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20

일상의 소재를 화폭에 담아내다

<영국 현대미술의 거장: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展>
영국 현대미술의 거장이자 개념미술의 선구자인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b.1941)의 1970년대 초기부터 2022년 신작까지 그의 작업을 총망라하는 작품을 선보이는 세계최초 대규모 전시가 8월 28 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개최된다.

알아 두고 관람하면 좋을 포인트 3

▶ 초기작부터 2022년 최신작까지,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예술 인생을 엿볼 수 있는 회고전

▶ 회화, 설치, 디지털 미디어, 드로잉, 판화 등 150여점의 원화

▶ 선명한 검은 윤곽선에 대담한 색으로 면을 채운 크레이그 마틴식 회화, 그리고 영국의 개념미술

Untitled (desire), 2008_ⓒ Michael Craig-Martin. Courtesy of Gagosian.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개념미술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은 1960년대부터 성행한 개념미술, 미니멀리즘, 팝 아트를 두루 섭렵하며 여러 장르의 작품을 선보여 왔다. 꾸준히 실험한 결과 인생의 구심점이 된 70년대 초, 일상의 사물을 이용한 개념미술이 그의 존재를 알리게 되었다. 생각의 전환으로 실제 대상보다 작가의 의도를 강조하여 오브제를 표현한 작품은 영국 현대 미술계에 주요 전환점을 제시했다. 90년대 들어서 본격적으로 그의 시그니처 스타일이라 불리는, 검은 윤곽선에 대담한 색으로 면을 채우고 원근법을 무시한 구도를 구체화하는 기법의 크레이그 마틴식 회화가 탄생했다. 사물의 윤곽만을 강조한 대형 조각들 또한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Les Meninas II, 2001, Acrylic on canvas, 274 x 223.5 cm ⓒ Michael Craig-Martin. Courtesy Gagosian.
전시에서 주목해야 할 점

 

이번 전시는 작가가 아시아 최초로 선보이는 개념미술의 대표작 <참나무(An Oak Tree, 1973)>를 포함하여 6개의 주제로 섹션을 나누어 구성했다. Exploration(탐구: 예술의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 Language(언어: 서사를 부여하지 않는 도구, 글자), Ordinariness(보통: 일상을 보는 낯선 시선), Play(놀이: 자유롭게 넘나드는 예술적 유희), Fragment(경계: 축약으로 건네는 상상력의 확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Combination(결합: 익숙하지 않은 관계가 주는 연관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계 최초 대규모 회고전인 만큼 보기 힘든 초기 작품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여기에 국내 전시만을 위해 제작한 디지털 자화상과 스페셜 판화, 로비를 가득 채운 빅 사이즈의 월 페이퍼 작품으로 볼거리가 가득하다.  

특히 82세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예술 인생을 총망라한 회고전이며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고시안 디렉터 한나 프리드버그가 방한하기도 했다. 이번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전은 스페셜 오디오 도슨트 아스트로(ASTRO) 멤버이자 배우 차은우, 1세대 전시해설가 김찬용 도슨트와 함께하여 특별함을 더한다.

Private Dancer, 1984, Steel rod and oil paint on aluminum, 247.7 x 175.3 x 61 cm ⓒ Michael Craig-Martin. Courtesy Gagosian.
  1. 1. Exploration: 탐구

예술의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첫 개인전 데뷔작인 <참나무(An Oak Tree,1973)>가 전시되어 있다. 그의 인생과 영국 개념미술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된 작품. 이를 포함해 70년대와 80년대 초기 작품들을 보며 그의 아이디어 탐구 과정을 엿본다.

 

  1. 2. Language: 언어

서사를 부여하지 않는 도구, 글자

마이클이 글자를 이용하여 독창적으로 구성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그에게 글자란 또 다른 화면을 구성하는 매개체일 뿐 다른 의미부여나 주어진 상황은 없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화면을 윤곽만이 강조된 사물들과 원근법을 상실한 글자들로 꽉 채운다.

 

3. Ordinariness: 보통

일상을 보는 낯선 시선

이번 전시의 부제와 가장 맞닿아 있는 우리가 경험하는 일상생활의 즐거움, 아름다움,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 관이다. 우리의 현실과 깊게 연관되어 많은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1.  
  2. 4. Play: 놀이

자유롭게 넘나드는 예술적 유희

놀이는 자유롭게 표현한 흔적으로 드러내며, 동시에 절제의 흔적도 보여준다. 작품을 회화화 하기 전 단계의 드로잉들을 공유하고, 여러 가지 스포츠들을 해석한 그의 색다른 조화를 느낄 수 있다.

 

  1. 5. Fragment: 경계

축약으로 건네는 상상력의 확장

마이클에게 예술은 상징적인 것이 아니라 시라고 표현한다. 경계관의 작품들은 일상의 평범한 오브제들이 마치 특별하게 보이도록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1.  
  2. 6. Combination: 결합

익숙하지 않은 관계가 주는 연관

사물은 각자의 위치에서 마치 이야기를 주고받는 듯이 스토리텔링의 가능성을 부여한다. 그는 전시장 내 작품들까지 서로 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한다. 결국엔 그의 작품으로 관람객과 나누고 싶은 것, 바로 소통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곳이다.

ⓒMichael Craig-Martin_Photo by Caroline True,2014
Interview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과 대화하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 中 발췌,

H(Hans Ulrich Obrist): 이번 전시는 회고전인가요, 아니면 최근작 전시인가요?

 

M(Michael Craig-Martin): 이번 전시는 내 생애 가장 큰 규모의 전시입니다. 최근 30년의 작업에 중점을 둘 것이지만 확실히 회고전입니다. 이번 전시 중 가장 초기 작품은 1970년대 작품들입니다. 저에게는 아주 특별한 일이죠. 이전에도 회고전을 두 번 치른 적이 있는데, 이렇게 자신의 인생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사람은 드물죠. 20대에 만든 작품과 80대에 만든 작품이 한 공간에 있게 됩니다. 이들을 한데 모으는 것은 회고전을 할 수 있는 예술가들만이 갖는 특권입니다.

H: <An Oak Tree>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줄 수 있나요?

 

M: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의 많은 예술가가 그랬던 것처럼 당시 나도 예술 자체의 본질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예술과 예술이 아닌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고민이 많을 때였습니다. 나는 예술의 문턱이 어디인지, 예술 작품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요소가 무엇인지를 탐구했죠.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작품을 만들자고 생각했습니다. 유리잔에 물을 부었고, 그게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관람자에게 상상력을 요구하죠.  내가 물잔의 형태를 바꾸지 않고 참나무로 바꾸었다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관람자에게 상상력을 발휘하라고 요청한 거죠. 상상력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예술은 표현하고 하는 대상과는 다른 것을 만드는 일입니다. 이 작품에서의 물컵과 참나무의 관계는 ‘신발을 그린 그림’과 실제 신발의 관계와 같습니다. 실제 신발은 사실 그림과 많이 다릅니다. 그림에는 실제 신발이 없죠. 우리는 신발에 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모든 이미지 메이킹의 핵심이자 시작입니다. 이미지 메이킹 없이는 우리의 세계가 없습니다. 우리의 세계는 이러한 능력 위에 구축되었으며 그 능력은 ‘우리’ 안에 있습니다. 우리의 세계는 이미지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안에 있습니다.

Cassette, 2002, Acrylic on canvas, 289.6 x 208.3 cm ⓒ Michael Craig-Martin. Courtesy Gagosian.

H:  1976년, 당신의 작품은 전화기를 맞은 것 같았습니다. 3차원 작업물을 2차원 작업물로 옮겨졌고, 그 즈음부터 선으로만 작업을 하기 시작했죠. 이후로 그리는 방법은 변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작가로서 중요한 시기였을 거 같은데 기억하십니까?

 

M: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처음으로 종이에 연필로 그림을 그렸던 때를 기억합니다. 그때 연필 드로잉은 너무 개인적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것처럼 비개인적인 그림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나는 드로잉에 테이프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테이프 드로잉은 어떤 의미에서 완벽한 드로잉이죠. 이 드로잉들은 매우 단순하지만 오브제를 축약하지 않아요.  만화도 아니고, 스케치도 아닙니다. 이것은 특별합니다. 사물을 전통적인 시각이 아닌 새롭게 이미지 메이킹하는 시각으로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하니까요.

H: 돌이켜보면, 당신 작업의 특징 중 하나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과, 오디오 카세트와 같은 오브제의 퇴화를 짚어준다는 것입니다. 이제 오디오 카세트는 거의 유물과 같죠. 당신 작업에서 일종의 시대상이 표현되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M: 처음 오브제를 그리기 시작했을 때는 한 사람의 일생이나 역사의식에 따라 거의 변하지 않을 사물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물들은 내 생각보다 빨리 변하더군요. 현대 사회에서 사물들은 매우 빠르게 변하고, 사물의 본성-원래의 쓰임새도 변하죠. 오브제들은 우리가 세상을 보는 시각, 우리 자신을 상상하는 방식을 반영하므로 내 그림 속 오브제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극적으로 변합니다. 내 작업은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에 대한 일종의 기록이죠. 이 오브제들을 통한 세계의 역사를 알 수 있습니다.

후원  주한영국대사관, 주한영국문화원

협찬  노루페인트

김소현 기자

자료 제공 UNC

프로젝트
<영국 현대미술의 거장: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展>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F 제 1, 2 전시실
주소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2406
일자
2022.04.08 - 2022.08.28
주최
UNC(대표 홍호진)
주관
UNC(대표 홍호진)
링크
홈페이지
김소현
호기심이 많아 궁금한 게 생기면 몸이 먼저 반응하는 ENFP. 그저 잡지가 좋아 에디터가 되었고 글 쓰기가 좋아 몇 년 째 기자를 하고 있다. 즐겁게 읽히는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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