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14

여백이 만들어 낸 조형적인 예술

성시경 X 한남, 2인전 <투투 Two 透>
때론 가득 채워진 것보다 비어 있는 공간에 많은 의미를 둔다. 공백을 표현하는 예술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성시경, 현남 작가의 2인전 <투투 Two 透>를 소개한다.

관람 포인트 3

▶  작품의 빈틈 사이로 바라보이는 다른 작가의 작업물

▶  성시경 작가가 의식하며 표현한 공백의 의미, 겹겹의 붓질로 표현하기 어려운 선들의 섬세함

▶  현남 작가가 축경으로 들여다본 아주 디테일한 자연의 풍경

작품의 빈틈 사이로 들여다보이는 다른 작가의 작품

 

<투투 Two 透> 전시 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 숫자 2의 의미가 많이 담겨있다. 먼저 성시경, 현남 두 명의 작가, P21과 휘슬 두 곳의 공간, 그리고 두 개의 구멍이라는 주제를 다뤘다. 전시는 성시경의 회화와 현남의 조각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공간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각자의 작업물에서 여백이 되는 조형적 요소가 공간에서 어떻게 그려지며, 기능적인 부분에서 얼마나 확장할 수 있는지를 실험한다. 또한 서로의 작업물의 빈 곳을 투과(透)하여 바라보여지는 새로운 장면을 도출해 보고자 하는 시도로 기획되었다.

P21에서 선보이는 성시경의 신작은 텅 빈 캔버스에 집중하여 여백을 채워나가는 방식으로 완성한 작품이라 새롭다. 구체적인 이미지 또는 서사를 먼저 정하고 그려냈던 성시경의 기존 작업 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탄생한 것이다. 캔버스에 채워지는 물감의 텍스처를 빈 곳을 의식하며 작업했고, 그 결과 붓 자국이 전혀 없는 공백이 자연스럽게 조형미를 갖춘다. 휘슬에서는 공백을 표현하는 흰 물감에 초점을 둔 작품 위주로 전시되어 있다. 물감으로 형태를 그린 후 그 위에 흰 물감으로 덮어 붓질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미세한 선을 형성한 것이 특징. 또한 화면 전체를 흰 물감으로 완전히 칠해 촉촉한 표면을 만들고 건조되기 전 붓과 물감으로 ‘움직임’을 표현했다.

현남은 조각을 통해 풍경을 다룬다. 조각은 특성상 광대한 풍경을 담기 힘들다고 생각하지만, 현남은 사물이 축소되어 보이는 ‘축경’에서 착안한 자연의 풍경을 작품으로 선보인다. 단순히 특정 풍경을 축소해 재현하는 것이 아닌 침식과 퇴적, 풍화 등 환경의 조건과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돌덩어리와 같은 것이 그의 작품으로 탄생하는 것. 그렇기에 조각으로 담아낸 풍격은 특정한 위치나 지리적 환경에 기반한 것이 아닌 물성의 변주에 의해 만들어진 우연적이고 함축적인 모습에 가깝다. 주로 에폭시, 시멘트, 폴리스타이렌 등 산업 재료의 물성과 캐스팅, 모델링 같은 전통적인 기법을 변주하여 작업한다. 이를 통해 여러 재료가 뒤엉키며 녹아내리고 깨지거나 부풀어 오르는 현상을 활용하여 풍경의 파편을 구현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공축> 연작은 주제에 맞게 물질이 비어 있는 상태가 견고한 물질로 변화되는 과정을 가시화한 작품이다.

어떻게 두 작가가 만나게 되었나?

 

이처럼 성시경과 현남은 회화와 조각이라는 서로 다른 매체를 다루지만 보편적인 칠하기 기법을 뒤집거나 형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반전시킨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전에는 주목하지 않았던 캔버스의 남겨진 여백이라든지 녹아내린 재료 사이의 빈틈에 집중해 봄으로써 보이드(void)에서 출발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두 작가에게 구멍과 빈틈은 모자라거나 부족한 상태가 아니라 무언가를 꿰뚫어보거나 서로를 관통해 이전과는 다른 창작하는, 새로운 것으로 다시 채워질 수 있는 작품의 무한한 예술성을 선보이고자 한다.

발행 heyPOP 편집부

자료 협조  P21, 휘슬

장소
P21 (서울시 용산구 회나무로 74), 휘슬 (서울시 용산구 회나무로 13길 12 3층)
일자
2022.03.25 - 2022.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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