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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4

내 마음을 언박싱 해볼까?

상상에 몸을 맡기는 시간〈Unbox My Box〉
장디자인아트는 오는 26일까지 지희킴, 정그림 작가의 2인전 〈Unbox My Box〉를 개최한다.
지희킴, Louisa, pencil, ink on pages of book donated in London, 18 x 21.4cm, 2015 Ι 이미지 제공: 장디자인아트

 

우리는 자신이 익숙하게 알고 보는 것만이 전부이며, 진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불현듯 깨닫게 될 때가 있다.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소설에 등장하는 마들렌 과자처럼, 누구에게나 우연한 계기로 일상 속에서 과거의 기억을 마주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예술 작품을 마주하고 교감하면서 오랫동안 마음 속에서 잊혀져 무의식에 방치되어 있던 기억을 연상하게 되기도 한다.

 

정그림, MONO SERIES, silicone, steel, 60 x 250 x 195 ~ 60 x 500 x 195cm Ι 이미지 제공: 장디자인아트

 

이번 전시에 참여한 두 작가는 각자의 영역에서 정형화된 벽 혹은 고정관념의 경계를 허물고 확장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왔다는 점에서 공통 분모를 지니고 있다. 이에 주목하여, 〈Unbox My Box〉에서는 두 작가가 작업을 통해 자신의 상상력을 자유롭게 펼쳐냄으로써 인간 내면의 감각에 다가가고, 관객의 사적인 기억을 소환하는 방식에 대해 조명하고자 한다.

 

지희킴, Young & Old, Gouache on pages books donated in London, 23.8 x 31.9cm, 2016 Ι 이미지 제공: 장디자인아트
지희킴, Dalya, Gouache on coloured paper, 32 x 45cm, 2020 Ι 이미지 제공: 장디자인아트

 

지희킴이 2011년부터 현재까지 진행해온 ‘북 드로잉(Book Drawing)’ 시리즈는 런던, 서울, 타이페이, 가오슝, 도쿄의 대학 도서관, 지역 도서관, 개인 서점, 지인들, 익명의 개인들에게서 기부 받은 책들의 페이지를 플랫폼으로 사용한다. 작가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세계의 개인과 공공 기관에 도서 기부를 요청하는 서신을 보냈고, 총 400여 권의 책을 기부받을 수 있었다.

 

작가의 작업은 선택된 책의 페이지에 인쇄된 특정 단어로부터 시작하여, 자신과 관련된 경험과 사건을 사슬처럼 엮어내고, 그 파편을 마치 그물처럼 연상시켜 나가며 이를 드로잉으로 기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때 기억이 담은 시시콜콜한 내용보다는, 적당히 흐려지기도 하고 비순차적으로 뒤엉킨 기억의 ‘이미지’들을 더듬어 이를 재기발랄한 색채로 묘사한다. 이렇게 작가 자신의 사적인 오브제로 각색된 공공의 책들은 전시 공간에 놓여 관객과 내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매개체로 변모하는 것. 자유연상적으로 펼쳐진 이미지들로 이루어진 작업을 통해 관객들은 ‘슬픔과 기쁨, 설렘과 외로움’과 같은, 각자가 갖고 있는 사적인 기억의 순간을 마음 속에서 언박싱하고, 자신이 모르고 있던 또는 잊고 있던 조각을 마주하게 된다.

 

정그림, MONO SERIES, silicone, steel, acrylic, 125 x 75 x 42cm Ι 이미지 제공: 장디자인아트
정그림, MONO SERIES, silicone, steel, acrylic, 35 x 42 x 240cm Ι 이미지 제공: 장디자인아트

 

정그림은 입체와 평면의 경계에서 유기적인 선의 형태를 탐구하며 조각, 설치 등 영역을 자유로이 오간다. 간결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무드가 느껴지는 ‘모노 연작(MONO SERIES)’은 ‘앉을 수 있는 설치’ 작업으로, 작가는 실리콘 튜브가 지닌 유연한 형태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의 주된 소재로 사용한다. 오늘날 인간의 내면에 감정적인 동요를 일으키는 사물들이 점점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작가에게 있어서 작업은 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유대감, 혹은 정서적인 교감을 일으키는 사물들을 제작하기 위한 시도의 과정이다. 그래서인지 공간에 오롯이 펼쳐나간 하나의 선으로 이루어진 구불구불한 형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언박싱되는 기억의 연상을 시각화한다. 작가 자신도 ‘꼬리’라고 부르는 선의 끄트머리는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모양을 잡을 수 있도록 하여, 충분히 실용적이면서도 일상적인 공간 속에서 초현실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공간을 자유로이 횡단하고 유영하는 비정형의 형상과 감각적이면서도 컬러풀한 색채로 이루어진 두 작가의 작업으로 가득한 이번 전시를 통해 겨우내 웅크렸던 일상을 벗어나 상상에 몸을 맡겨보는 건 어떨까? 세상의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미처 몰랐던 자신의 기억과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란다.

 

지희킴 (b. 1983)
지희킴은 동국대학교 서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골드스미스 순수미술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이 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서양화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금호미술관, 송은아트큐브 등에서 15여 차례 의 개인전을 가졌고 서울, 부산, 광주, 런던, 파리, 도쿄, 타이베이 등 국내외 여러 도시에서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또한 국내외 다수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예술지원 프로그램에서 수상하였다. 작가의 작품 은 골드스미스대학 컬렉션,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OCI 미술관, 금호미술관, 제주도립미술 관, 타이중 문화재단 등에 소장되어 있다.

 

정그림(b. 1993)
정그림은 2017년 랭스 고등미술 디자인학교(École Supérieure d’Art et de Design de Reims France) 에서 오브제 ·공간 디자인을 전공하고 현재 서울에서 활동 중이다. 대표작으로는 유기적인 곡선을 이용한 아트퍼니처인 모 노(Mono) 시리즈가 있다. 2021년 021갤러리와 갤러리 나인에서 두 차례의 개인전을 개최한 것을 비롯하여 다 수의 국내외 전시 및 아트페어에 참여하였으며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발행 heyPOP 편집부

자료 제공 장디자인아트

장소
장디자인아트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67길 27
일자
2022.03.08 - 2022.03.26
헤이팝
공간 큐레이션 플랫폼, 헤이팝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와 브랜드에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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