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26

담배와 음악, 책과 고양이로 굴러가는 일상

타바코북스가 올해로 38주년이라면? 1990 Collection展
가 본 적 없는 그 시절 이국에 대한 향수가 폴폴 피어오르는 어느 도회적인 그림들. 낮에는 뜨거운 햇살 밤에는 방마다 램프 불빛으로 희미하게 깜박일 골목 곳곳, 제각기 담배 한 대를 피워 물며 하루를 부단히 열고 닫는 이들이 오늘도 숨을 쉰다. 아니, 그때부터 계속 쉬어 왔다. 잔잔한 밴드 음악이 흐르는 1인 출판사 ‘타바코북스(tabacobooks)’가 시작된 1985년부터. 무려 올해로 38년이나 지속된 고단하고도 낭만적인 일상들이다.

 

연기를 습 들이마시고 숨을 한 번 뱉으며 다시 말하건대, 방금 설정은 유쾌한 거짓말이었다(!) 3월 10일부터 4월 2일까지 스토리지북앤필름 강남점을 꾸민 타바코북스의 이번 전시는 “만약 타바코북스가 1985년부터 존재했다면?”이라는 상상의 물음에서 출발했다. ‘가상의’ 38주년 전시를 기념해 컬렉터로부터 친히 기증받은 작품은 지금으로부터 30년도 더 된 1990년도 발표작(을 표방하는) 10점. 그러나 실은 타바코북스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그림을 그려 온, 기탁 작가의 땀방울이 아직 채 마르지 않은 신작들이다.

 

타바코북스 1990 collection 전시 전경 in 스토리지북앤필름 강남점
LP 바이닐 컨셉의 포스터도 함께 판매한다

 

담배라는 뜻의 ‘타바코(タバコ)’. 아니나 다를까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담배를 피운다. 빨갛고 둥근 빛점과 실오라기 같은 연기 한 줄기는 그들의 애틋한 분신. 고작해야 손가락 하나 크기만큼의 작은 담배에 기대어 자신만의 삶을 뒤적거린다.* 몇 분 후면 금세 꺼지고 마는 불씨지만, 덧없지만 소중한 일상과 꿈을 위해 그들은 연명하듯 또다시 담뱃개비를 점화한다. 그렇지만 왠지 그 연기만큼이나 그들이 자유로워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까. 잔잔한 노래를 흥얼거리며 그들과 함께 걸어가는 기탁 작가 등을 톡톡 두드려보았다.

* ‘삶을 뒤적거린다’ : Kirinji – 耳をうずめて 일부 가사에서 차용한 표현

 

 

Interview with 기탁

타바코북스 대표 겸 일러스트레이터

 

워크맨 © tabacobooks

 

그림의 분위기를 가지 키워드로 표현하기는 부족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시그니처 가지를 뽑아 봤어요. 이런 정경과 모티프는 작가님에게 어떠한 의미인가요?

 

1) 8~90년대 일본의 시티팝스러운 무드로 있을까요?

시티팝이 유행하기 전부터 레트로 무드와 빈티지 제품들은 늘 마니아 층이 있었죠. 저 또한 그러하였고요. 타바코북스의 80~90년대 분위기의 작업들도 크게 ‘시티팝’이라는 틀에 함께 묶여 많은 분께서 좋아해 주셨지만, 작업에 있어서 시티팝 특유의 화려함과 풍부한 감정표현은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과는 조금 간극이 있었습니다. 오히려 영향을 받은 쪽은 Kirinji나 Lamp, Sheena Ringo, Cero, The Pillows, Aiko, Kururi, Paris Match, Gontiti, Kiroro 등 밴드 사운드였어요. (물론 시티팝도 즐겨 듣습니다) 그들의 음악은 늘 작업의 시동을 걸어주는 역할을 했고, 일본 특유의 잔잔한 분위기가 담긴 영화나 영상들을 감상할 때마다(특히 필름) 작업하고 싶다는 마음이 많이 들곤 했습니다. 그런 취향들이 작업에 녹아든 것 같아요. 네온사인 불빛보다 테이블 램프처럼 잔잔한 일상의 단면을 그릴 때 좀 더 마음을 온전히 담을 수 있었어요.

 

낫온리북스 © tabacobooks

 

2) 입에 담배는 어떤 상징인가요?

영화에서 나오는 흡연 씬이 인물들의 감정을 대변하는 역할로 활용되는 것처럼, 입에 물고 있는 담배는 저처럼 마음을 표현하는데 서툰 사람들의 감정을 드러내는 매개체로 사용하였습니다. 작업마다 등장하다 보니 그것이 시그니처가 되었고, 시간이 지나 결과물들이 쌓이면서 타바코북스의 상징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바이크와 고양이 © tabacobooks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떤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인가요?

많은 사람과 어울리기보다 소수의 친구와 혹은 혼자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고, 고단한 일상을 담담한 마음으로 버티다 담배 한 개비로 하루를 위로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heyPOP QUESTION

 

타바코북스’s Pick!

직접 꼽은 가장 애정하는 이번 전시 작품 3

 

1

Good Night Siro

1990 bookstore cats

 

Good Night Siro © tabacobooks

 

몇 해 전 무지개다리를 건넌 친구의 고양이 ‘시로’를 그릴 때 굉장히 조심스러웠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마음이 어떻게 전달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시로가 편안히 잘 쉬고 있구나’ 느낄 수 있도록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신작 ‘1990 bookstore cats’ 책 작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마음을 담았고, 어려웠던 작업입니다.

 

 

2

Home Ground

1990 bookstore cats

 

Home Ground © tabacobooks

 

“만약 타바코북스가 38주년이라면?”의 전시 컨셉은 저의 신작 ‘1990 bookstore cats’의 연장선과도 같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는 친구들과 그들의 소중한 고양이들이 등장하며, ‘만약 그들이 1990년대에 있었다면’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컬렉터가 기증해 준 1990년도의 작업들”이라는 설정도 신작 이미지들을 전시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1990 bookstore cats’의 작업이 이번 전시의 메인인데, 이 그림이 책의 전반적인 느낌의 베이스가 되었고 대표적 이미지라고 볼 수 있어 뽑고 싶었습니다.

 

 

3

Crazy Summer

 

Crazy Summer © tabacobooks

 

‘Kirinji’의 ‘Crazy Summer’를 듣고 작업한 바이닐 커버 컨셉의 정사각형 포스터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고 아끼는 작업을 전시를 통해 좀 더 큰 이미지로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이 그림도 마찬가지로 제가 표현하고 싶은 느낌이 굉장히 잘 담겨있는 작업입니다.

소원 기자

자료 제공 타바코북스

장소
스토리지북앤필름 강남점
주소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426 일상비일상의틈 3F
일자
2022.03.10 - 2022.04.02
헤이팝
공간 큐레이션 플랫폼, 헤이팝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와 브랜드에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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