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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4

저절로 지갑이 열리는 부산의 디자인 숍 5

참새는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법!
지난 12일 막을 내린 부산 디자인 위크의 아쉬움을 달래 줄 부산 디자인 로드를 소개한다. 지갑을 열지 않고서는 나갈 수 없는 매력적인 디자인 숍을 꼽았다.

오랜지바다

오랜지바다 외관 전경
오랜지바다 실내 모습

광안리 해변길에 자리한 오랜지바다는 부산과 바다, 지역 이야기가 담긴 엽서와 우편 디자인 제품을 판매하는 선물가게이다. ‘모두가 작가가 될 수 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마을 주민과 청년 작가, 지역 작가가 제작한 창작물을 판매한다.

 

시그니처 프로그램 ‘내 맘대로 엽서’에서는 지역 신진 작가뿐만 아니라 부산을 찾는 관광객도 디자인 생산자로 참여할 수 있다. 공간 한편에 마련된 공간에서는 엽서 디자인을 위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림이 선정되면 디자이너의 보정을 거쳐 엽서, 마그넷 등 다양한 기념품으로 제작되기도 하는데 해당 그림의 작가는 소정의 창작료를 지급받는다. 말 그대로 누구나 디자이너가, 작가가 될 수 있는 것.

 

‘ㄱ자’ 구조의 1층 매장에서는 엽서와 더불어 수공예 상품, 문구, 액세서리, 섬유 제품 등 다양한 디자인 상품을 만날 수 있다. 다소 협소한 공간이지만 아기자기한 디자인 상품과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광안리 해변을 거닐며 나만의 혹은 우리만의 기념품을 마련하기에 제격이다.

뉴포트 부산

뉴포트 부산 실내 모습
뉴포트 부산에서 소개하는 엽서와 포스터

부산 힙스터의 성지 전포동을 기반으로 활동해 온 로컬 일러스트레이션 스튜디오 카멜앤오아시스가 남천동에 새로운 공간을 열었다. 이름하여 뉴포트 부산. 1층은 카페 공간으로, 2층은 카멜앤오아시스 스튜디오와 작가 및 브랜드 팝업 전시를 위한 공간으로 구성했다.

 

뉴포트부산은 재즈, 커피, 커뮤니티 세 가지 키워드를 내세운다. 특히 재즈&소울 음악과 커피 향으로 가득한 1층 공간의 콘셉트는 오랜 기간 재즈 음악을 즐겨 온 강태영 디렉터의 취향을 반영했다. 뉴포트라는 이름도 재즈와 무관하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는 미국 로드아일랜드주의 도시 ‘뉴포트’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1층과 2층에 거쳐 곳곳에서 카멜앤오아시스가 디자인한 포스터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동물, 음악, 부산 등 시즌별로 특정 주제를 채택한 포스터는 전포동 시절 카멜앤오아시스를 절로 떠올리게 한다.

빈티지아이 콜렉터스 클럽

빈티지아이 콜렉터스 클럽 외관
빈티지아이 콜렉터스 클럽 실내

부산의 원도심 중앙동에 자리한 빈티지아이 콜렉터스 클럽은 유서 깊은 시계 브랜드 빈티지 모델을 수입해 복원하여 판매한다.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빈티지 워치 마니아들에게 성지와도 같은 곳.

 

빈티지 시계를 선별한 후 자사 시계 전문 엔지니어를 통해 엄격한 감별 과정을 거쳐 복원을 진행한다. 이를 위해서는 오리지널 시계와 브랜드에 대한 이해와 뛰어난 복원 기술력과 풍부한 경험이 필요한데 이 모든 걸 충족하는 곳은 국내에서 빈티지아이 콜렉터스 클럽을 제외하고 찾기 어렵다.

 

“빈티지는 세월을 품고 있습니다. 특정 시대의 유일한 증거이기도 하죠. 그렇기에 지난 시대에 대한 향수이자 그 마음에 대한 진정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긴박하게 지나간 많은 순간과 물건들 사이에서 빈티지 시계는 단순한 물건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빈티지아이 컬렉터스 클럽을 이끄는 송인준 대표의 말이다.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한 원도심에 자리한 점도 눈여겨볼 점이다. 빈티지아이 콜렉터스 클럽을 기점으로 중앙동 일대를 다니며 빈티지 투어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메이드프롬

붉은색 벽돌 외관이 인상적인 메이드프롬
식기, 조명, 엽서, 의류, 패브릭 등 다양한 빈티지 소품이 가득하다.

광안리 해변에서 멀지 않은 골목에 자리한 메이드프롬은 조명, 그릇, 거울, 엽서, 가방 등 다양한 빈티지 아이템을 판매한다. 가게 내부를 가득 메운 빈티지 아이템 중에서 보물찾기 하듯이 마음에 쏙 드는 걸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공간에 얽힌 과거 이야기. 쌀집에서 동네 슈퍼로, 동네 슈퍼에서 구멍가게로, 구멍가게에서 빈티지 숍으로 이어져 왔다. 그래서일까. 같은 공간이지만 사람들마다 기억하는 공간의 마지막 모습이 다른 점도 흥미롭다. 과거에서부터 이어져 온 빨간색 벽돌과 메이드프롬이 새롭게 쌓아올린 빨간색 벽돌이 구분되는 외관도 인상적이다. 가게에 놓인 소품들뿐만 아니라 가게 그 자체가 빈티지 역사를 지닌 점이 가장 큰 특징!

롤로와영도

롤로와영도 외관
롤로와영도 실내

최근 부산에서 가장 핫한 지역인 영도.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봉래시장 근처에 자리한 롤로와 영도는 커뮤니티 그로서리, 그러니까 동네 식료품점이다.

 

살고 싶은 동네에는 일상을 채우는 괜찮은 가게가 있기 마련. 롤로와영도는 영도에서 살아가는 MZ 세대에게 일상에서 필요한 가게가 되고자 한다. ‘놀러 와’라고 읽히는 가게 이름도 이러한 배경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언제든지 편하게 놀러 오라는 경쾌한 발음이 인상적이다. 롤로와영도는 해외와 로컬에서 가져온 식료품과 라이프스타일 굿즈를 소개한다.

 

롤로와영도를 찾는 소비자에게 소개하기 위한 제품을 고르는 기준도 까다로운 편. 믿을만한 품질, 합리적 가격, 히스토리와 오리지널리티를 지켜오는지 그리고 생산자의 신념이 제품에 어떻게 녹아들어있는지를 살펴본다. 더불어 신선한 시각적 자극을 주는 디자인 패키지와 아이디어도 중요하다.

 

부산과 영도라는 키워드가 스토리로 이어질 수 있는 식료품을 골라 재해석하는 점도 흥미롭다. 예컨대 ‘부산’이라는 지명에 있는 가마솥 부(釜)가 ‘자염(煮鹽)’방식으로 소금을 만들던 큰 가마솥에서 유래했다는 스토리를 활용해 영국 말돈지역의 자염인 말돈 솔트를 소개하는 방식. 단순히 식료품점뿐만 아니라 먹고 마시며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가는 로컬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되는 점도 인상적.

이정훈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오랜지바다, 뉴포트 부산, 빈티지아이 콜렉터스 클럽, 메이드프롬, 롤로와영도

이정훈
독일 베를린에서 20대를 보냈다. 낯선 것에 강한 호기심을 느끼며 쉽게 감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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