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01

검정의 깊이감, 기본 도형의 변주

이재하, 조병주 2인전 'more black than black'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서브텍스트(SUBTEXT)가 마련한 오피스 겸 카페 일이카페(이하, 일이)에서 오는 3월 4일까지 이재하 작가, 조병주 작가와의 협업 전시 'more black than black'를 연다.
일이카페 전경 © SUBTEXT

 

2021년 성동구에 오픈한 ‘일이’는 동시대의 신진 디자이너의 작품을 시즌별로 소개하고, 이들과의 협업으로 성장을 도모하는 장소. 음료를 즐기며 자연스럽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이다. 서브텍스트의 김은영 소장은 일이를 설립한 이유를 “재능은 있으나 이제 막 디자인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주고 싶었다.”라며 “앞서 출발한 이들이 다음 세대를 헤아렸으면 한다”라고 설명한다.

 

일이카페 전경 © SUBTEXT

 

이번 전시는 이재하 작가와 조병주 작가의 2인전. 오브제가 가질 수 있는 다양한 형태와 질감에 집중한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명 ‘more black than black’은 검정의 깊이감과 기본 도형의 변주를 이야기한다. 원과 사각형, 곡선과 직선 등 단순하고 간결한 요소를 이용한 작품이 주를 이룬다. 두 작가는 각자 이번 전시를 어떤 시선으로 해석하고 작업으로 풀어냈을까.

 

 

Interview with 조병주 작가

 

Bending shelfm, Ply wood, 1400 x 350 x 1080 © SUBTEXT

 

이번 전시 참여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전에 이재하 작가님과 몇몇 프로젝트를 함께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서로의 작업 방향성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눴고 서로 공감할 만한 요소가 많더라고요. 하나의 주제를 설정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전개해 보면 어떨까 싶었고, 서브텍스트의 김은영 소장님께 좋은 제안을 받아 진행하게 됐습니다.

 

Useful shape, middle, Ply wood, 350 x 250 x 450 © SUBTEXT

 

주제를 어떻게 해석해 작품에 반영하셨나요? 디자인 포인트를 설명해 주신다면요?

제가 가구를 제작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비례와 시각적 흐름입니다. 사용자가 느끼기에 안정적인 비례로 가구를 만드는 동시에 아름다운 미감을 담아내려 합니다. 어쩌면 가구이자 공예품을 만들고 싶은 것 같아요.

이번 전시 작품에서는 검정과 선의 흐름을 조화롭게 구성하고 싶었어요. 합판을 이용해 소재의 한계도 실험했고요. 합판은 원목의 휘어짐과 갈라짐을 보완한 재료이며, 가볍고 튼튼한 데다 탄성까지 갖추고 있어서 원하는 곡선을 표현하기에 적합했어요. 제 작품은 시선을 두는 굴곡진 면에 따라 같은 검정도 달리 보이는 시각적 경험을 제공합니다.

 

제작 과정에서 가장 다루기 까다로웠던 형태는 무엇인가요?

단연 ‘스툴’입니다. 평면인 재료를 이용하여 입체감 있는 형태로 만들어내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접착 부위의 평면이 틀어지지 않도록 구조적으로 튼튼하게 제작해야 사용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인데요. 단순해 보이는 외형과 달리 실제 설계와 제작 과정은 무척 복잡하답니다.

 

일이카페 전경 © SUBTEXT

 

전시를 연 개인적인 감회는요?

오랜만에 가구 전시를 하면서 상상만 하던 새 작업을 선보일 수 있어서 기쁩니다. 전시를 준비하며 이재하 작가님과 의견을 나누는 것도 즐거웠고, 작품 제작 과정 역시 큰 변수 없이 수월하게 진행해서 만족스럽습니다. 전시 기획을 맡은 서브텍스트 관계자분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예정된 프로젝트나 계획을 알려주세요.

이제껏 해왔던 작품과 앞으로의 작업 방향을 집약한 첫 개인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주제를 다시금 들여다보고, 새로운 작품을 통해 더 많은 관객과 접점을 만들고자 합니다.

 

 

Interview with 이재하 작가

 

rectangles, some texture and black, ash wood, 780 x 450 x 1025 © SUBTEXT

 

이번 전시 참여 계기는 무엇인가요?

을지로의 한식 다이닝 ‘규반’을 위한 의자를 제작하면서 서브텍스트와 연이 닿았고 자연스럽게 ‘일이’에서 전시를 열어 보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무겁지 않은 분위기에서 편안하게 전시를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함께하게 됐습니다.

 

rectangles rectangles, some texture and black, ash wood, 1180 x 400 x 1515 rectangles rectangles, some texture and black, ash wood, 1180 x 450 x 1025 © SUBTEXT

 

주제에 맞춰 작품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작업한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작업한 ‘rectangle series’는 검정을 이용해 비례와 질감에 집중한 작업입니다. 단순한 사각형으로만 이루어진 형태지만, 단면에 거친 상처를 만들어 토치로 태운 후 날카로운 부분을 다듬어 디테일을 더했어요. 이 과정을 통해 나무 본연의 무늬와 색이 검정에 가려지게 되죠. 작품에서는 굴곡진 단면의 음영과 불에 태운 나뭇결의 풍부한 양감만을 남겼습니다.

 

제작 과정에서 가장 다루기 까다로웠던 형태는 무엇인가요?

단면에 흠집을 내서 질감을 만들고, 표면을 불로 그을리는 과정은 정해진 답 없이 느낌을 보면서 반복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작업이었어요. 이번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면서 공을 많이 들였던 부분이랍니다.

 

rectangles rectangles, some texture and black, ash wood, 390x420x1825 © SUBTEXT

 

전시를 연 개인적인 감회는요?

의뢰받아 작품을 제작할 경우 의뢰자의 요구를 반영하게 되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어떤 제약도 없이 작업을 시도해 볼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작업자로서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보며 기술적으로 새롭게 체득하고 깨달은 점이 많았던 전시예요.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앞으로 결과물을 더 발전 시켜 보려고 해요.

 

350R chair, 350radius lounge chair, steel, 550 x 500 x 690 © SUBTEXT

 

예정된 프로젝트나 계획을 알려주세요.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몇 가지 있는데요. 광주의 테일러샵, 부산의 커피숍, 서울의 디저트카페 등에 비치할 작품을 만드느라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당분간 전시계획은 없지만,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 시간을 내서라도 참여하고자 합니다.

 

 

김세음 기자

자료 제공 서브텍스트(SUBTEXT), 조병주 작가, 이재하 작가

장소
일이카페
주소
서울 성동구 동일로 307
일자
2022.01.05 - 2022.03.04
김세음
글쓰기를 즐기는 디자인 전공자.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아름다움과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면면이 조명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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