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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5

성수동 이층집에서 즐기는 여행지의 향과 소리

아카이브 앱크와 레몬의 만남.
선베드에 눕는다. 카세트 플레이어의 재생 버튼을 누른다. 사운드 필로우에 머리를 기댄다. 귓가에 울리는 파도 소리를 느껴본다. 그간 잊고 지냈던 나른한 기억과 설렘의 순간으로 되돌아간다.

아카이브 앱크 Archivépke 쇼룸이 전개하는 두 번째 전시 <잔향殘響>을 즐기는 방식이다.

레트로 가젯 콜렉팅 브랜드 ‘레몬’과의 협업 전시로, 아카이브앱크의 21 SS컬렉션의 콘셉트인 ‘향의 파편 l'éclat de encens'을 남아있는 소리 '잔향(殘響)'으로 재해석했다.

 

전시가 열리는 ‘아카이브 앱크 아틀리에’는 브랜드의 페르소나 같은 공간이다. 서울숲 근처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하는데, 마치 누군가 실제로 거주하며 생활하는 듯한 정취를 풍긴다. 쇼룸이 첫선을 보였던 전시 <취향의 조각들>에서 이러한 분위기를 극대화했다면 <잔향>에서는 이국적인 감각으로 휴식을 선사하는 데 집중한다. 코로나 19로 인해 여가 생활에 많은 제약이 생겼지만, 풍경 속에 녹아든 ‘향’과 ‘소리’를 접하는 것만으로도 지난날의 휴가를 추억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연출했다.

 

 

이번 전시는 청량하고 투명한 바닷속에 도달하는 여정과도 같다. 꽃과 나무가 무성한 마당을 지나 양옥집 2층에 들어서는 순간, 파도가 풀썩이는 소리가 들린다. 중력과 반대되는 혁신적인 형태를 취한 디아톤의 ‘버티컬 턴테이블’이 내는 독특한 울림이다. 발걸음을 옮겨 전시장 한편에 자리한 작은 방에 들어가면 여행지에서 둥둥 떠다니며 느꼈던 아득한 감정들을 맛볼 수 있다. 파도의 포말 같은 흰 믹서, 투명한 아크릴 스피커와 그 너머로 보이는 녹음 우거진 풍경은 그 자체로 풍요롭고 충만하다.

 

 

‘레몬’ 김보라 공동대표는 “해변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넉넉한 여행의 추억을 선사하고자 했다. 저녁나절 바람이 불던 해변의 공기, 얇은 카디건만 걸치고 호텔 앞 카페에 앉아 듣던 노래, 쏟아지는 졸음과 뜨겁게 달궈진 까끌한 모래알… 해변의 소리와 이국의 말로 부른 노래, 막 짜낸 과일 주스 같은 향들이 우리의 푸석한 일상을 위로하기를 바란다.”라며 공간 연출의 의도에 대해 전했다. 관람객들은 턴테이블로 재생하는 자연의 소리와 70·80년대 브라질 음악을 들으며 생생히 기억나는 감각의 시간을 경험하게 된다. 전시장에서는 레몬의 빈티지 음향기기들과 ‘향’을 모티브로 한 아카이브 앱크 아이템들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정인호

자료 협조 아카이브 앱크

장소
아카이브 앱크 아틀리에(서울시 성동구 서울숲 4길 7)
일자
2021.04.29 - 2021.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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