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07

두바이 새로운 랜드마크, 미래 박물관 정체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비하인드!
2022년 2월 22일, 두바이 미래박물관이 론칭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라 불리는 이 건축물의 정체를 밝힌다.
두바이의 새로운 랜드마크라 꼽히는 '미래 박물관'이 지난 2월 22일, 공개됐다. 사진 제공: 두바이 미래재단

 

두바이 하면, 초호화 호텔, 사막 속 오아시스, 유럽 경유지 등의 관광 도시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다. 실제로 두바이는 중동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배경에는 지도자 셰이크 모하마드가 존재한다. 전 세계적으로 ‘기적의 리더십’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2005년 타임지가 뽑은 ‘세계를 변화시킨 지도자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두바이를 세계적으로 알리는데 기여한 7성급 호텔 부르즈 알 아랍, 세계 최대 인공섬 팜 아일랜드, 세계 최고 높이의 빌딩 부르즈 칼리파 등이 셰이크 모하마드가 진두지휘한 프로젝트다.

 

두바이 미래박물관. 사진 제공: 두바이 미래재단

 

세계 최대 높이, 최대 크기에 집착하며 기어코 ‘중동의 뉴욕’이라는 타이틀을 따낸 이유가 무엇일까. 두바이에는 에펠탑이 없기 때문이다. 중동의 변방, 허허벌판 사막에서 시작한 그들은 에펠탑에 버금가는 건축물을 짓고 이름을 알려야 했다. 유구한 역사나 문화유산이 풍부하지 않으니 돌아볼 과거가 없었고 현재와 미래에 방점을 찍는 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두바이 미래박물관. 사진 제공: 두바이 미래재단

 

아랍에미리트연합 UAE는 작년에 건국 50주년을 맞으며 산유국이 아니라 각종 첨단 산업을 발전시켜 나가는 플랜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2월 22일에 오픈한 두바이 미래박물관은 이러한 UAE의 노력을 결집한 장소다. 박물관의 이름을 볼까? ‘뮤지엄 오브 더 퓨처(Museum of the Future)’다. 이 정도 되어야 ‘미래박물관’이라 칭할 수 있다는 듯 매우 자신만만한 태도가 엿보인다.

미래박물관에 대한 소개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미래는 불확실하다. 기후 위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인류의 성장과 번영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가? 우리의 현재는 불안하다, 우리는 희망적인 비전이 필요하다.”

 

두바이 미래박물관. 사진 제공: 두바이 미래재단

 

박물관을 만든 주체는 두바이 미래재단이다. 박물관 이사장인 모하마드 알 게르가위(Mohammad Al Gergawi)는 이렇게 말했다. “미래박물관은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전시 콘텐츠가 끊임없이 진화하는 ‘살아있는 박물관’이다. 미래박물관은 미래학자, 사상가, 혁신가, 대중이 함께 미래 세계를 정의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논의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

미래박물관은 박물관이 과거의 유물을 전시하는 공간이라는 통념을 깨고 인류의 삶을 진일보시키는 새로운 개념, 생각, 비전, 혁신 등을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과학, 인공지능, 우주탐사, 기후적응, 도시 생활, 모빌리티 등 빠르게 진화하는 지식 영역을 반영하고, 최신 연구 결과를 접목시켜 나갈 예정이다. 건축물의 형상 또한 오픈 전부터 화제가 되었다. 가운데가 뻥 뚫린 도넛 모양의 구조를 띄고 있는데 최고 높이가 무려 77미터에 달하고 내부에는 단 하나의 기둥도 존재하지 않는다.

 
내부에 단 하나의 기둥도 존재하지 않는 미래박물관. 사진 제공: 두바이 미래재단

 

미래박물관의 설계는 킬라 디자인(Killa Design)의 건축가 숀 킬라(Shaun Killa)가 총괄했다. ‘중동 건축 전문가’라 불리는 그는 어떻게 커리어를 시작했을까. 숀 킬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케이프타운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그는 1998년 두바이로 이주했다. 당시 부르즈 알 아랍 호텔을 설계한 곳이 영국 건축가 톰 라이트(Tom Wright)의 건축 사무실이었는데,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이다. 16년간 이곳에서 일하며 두바이 오페라 하우스, 21세기 타워, 바레인 세계 무역센터 등 두바이의 마천루를 완성한 여러 고층 빌딩 설계 작업에 참여했다.

 

건축가 숀 킬라와 두바이 미래박물관. 사진 제공: 두바이 미래재단

 

2017년, 두바이 미래 박물관 설계에 최종 선정되며 자신의 이름을 딴 사무실을 만들어 독립했다. 5년이 지난 현재는 6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일하고 있는데, 앞으로 5년간 두 개 도시에 사무실을 더 만들 거라는 포부를 밝혔다.

두바이 미래박물관은 복잡한 기하학적 형상을 지원하는 알고리즘 설계로 만들어진 파라메트릭 디자인과 3D 모델 기반 설계 기술인 빌딩 정보 모델링 기법을 사용했다. 특히, 파라메트릭 디자인을 중심 요소로 꼽을 수 있는데 파라메트릭은 쉽게 말하면, 사람이 손으로 그려 도출하는 결과물이 아니라 프로그래밍을 통해 나오는 결과물이다. 전체 구조를 결정짓는 여러 관계, 조건들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고 조금씩 조절하면서 구조가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다양한 형태를 ‘자동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대형 프로젝트일수록 다양한 변수를 통해 독특한 모습을 갖출 수 있기 때문에 파라메트릭 디자인은 규모가 크면 클수록 진가를 발휘한다.

1,024개의 패널은 킬로바이트 또는 1,024개의 문자를 의미한다. 사진 제공: 두바이 미래재단

 

파라메트릭을 적용한 디자인을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의 랜드마크 격인 DDP,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있다. 고래 등처럼 매끈한 비정형의 건축물로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했다. 펜과 종이로 스케치하는 시대에는 절대 구현될 수 없었던 건축물이다.

 

숀 킬라의 미래박물관 스케치. 사진 제공: 두바이 미래재단

 

미래박물관의 파사드 면적은 17,600㎡에 달하고, 로봇 작업을 통해 1,024개의 패널을 건축물 외관에 장착했다. 외관 작업에만 1년 6개월이 걸렸고, 무려 16단계의 공정을 거쳐 4개 층의 복합 소재 패널을 정교하게 조립했다. 건물 외관을 밝히는 조명이 14,000미터에 달한다.

내부 스케치를 보면, 건축물은 1층부터 9층까지 존재한다. 건물을 전면에서 봤을 때 좌측에 엘리베이터와 계단실이 수직으로 이어져 있고 1,2층은 건강, 교육, 스마트 도시, 에너지, 교통 혁신 등 미래 혁신을 주제로 한 상설 전시장, 3층은 사무실, 4~7층까지 사회가 당면한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연구하는 실험실이다. 박물관 중앙에는 1,000여 명의 관람객을 수용할 수 있는 다목적 홀이 있고 8층은 극장, 9층은 카페로 위로 갈수록 드라마틱한 뷰를 자랑한다.

 

숀 킬라의 미래박물관 스케치. 사진 제공: 두바이 미래재단

 

건축물 가운데가 뻥 뚫린 것을 보니,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용산에 설계한 아모레퍼시픽 사옥이 연상된다. 미래박물관의 가운데는 왜 비워두었을까? 두바이 미래재단 대표, 칼판 벨훌(Khalfan Belhoul)은 이렇게 말한다. “미래박물관의 구조는 인류를 상징하며, 지구를 상징하는 녹색 언덕 위에 있다. 건물 중심의 비어있는 공간은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남은 미래를 상징하며, 미래로 나아가는 관문을 표현한다.”

건축물 표면에는 아랍어 캘리그래피가 새겨져 있다. 두바이의 미래 비전을 담은 인용문구로 뜻은 다음과 같다.

 

두바이 미래박물관. 사진 제공: 두바이 미래재단

 

“우리가 수백 년을 살 수 없지만, 우리 창조력의 산물은 우리가 떠난 후에도 오랜 유산으로 남는다”

“미래는 상상하고 설계하고 실행하는 자의 몫이다. 미래는 기다림의 대상이 아닌, 창조의 대상이다”

“혁신은 지적 사치가 아니다. 국가와 민족의 부흥을 이끌기 위한 핵심 비결이다.”

 

◊ 일반 관람객을 위한 체험형 전시

 

미래박물관은 일반 관람객이 미래에 대한 다양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각종 체험형 전시를 선보인다. 5개 층에 걸쳐 OSS 희망(OSS Hope), 치유 연구소(Heal Institute), 알 와하(Al Waha), 미래의 영웅들(Future Heroes) 등의 전시가 펼쳐진다.

OSS Hope

우주 거주공간을 테마로 한 전시. 관람객은 2071년 거대 우주 정거장에서 펼쳐질 미래 인류의 삶을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체험할 수 있다.

 

미래박물관 홈페이지(https://museumofthefuture.ae/en/experience)에 접속하면, 웹상으로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전시를 경험할 수 있다. 사진 제공: 두바이 미래재단

 

Heal Institute

콜롬비아 아마존 지역 레티시아에의 열대우림 생태계를 디지털로 재현해 극 사실주의적으로 완성했다. 열대우림 생태계 시뮬레이터를 통해 관람객들은 인류가 직면한 환경 변화를 이해하고 자연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Al Waha

인간 본연의 감각을 모방해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기획된 전시다. 관람객들은 건강과 웰빙 중심의 환경 속에서 사색을 통해 현대 과학 기술과 거리를 두고 자연 상태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다.

 

미래박물관 스페이스 스테이션. 사진 제공: 두바이 미래재단

 

Tomorrow Today

과학 기술이 만들어낼 수 있는 여러 미래의 가능성을 탐색해 지구와 사회가 직면한 과제에 대한 창의적인 해법을 탐구한다. 50여 개의 전시는 폐기물 관리, 환경, 식량 안보, 농업과 관개, 도시 계획 등 5개 영역에 중점을 둔 기술 프로토타입과 완성작으로 구성된다.

 

Tomorrow Today 전시. 사진 제공: 두바이 미래재단

 

Future Heroes

공용 전시층 하부에 위치한 미래의 영웅들 전시는 10세 미만의 아이들을 위해 고안된 놀이 공간. 아이들이 자신과 주변 세상을 새롭게 탐구해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Future Heroes 전시. 사진 제공: 두바이 미래재단

김만나

자료 제공 두바이 미래박물관

김만나
15년간 피처 기자로 일했고, 현재는 네이버 디자인판 편집장으로 온라인 미디어를 경험하고 있다. 유머 감각 있고 일하는 80세 할머니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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