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28

세상에 없던 유일무이한 디저트 바, 원형들

맛과 멋 모두 즐기고 싶다면 놓치지 말 것!
호불호(好不好)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고수. 그런 고수가 케이크로 탄생한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충무로에 위치한 카페 원형들(原形㐦)에서는 앞서 언급한 고수 케이크 외에도 색다른 디저트들을 여럿 맛볼 수 있다.
원형들을 대표하는 디저트 중 하나인 이끼 케이크(좌)와 핑크 딜 케이크(우) © EQL

 

‘실험적이고 이상한’이란 수식어답게 눈길을 사로잡는 기상천외한 맛과 모양의 메뉴들. 허브의 한 종류인 딜(Dill)이 무성하게 꽂힌 케이크는 물론 감태가 올라간 퀸아망(KOUIGN-AMANN)도 있다. 원형들은 같은 건물에 위치한 카페 겸 와인바 ‘섬광(閃光)’의 두 번째 브랜드다. 오픈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매일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로 핫 플레이스가 된 이곳. 무엇을 주문해도 ‘남다름’을 경험할 수 있는 원형들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Interview with 원형들

박용준 대표

 

원형들 매장 전경 © EQL

 

바로 위층에 위치한 ‘섬광’의 두 번째 브랜드라고요. 디저트 바를 론칭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희는 변화에 빠르게 반응하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러한 특징은 섬광의 메뉴에서도 그대로 드러나요. 2년 동안 열심히 운영해 오며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냈죠. 섬광만의 정체성이 점차 명확해지자 더 이상 새로운 시도를 한 공간에 담는 건 무리라고 느꼈어요. 그러다 아래층 빈 공간이 나왔고 디저트 중심의 바를 열게 됐습니다.

 

원형들의 타이포그래피가 새겨진 매장 접시도 인기. 많은 이들의 성원으로 추가 제작을 마쳤고 판매를 준비 중이다. © Wonhyeongdeul

 

원형들은 어떤 분들이 모여 탄생하게 된 곳인가요?

섬광의 멤버를 주축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식음료사업, 의류 쇼핑몰, 디자인, 베이킹, 무대 연출, 미술, 음악 등 다양한 경험을 가진 친구들이 함께하고 있답니다.

 

이름의 뜻도 궁금해요. 세 가지 한자로 이루어져 있네요.

섬광도 그러했듯 이름을 먼저 정하고 그 이름에 걸맞은 공간을 만들어가는 편이에요. 평소 단어를 즐겨 수집합니다. 긴 문장보단 짧은 단어가 주는 간결함이 마음에 들어요. 우선 들었을 때 전혀 베이커리라고 예측할 수 없는 이름을 원했어요. 더불어 ‘재료 본래 맛과 디자인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기획의 시작이었기 때문에, 본래의 모양이란 뜻의 ‘원형’과 그것의 모임을 의미하는 복수 조사 ‘들’을 붙여 ‘원형들’이라 명명했어요.

 

원형들의 시그니처 디저트, 고수 케이크 © Wonhyeongdeul

 

초반 라인업이었던 고수 크림 케이크가 단연 이슈였어요. 아무래도 디저트의 일반적인 재료는 아니잖아요. (웃음) 호불호가 강한 메뉴를 선택했다는 건 그만큼의 도전 정신을 의미하기도 해요. 두려움이나 걱정은 없었나요?

원형들 디저트는 생일 케이크에서 시작됐어요. 멤버들의 생일이 다가오면 주인공에게 어울리는 케이크를 만들어 주고 나누어 먹곤 했지요. 독특한 향신료나 허브처럼 기존에 잘 쓰이지 않는 실험적 재료를 사용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에요.

오픈 당시 생일을 맞았던 친구의 케이크가 고수 케이크였습니다. 식물을 엄청 열심히 키우는 친구라 화분 같은 케이크를 만들어 주고 싶었거든요. 함께 나누어 먹다 재료의 맛과 재미를 느끼게 됐고 ‘이건 상품으로 만들어보자’ 결정했습니다. 고수는 호불호가 강한 재료 중 하나예요. 하지만 소수일지라도 분명 좋아해 주실 분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모든 이들에게 환영받는 것도 좋지만 원형들은 소수의 취향 역시 존중하고 사랑합니다.

© Wonhyeongdeul

 

‘실험적이고 이상한’이란 원형들의 수식어처럼 맛뿐만 아니라 디저트의 생김새도 색달라요.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재래시장을 자주 구경해요. 다른 나라나 도시를 여행할 땐 꼭 로컬 마켓을 방문하고요. 집 근처를 산책할 때도 빼놓지 않고 시장을 둘러보는데요. 제철 재료와 시장의 어지럽지만 조화로운 배경이 큰 영감으로 다가옵니다. 주변을 둘러싼 자연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때도 많아요. ‘핑크 딜 케이크’는 노을이 지기 전 핑크색 구름을 보고 떠올렸고, ‘이끼 케이크’는 퇴근길 하천의 퇴적지 모습을 본 따 만들었어요.

 

코몬돌 케이크 © Wonhyeongdeul

 

최근 목양견을 모티프로 한 ‘코몬돌 케이크’를 출시했죠.

크리스마스 한정 판매 케이크를 라인업해 달라는 요청이 정말 많았어요. 하지만 특별한 날의 케이크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의미 있다고 생각해 재출시를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본 복슬복슬한 목양견, 코몬돌(Komondor)의 귀여움에 매료됐어요. 이를 대신 출시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코몬돌의 색감과 잘 어울리는 초코와 바나나, 견과류가 주재료예요. 현재는 판매가 중단됐으니 새로운 디저트를 기대해 주세요.

 

원형들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머랭 초' © Wonhyeongdeul

 

케이크에 꼽는 초마저 평범하지 않네요. 머랭 초는 어떻게 탄생한 아이디어인가요?

독특하고 귀여운 케이크는 많지만 세리머니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초’의 모양은 모두 비슷하더라고요. 아무리 예쁜 케이크일지라도 일반적인 초를 꼽고 나면 본래 디자인이 와해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각자의 취향에 맞게 커스텀 할 수 있는 랜덤 모양 머랭초를 만들게 됐습니다. 다들 재밌어하고 좋아해 주셔서 뿌듯해요. 앞으로 더 다양한 모양으로 제작해 볼 계획입니다.

 

여러 종류의 퀸아망. 매일 인스타그램에 그날의 디저트 라인업을 공지한다. © Wonhyeongdeul
감태 퀸아망 © Wonhyeongdeul

 

원형들이 추천하는 원형들의 메뉴는 무엇일까요?

퀸아망을 추천해요. 저와 친구들은 감태 버터가 들어간 ‘감태 퀸아망’을 가장 좋아합니다. 원형들을 오픈하기 전, 케이크도 물론이지만 퀸아망 준비에 많은 공을 들였던 기억이 나요. 이런저런 재료들을 조합해도 각기 다른 맛이 살아있는 게 퀸아망만의 매력이지요. 좋아하는 재료의 퀸아망이 있다면 꼭 한 번 드셔보세요.

 

3월 1일부터 시작될 밍예스프로젝트와의 협업 © Wonhyeongdeul

 

어느덧 오픈 7개월 차를 지나고 있어요. 앞으로 어떤 공간으로 기억됐으면 하나요?

초반엔 ‘섬광’으로 올라가려다 잘못 들어오신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지금은 원형들을 그 자체로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져 정말 행복합니다. 저희는 앞으로도 꾸준히 맛있고 재밌는 작업을 해 나갈 거예요. 3월 1일부터 2주간, 밍예스프로젝트(MingYes_project)와의 협업이 진행됩니다. 밍예스의 이끼 오브제를 곳곳에 두고 새로운 디저트인 ‘씨드볼 케이크’를 판매할 예정이랍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지선영 기자

자료 제공 원형들

장소
원형들
주소
서울 중구 창경궁로 1길 38, 4층
헤이팝
공간 큐레이션 플랫폼, 헤이팝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와 브랜드에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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