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브젝트 집중 탐구
- 큐레이터 출신 셋이 만든 온라인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 직접 리서치하고 셀렉한 20여 개의 국내외 아트&디자인 브랜드
- 예술적인 오브제, 지속가능한 오브제: 두 가지의 기준으로 셀렉한 제품들
물건을 애호하는 마음으로
포브젝트(Fobject). ‘Furnishing Object’의 줄임말로 ‘공간을 구성하는 사물’을 조명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미술이론을 전공하고 현대미술 기획자로 일해온 세 명의 큐레이터가 물건을 애호하는 마음으로 뭉쳐 작년 10월 오픈했다.
포브젝트가 다루는 물건들은 두 가지의 기준으로 선별된다. ‘미감과 실용.’ 디자이너, 아티스트, 디자인 스튜디오가 각자의 철학을 가지고 만든 물건 중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일만한 물건들을 수집한다. 현재는 덴마크, 프랑스, 일본, 벨기에, 영국, 한국 등 국적을 막론하고 20여 가지의 브랜드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덴마크의 핸드크래프트 세라믹 공방인 ‘보른홀름 케라믹 패브리크(Bornholms Keramik Fabrik)’의 도자 컵과 주전자, 정교한 품질에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영국의 문구 브랜드 ‘비포 브렉퍼스트(Before Breakfast)’가 만든 페이퍼 클립과 노트패드, 프랑스 아티스트 사비라의 터프팅 러그 브랜드인 사비비셰(Sabi Biche)의 예술적인 러그까지. 누군가의 집들이 선물, 결혼식 선물, 생일 선물로도 제격인 오브제부터 우리 집에 들이고 싶은 리빙 제품까지 다양하게 갖췄다. 포브젝트 홈페이지에는 이들이 편집숍을 운영하며 보고 느낀 일상과 가구 디자인에 대한 리서치를 정리한 ‘에피소드’ 카테고리가 있는 데 이 페이지도 재미가 쏠쏠하다. 물건 이전에 그 디자인과 역사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서일 것이다.
Interview with
포브젝트
정푸르나 디렉터(대표), 장예지 세일즈 매니저, 김연우 PR 매니저
세 분 다 큐레이터라는 공통분모가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같이 일한 이력이 있더라고요.
네, 같은 직장에 다녔던 것이 만남의 시작이었죠. 또 저희의 공통점이라면 유니크하고 실용적인 물건을 좋아한다는 거예요. 정푸르나 대표가 라이프스타일을 기획하는 방법을 도모했고, 지금의 포브젝트가 시작됐습니다.
그럼 역할은 어떻게 나누어져 있나요?
처음에는 모든 것을 같이 붙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분업화가 됐어요. 그래서 지금의 직함이 생겼죠. 제품 리서치는 지금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큐레이터 경력이 포브젝트를 운영하는데 어떤 영향을 주나요?
리서치할 때 도움이 됩니다. (웃음) 워낙 수많은 시각 자료를 보며 시간을 보냈으니 훈련이 된 것 같아요. 운영을 하면서 상품 카데고라이징과 큐레이션이 어떤 점에서는 맞닿은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하지만 판매는 또 다른 영역이니 열심히 배우고 시도하는 중입니다.
지금 약 20여 개의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브랜드도 많은데 어떤 기준으로 찾고 셀렉하나요?
예술성을 많이 보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솔렌느 벨루아는 프랑스의 공예 작가인데 그가 만든 화병을 보면 예술과 오브제의 경계에 있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저희는 그런 사람을 찾고 싶어요. 물론 대중적인 브랜드도 있어요. 왁스를 소재로 조각과 초를 만드는 아티스트 앤 빈센트Ann Vincent처럼요. 캔들은 이제 일상생활에서 친근한 오브제이지만 직접 핸드컬빙(조각)한 섬세한 형태는 색다른 매력을 줍니다.
요즘 많은 편집숍이 있잖아요. 포브젝트만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포브젝트만의 셀렉이요. 저희가 세운 기준은 첫 번째, 예술과 일상 오브제의 경계에 있는 제품. 두 번째, 친환경적인, 지속 가능한 제품이에요. 근데 이 두 가지를 지키는 게 정말 어렵다는 것을 알았어요. 예를 들면 ‘비포브렉퍼스트’ 같은 문구 브랜드는 종이를 가지고 제품을 만드는데 모든 제작 과정에서 친환경적인 방식을 사용합니다. 또 ‘보른홀름 케라믹 패브리크’는 덴마크 보른홀름 지역의 흙으로 제품을 만드는데 흙이 낭비되지 않게 재활용하며 그릇이나 컵을 제작해요. 또 스토리가 흥미로운 브랜드도 있습니다. 요하네스버그를 기반으로 예술가와 디자이너가 협업하는 섬유디자인 스튜디오, ‘섬띵굿스튜디오(Something Good Studio)’인데요. 남아프리카공화국 지역 주민들이 모여 여가 시간에 진짜 물레를 돌려가면서 담요들을 만듭니다.
예술과 생활 사이 경계가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요. 라이프스타일숍이 갤러리를 차리기도 하고, 젊은 작가들이 굿즈를 만드는 것도 흔한 일이 되었죠. 그런 환경에서 포브젝트는 탄생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1주년 때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진행해 볼까 합니다. 여러 장소들을 물색 중에 있어요, 조만간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포브젝트가 추천하는 브랜드 5
앤 빈센트(Ann Vincent)는 벨기에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왁스를 소재로 한 조각과 캔들 작업을 중점적으로 하는 아티스트입니다. 왁스라는 재료가 지닌 매력과 조각에 대한 애정으로, 다양한 모양과 형태가 어떻게 조합되는지 실험합니다. 그 형태는 손으로 만들어진 사물의 본질을 드러냅니다. 완성된 캔들은 조각적인 오브제일 뿐 아니라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형태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모든 캔들은 소이 왁스를 혼합하여 제작하며, 왁스를 틀에 붓고 굳힌 후에 조각용 칼로 마감합니다. 때문에 독특한 디테일이 돋보이며, 캔들 간의 작은 불규칙성은 수제품의 특징입니다.
마모(MAMO)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조나단 모스카(Jonathan Mosca)와 칵테일 믹솔로지스트 알리 막스(Arley Marks)의 디자인 컬래버레이션으로 탄생했습니다. 두 사람의 협업으로 탄생한 마모의 하프톤 유리잔은 2019년 Architectural Digest Cleverest Awards, 뉴욕타임스의 홀리데이 기프트 추천 제품으로 선정되는 등 많은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하프톤 유리잔(Halftone Glass)은 상단과 하단의 컵을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상단 큰 컵은 와인이나 칵테일을 담아 서빙하기에 적당하며, 받침대로도 사용 가능한 하단의 작은 컵은 위스키와 같은 독주의 샷잔이나 칵테일 제조 시 재료를 계량하기에 적절합니다.
사비 비셰(SABI BICHE)는 벨기에 브뤼셀에 거주하는 프렌치 아티스트, 사비라(Sabira)의 터프팅 러그 브랜드입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인 사비라의 작업은 그래픽 실험을 통한 시각적 구성이 돋보입니다. 그녀에게 터프팅의 프레임은 캔버스가 되고, 다채로운 색상과 추상적이고 비유적인 형태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요소가 됩니다. 집 안의 바닥뿐 아니라 벽걸이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독특한 러그의 탄생 과정은 100% 수작업으로 이루어집니다. 각 제품 콘셉트의 도안부터 터프팅, 마무리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작가의 따듯하고 창의적인 손길이 느껴집니다.
솔렌느 벨루아(Solenne Belloir)는 프랑스 파리의 도예 작가로, 자연과 거리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모든 식물들, 특히 줄기와 나뭇가지는 형태의 기원으로 그의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구성요소입니다. 작품을 디자인할 때 그는 두 가지의 상반되는 개념을 결합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조각의 일부는 땅을 딛고 있어야 하고, 그 끝은 나는 것처럼 가벼워야 합니다. 작가는 고온의 점토를 재료로 하며 그로그나 화이트 샌드스톤, 블랙 샌드스톤을 번갈아 사용하거나 점토에 색을 입힙니다. 예술과 오브제 그 사이에 있는 완벽한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썸띵굿스튜디오(Something Good Studio)는 남아프리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를 기반으로 하는 예술가와 디자이너가 협업하는 섬유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웰빙, 행복 등의 가치를 장려하기 위해 예술과 디자인을 사용하며, 그들의 제품을 통해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여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젊은 디자이너 디오네 라베(Deoné Rabe)가 디자인한 트위스트 앤 턴즈(Twists & Turns)는 포브젝트에서 선보이는 썸띵굿스튜디오의 첫 번째 담요입니다. 100%면을 재료로 촘촘하게 제작된 부드러운 촉감과 양면으로 사용 가능한 핑크색과 다홍색 배경과 패턴의 화사한 디자인이 특징입니다.
글 이소진 수석 기자·콘텐츠 리드
자료 제공 포브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