여 만든 공간이며, 동선도 런웨이를 연상시킨다. 가설 구조물 역시 복잡하지만 세련된 배치를 안고 있다. 마지막 공간은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환경에 관한 고민을 드러내는데 특히나 건축과 의류라는, 아무래도 폐자재나 쓰지 못하는 원자재, 그러니까 쓰레기를 만들 수밖에 없는 형태의 일을 하는 곳이 고민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잊힌 원로작가와 신진작가의 공존, 그리고 한 기업이 10년이라는 시간을 걸어오며 만들어 온 이미지와 문화, 트렌드와 전통을 모두 품겠다는 의지까지 담아내며 단순히 그럴싸하게 폼만 잡는 것이 아니라 탄탄하게 그 내실을 다졌다. 여러모로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기에, 공간 전체를 천천히 둘러볼 것을 권한다.

박준우 객원 필자

장소
PFS:MOF
주소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6길 4-8
헤이팝
공간 큐레이션 플랫폼, 헤이팝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와 브랜드에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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