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28

파이프갤러리, 느린 호흡으로 보기

갤러리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할 때
삼성미술관 리움, 파운드리 서울, 페이스갤러리, 갤러리비케이, 리만머핀, 타데우스 로팍, BHAK... 눈에 띄는 전시 공간이 속속 생기며 문화 지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서울 한남동. 이곳에 파이프갤러리라는 새로운 화랑이 오픈했다. 2021년 9월 개관전으로 사이먼 고(Simon Ko) 개인전을 치른 파이프갤러리는 현재 홍성준 작가 개인전을 진행 중이다.
사진: 오정은

 

이곳은 신진 작가와 신생 갤러리가 동행하며 호흡하는 데 비전을 두고, 성장 동력이 충분한 작가를 발굴해 전시를 꾸리고 있다. 대표이사와 큐레이터 모두 미술을 전공한 젊은 여성이다. 이들은 신흥 경제인으로 각광받는 세대이자 아트 컬렉팅에 입문하는 컬렉터와 신진 작가를 내부 기획전을 통해 연결한다. 갤러리 모회사인 두나미스자산운용이 예술의 잠재 가치를 소개하고 사업을 확장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홍성준 개인전 《Flowing Layers》 전경

 

“파이프갤러리의 이름은 (숨어 있는) 유망 작가와 작품을 컬렉터, 그리고 대중에게 연결하는 단단하고 굳건한 통로를 생각해서 지었습니다.”

 

파이프갤러리 공간은 건물 2, 3층에 걸쳐 있다. 불규칙적으로 들어가고 나온 내벽과 위아래로 길게 뻗은 창이 일반적인 화이트 큐브 전시장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투명 유리창을 통해 비치는 바깥 풍경과 빛은 그림과 어우러져 묘한 미장센을 연출한다.

 

홍성준 개인전 《Flowing Layers》 전경

 

현재는 홍성준 작가 작품이 전시 중이다. 캔버스 위에 그린 평평한 도상, 그 위로 두껍게 칠한 안료의 질감은 입체감을 준다. 이와 더불어 홍성준 작가는 원경은 납작하게 그리는 식으로 변주하는데, 이러한 작가의 방식은 흡사 캔버스를 탐구하는 듯하다. 미술에서 캔버스는 ‘창’으로 비유되고는 한다. 캔버스라는 창을 탐구하는 홍성준 작가의 작품은 파이프갤러리의 ‘창’을 더욱 인상적으로 보이게 한다.

 
홍성준 개인전 《Flowing Layers》 전경

 

파이프갤러리의 김미나 이사도 공간의 독특한 건축 구조를 기획에 반영하며 관람객 반응을 살핀다. 이미 스타 반열에 오른 것을 복제하거나, 유행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한창 성장 중인 작가가 가진 고유한 창조성을 존중하고자 하는 것. 김 이사는 갤러리 역시 느린 호흡으로 새로운 감각과 입지를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가면 ‘나는 그림 잘 모른다’라는 식의 반응이 흔히 들려왔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자기 취향과 주관을 적극적으로 말하고 작품 구매까지 희망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죠.”
 
홍성준 개인전 《Flowing Layers》 전경

 

개인 취향이 존중되고 미술 시장의 열기가 한껏 높아진 시대, 파이프갤러리는 단기간의 투자가 아니라 미술사를 의식한 작품 선정과 비평을 접목한 기획으로 스토리텔링을 겸비한 작가 매니지먼트를 꿈꾼다. 여름이 오기 전 기획전으로 홍순용, 오다교, 오희원 3인 그룹전을 준비한다. 이들 작가 모두 직접 리서치하여 선정한 80~90년대생 젊은 작가들이다.

 
홍성준 개인전 《Flowing Layers》 전경

 

사실 국내 미술계에서는 대안 공간과 신생 공간, 갤러리의 구분이 점차 무색해지고 있다.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경유해 다양하게 작품이 유통되는 때, 이전의 관습을 벗어난 자성과 고민이 필요하다. 다양한 미감과 구매력을 갖춘 미술 애호가의 등장은 시대에 발맞춘 변화가 시급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지금, 시대를 의식하고 경계하는 갤러리의 새로운 정체성과 차별점 모색이 필요한 이유다. 파이프갤러리의 활동이 국내 미술계에 순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섣부른 판단보다는 장기적인 관심과 함께 이를 지켜볼 일이다.

오정은 기자

자료 제공 파이프갤러리

장소
파이프갤러리
주소
서울 용산구 대사관로 21
일자
2022.03.04 - 2022.04.02
헤이팝
공간 큐레이션 플랫폼, 헤이팝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와 브랜드에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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