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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22-04-28

서울에서도 무사, 책방 무사 서울점

육지에서도 무사하세요

장소책방무사 서울점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29길 20)

살면서 아무 일이 없을 수야 없겠지만, 아무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란 분명히 있다. 무사(無事)라는 말이 기어이 온기를 품는다면 그래서이지 않을까. 덤덤하되 차갑지 않은 이 말을 이름으로 삼은 서점을 소개한다. 2015년 서울에서 시작해 2017년 제주로 자리를 옮긴 ‘책방 무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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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책방 무사

 

지난해 11월 책방 무사 서울점이 마포구 서교동에 문을 열었다. 책방 무사 서울은 제주와 따로 또 함께하며 책과 음반을 안내하고, 재미난 일들을 벌인다. 홍대앞 골목에 자리한 이 책방엔 모든 것이 꼭 알맞게 놓여 있다. 서점을 지키는 이의 눈길이 느껴지는 책, 책이 놓인 가구, 크고 작은 식물과 조명…. 요조 책방 무사 대표에게 자연스러워 힘이 있는 이 공간에 대해 물었다.

 

 

Interview with 요조
책방 무사 대표

 

사진 제공: 책방 무사

 

제주 서귀포 수산리에 자리한 책방 무사 제주에 이어 서울 홍대앞에 서울점을 열었습니다.

서울로 (다시) 진출하겠다는 꿈은 특별히 없었는데요, 우연히 좋은 기회가 되어 제 소속사(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와 이런저런 재미있는 것들을 책방에서 함께 도모해보기로 하면서 이렇게 되었네요. 다소 충동적으로 일어난 일입니다.

 

 

드넓은 서울 중에서도 홍대앞, 경사로에 비스듬히 자리한 곳이에요. 그곳에 자리 잡은 이유가 있나요?

방금의 대답과 맥락이 이어지는 것 같은데, 바로 맞은편이 제 소속사 사무실이기 때문입니다. 너무 단순하고 간단한 이유이지요…?

 

서울점 입구. 액자 속 사진은 책방 무사 제주의 모습. 사진 제공: 책방 무사

 

빛 고운 나무와 오래돼 보이는 조명, 식물이 있는 내부가 정말 아늑했습니다. 이곳을 구상할 때, 어떤 느낌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책방 무사 제주의 콘셉트를 유지하면서도 조금은 모던한 느낌도 주고 싶었어요. 기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우드와 빈티지로 공간을 구성하고 벽 색깔을 회색빛이 도는 하늘색으로, 마냥 너그러운 공간이 아니라 약간은 깡깡한 무드를 시도했습니다.

 

사진 제공: 책방 무사

 

공사를 소목장세미와 함께했다고요. 세미 님과 함께하게 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세미 님의 손이 닿은 영역을 소개해주세요.

오래전부터 세미 님의 팬이었습니다. 오다가다 마음에 드는 공간이 있어 알아보면 대개 세미 님의 손을 거쳤더라고요. 책방 무사 서울을 준비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세미 님이 떠올라서 고민 없이 연락드렸고, 바쁘신 와중에도 흔쾌히 응해주셨어요. 너무나 만족스러운 결과물에 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나무로 된 기본 서가들은 모두 세미 님의 손을 거쳤습니다.

 

공사 중 풍경. 사진 제공: 책방 무사

 

내부가 아주 넓지 않고 무척 조용했는데도 책을 고르기 편안했습니다. 서점원의 시선이 잘 느껴지지 않는 공간 구조와 동선 덕분이었던 것 같아요. 동선과 가구 배치를 구상할 때 중요하게 여긴 점이 있나요?

서점을 준비할 때마다 점원과 손님의 시선이 부딪히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제주도 매장도 둘러보는 공간과 계산하는 곳이 분리되어 있는데요. 그것은 서점원을 위해서이기도 하고 손님을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책방 무사 서울을 준비하면서 온라인 서비스에 좀 더 신경을 써보기로 한 것도 공간 구성에 영향을 끼친 부분입니다. 제주에서는 비싼 택배비 때문에 택배를 보내는 것도 받는 것도 늘 죄송하고 조심스러웠어요. 전체 택배 업무를 서울 매장에서 관리하기 위해 서점원의 공간이 반드시 여유 있어야 했습니다. 세미 님께서 공간 분할을 완벽하게 해주셔서 안쪽 공간이 널찍합니다. 물론 서점원들은 각종 택배 상자들 때문에 넓은 공간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만….

 

사진 제공: 책방 무사

 

공간을 채우는 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종이와 먹에서 나는 향 같기도 하고… 서점과 참 잘 어울렸어요.

우연히 디퓨저 도매상 앞을 지나다가 즉흥적으로 시도해본 일이었는데 지금은 무사의 효자 상품(!)이 되었습니다. 코가 마비되도록 시향을 하면서 고른 제품이었는데 특별히 어떤 향이었으면 좋겠다기보다 그 향이 그냥 마음에 들었습니다. 같은 향의 룸스프레이와 섬유탈취제도 론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디퓨저만큼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굿즈가 놓인 쪽. 디퓨저와 양말이 보인다. 사진 오른쪽은 기부받은 천 가방들. 책방 무사에서는 안 쓰는 천 가방을 기부받아 손님이 구매한 책을 담아주는 데 사용한다. ⓒ yuyoung kim

 

음악은 LP로 틀고 있지요, 턴테이블로 음악을 트는 이유가 있을까요? 어떤 음악을 틀려고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LP가 주는 확실하고 특별한 무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음악을 플레이하기 위해 행하는 약간의 수고가 음악을 더 기분 좋게 들리게 해주는 것 같기도 하고요. 동그란 바이닐이 뱅글뱅글 돌아가는 시각적인 쾌감도 정말 근사합니다. 주로 옛날 음악을 트는 편입니다. 장르를 특별히 가리지는 않지만 책을 고르는 일에 방해가 될 만큼 정신을 흔드는 곡은 지양하고 있습니다.

 

사진 제공: 책방 무사

 

책의 큐레이션에서 주인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권, 여성, 동물, 기후 등의 주제와 소설, 시, 철학 등의 장르가 눈에 띄었어요. 책방에 들여오는 책을 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책방 주인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영역입니다. 최근에는 다른 서점원들도 입고하고 싶은 책을 같이 주문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앞으로 큐레이션이 더욱 입체적이 될 듯합니다. 실제로 책방 무사 서울은 제주보다 훨씬 다양한 사진집과 아트북이 판매되고 있는데 그것은 책방 무사 서울에서 근무하고 계신 정태용 님의 영향입니다. 책방 무사 제주에서는 음악을 즐기는 방식이 훨씬 견고하고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것은 제주에서 근무하고 계신 최호현 님 덕분이고요. 모든 공간이 그렇지만 책방은 그 공간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의 색깔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 yuyoung kim

 

책방 가운데의 넓은 좌대, 벽의 높은 책꽂이, 출입문 옆의 낮은 책꽂이 등 책이 여기저기 꽂혀 있어요. 구역마다 담당하는 역할이 다른가요?

공간이 넓지 않은 관계로 최대한 수납공간을 영리하게 구상해야 했는데요. 세미 님과 함께한 덕에 다양한 구역이 알차게 만들어졌습니다. 높은 책꽂이는 책방의 정면을 담당하는 곳이자 공간을 분리하는 벽의 역할을 병행하는 구역입니다. 판매하는 책들이 골고루 꽂혀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책방의 정면에서 보이는 높은 책꽂이는 공간을 분리하는 벽의 역할도 한다. ⓒ yuyoung kim

 

가운데를 차지하는 넓은 책상은 제가 제주에서 사용하던 책상이었는데 서울로 가져온 것이에요. 새로 입고한 책이 처음 선보여지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출입문 옆 낮은 책꽂이에는 제가 특별히 애정하고 오래 두고 싶은 책들을 작가별로 웅큼 웅큼 모아두었습니다. 아무래도 눈에 덜 띄기 때문에 사람들이 쉽게 발견하지 못하는 곳이기도 한데 막상 그곳을 발견하면 한참 동안 쭈그려 앉아 계시는 곳이기도 해요.

 

새로 입고한 책을 처음 선보이는 넓은 책상. 사진 제공: 책방 무사
출입문 옆으로 낮은 책꽂이가 있다. ⓒ yuyoung kim

 

현재 책방에 있는 책과 음반 중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요? 그 이유도 함께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이기도 한데요. 최문자 시인의 첫 산문집인 <사랑은 왜 밖에 서 있을까>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시인이 쓰는 산문은 마치 늘려 읽는 시 같아서 산문을 읽는지 시를 읽는지 행복한 헷갈림에 빠지지요. 시와 데면데면한 분이 있다면 이 책으로 시와 첫인사를 나누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음반 중에서는 ‘사공’이라는 뮤지션의 앨범을 추천합니다. 추천해드릴 때마다 모두 사랑에 빠지는 뮤지션이에요. 추천할 때마다 제가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요.

 

턴테이블과 음반이 놓인 쪽. ⓒ yuyoung kim

 

회원제로 운영하는 책 대여 서비스를 곧 시작한다고요. 멤버십에 대해 조금 더 알려줄 수 있나요? 서점에서 진행하는 책 대여 서비스는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데, 이 아이디어를 떠올린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단순하게 말씀드리자면 책방 무사와 각별한 관계를 맺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타 다른 멤버십들처럼 책이나 음반, 공연과 워크숍에 할인을 해드리고 독서 모임에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특혜도 포함이 되어 있지만 그것보다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멤버들과 함께 돈독한 커뮤니티를 이루는 일입니다. 함께 공부하고, 함께 놀고, 함께 슬퍼하고,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작은 집단을 꿈꾸고 있습니다. 책을 대여하는 일은 그런 마음에서 시작해보는 것입니다. 무언가를 빌려준다는 것은 다시 돌려받는다는 것이 전제된, 그러니까 다시 만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행위이잖아요. 그 ‘다시 만남’을 위해 떠올려본 아이디어였습니다.

 

회원제 전용 대여 서비스 책장 ⓒ yuyoung kim

 

김신회, 임경선, 윤가은 등의 창작자들이 일일 서점원으로 일하고, 책 만들기, 아이패드 드로잉 수업 등도 진행해요. 또 어떤 일들을 준비하거나 상상하고 있나요? 제주와 서울의 교류 이벤트도 기대해볼 수 있을까요?

책방 무사 제주와 서울은 보통 독자적으로 이벤트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만 종종 함께 기획할 때도 있습니다. 얼마 전 세월호 8주기에는 책방 무사 제주와 서울에서 합동 독서회를 열기도 했고, 곧 책방 무사 제주의 서점원과 서울의 서점원이 2주간 일터를 바꿔 근무하면서 제주에서 했던 모임을 서울에서, 서울에서 하던 일을 제주에서 도모해볼 생각입니다.

 

책방 무사 서울에서는 일일 서점원과 작은 독서 모임들, 그리고 워크샵 프로그램 중심으로 진행될 듯하고요. 제주에서는 매주 진행하고 있는 음감회를 비롯 큰 규모의 북토크, 라이브공연 등을 추가로 준비해볼 예정입니다. 책방 무사의 상상 중에는 수산리 영화제, 수산리 노래자랑처럼 수산리 주민분들과 함께하는 잔치들이 있는데요. 얼른 상황이 좋아져서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아주 짜릿할 것 같습니다.

 

사진 제공: 책방 무사

 

책방 무사가 어떤 곳으로 다가가길 바라는지 물으며 마치겠습니다.

글쎄요, 그 생각은 안 해봤습니다. 그저 좋게 생각해주시면 감사할 뿐입니다.

 

나를 포함해 작은 동네 책방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대부분 이런 아날로그가 주는 ‘옹기종기함의 힘’을 가장 우위에 놓을 것이다. 월세도, 인건비도, 공과금도, 책장도, 바닥도, 천장도, 조명도, 진열된 책들도, 엽서도, 천 가방들도 그런 마음으로 준비할 것이다. 그 옹기종기함을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느끼고 싶어 할 것이다.

 

요조 <오늘도 무사>, 북노마드, 2018, 200쪽

 

 

김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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