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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8

소리가 남긴 것들, 화면 속의 리듬

음악 같은 성낙희의 추상회화 개인전
'가나아트 한남'은 오는 3월 6일까지 음악적 감흥을 자아내는 추상회화를 선보이는 성낙희의 개인전 'Resonance'를 개최한다.
Portamento 13, 2021 Color pencil and color pen on paper 29.5 x 21 cm 11.6 x 8.3 in.

 

1983년에 설립해 국내외 작가의 다양한 전시를 기획하고 국제 행사에 참여했던 가나아트는 2018년 한남동에 ‘가나아트 한남’, 2020년 ‘가나아트 나인원’을 개관함에 이어 올해 초 ‘가나아트 보광’의 문을 열었다. 이들은 미술 대중화에 기여하며 역량 있는 국내 작가를 발굴 및 육성하는 명성 있는 갤러리다.

 

성낙희 개인전의 제목이자 ‘울림’과 ‘공명’을 뜻하는 영어 단어 Resonance은 그의 작품 세계를 잘 드러낸다. 미국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Rhode Island School of Design)과 영국 로열 컬리지 오브 아트(Royal College of Art)에서 회화를 전공한 그는 현재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일민미술관(서울), 아트선재센터(서울), 밀라노 현대미술관(Galleria d’ Arte Moderna Milano)생테티엔 현대미술관(Musée d’art moderne Saint-Etienne Métropole)을 포함한 다양한 기관에서 작품을 공개했으며 2005년 개최한 제51회 베네치아 비엔날레(la Biennale di Venezia) 한국관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2021년 제작된 회화와 드로잉 신작들을 선보인다.

 

성낙희의 신작 'Chord 1'은 화면의 구성에 중점을 두었다. 회화 중앙에 응집된 형태를 배치하고 점점 상하좌우로 뻗어 나가는 듯한 효과를 줌으로써, 하나의 코드를 연주한 순간부터 지속되는 잔향과 공명을 포착한다.

 

겹겹이 쌓인 음의 조화와 공명을 포착하다

‘회화 작가들의 작가’로 불리는 성낙희는 간결하고 직관적인 선과 다양한 색 조합으로 내면을 표현하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 즉, 점선면을 활용해 화면 속에서 리듬을 만들었다. 추상회화라는 범주 안에서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해 온 그의 예술 세계는 음악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 그는 초기 작업에서 기하학 요소의 충돌과 조화를 한 화면에 담아 즉흥 연주의 한 장면을 포착한 듯 폭발적인 에너지를 뽐냈다. 역동성과 운동성을 강조한 초기 작업과 달리 2018년부터는 투명한 아크릴 물감을 겹쳐 사용하며 음악 용어를 덧붙이기 시작했다. 가나아트 한남에서 공개하는 대형 회화 작품은 모두 ‘Chord’라는 제목을 지니고 있는데유기적인 형태의 요소들이 만나고포개어지고쌓이며 마치 높낮이 다른 음이 조화를 이루는 듯하다. 그는 과거 작품의 특징이었던 수직·수평 구도, 부피 등을 유지하며 구도에 집중했다.  화면 중앙에 배치한 응집된 추상 형태를 통일된 색으로 채색함으로써 음악적 효과를 표현한다.

 

(좌) Chord 10, 2021 Acrylic on canvas 40 x 40 cm 15.7 x 15.7 in. (우) Chord 11, 2021 Acrylic on canvas 40 x 40 cm 15.7 x 15.7 in.

 

처음으로 선보이는 성낙희의 소형 회화

주로 대형 캔버스 작업을 해온 성낙희는 이번 개인전을 위해 소형 회화 작품을 최초 제작했다. 과거 작품과 ‘Chord’라는 동일한 제목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연작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평면성’이라는 전에 등장하지 않았던 주제를 접목해 그간 보인 적 없던 예술 세계의 새 지평을 열고자 하는 의지이기도 하다. 대형 회화에서 가장 응집된 부분을 확대해 납작하게 압축한 듯한 그의 소형 회화는 음의 조화와 충돌을 표현한다. 작가는 투명한 빛을 제거하고 제한적인 색채를 사용했다. 

 

Portamento 13, 2021 Color pencil and color pen on paper 29.5 x 21 cm 11.6 x 8.3 in.
Portamento 15, 2021 Color pencil and color pen on paper 29.5 x 21 cm 11.6 x 8.3 in.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2021년부터 지속 제작 중인 드로잉 연작Portamento’를 감상할 수 있다. 성낙희의 드로잉은 그의 회화 작업의 뼈대가 된다. 새로운 매체를 탐구하기 위해 색연필을 사용한 그는 기존 회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덩어리진 형태와 입체감, 투명하게 덧발라 표현한 색의 레이어를 표현한다. 연작의 제목인 ‘Portamento’는 한 음정이 다른 음으로 매끄럽게 옮겨가는 것을 칭하는 음악적 용어다.

 

순수로 돌아가다

선율과 음의 조화/부조화가 자아내는 청각적 심상을 그려온 성낙희는 이번 개인전에서 소리가 지나가고 난 후 남은 잔잔한 떨림과 울림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캔버스를 가득 채운 회화 요소의 향연은 역설적으로 세상의 모든 에너지가 결국 소리도진동도 없는 가장 순수한 상태로 회귀함을 의미한다. 작가가 지난 30여 년 동안 추상회화라는 범주로 개인의 내밀한 감정을 표현하며 펼쳐낸 전개와 발전은 이렇듯 가장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곳으로 향한다. 

 

발행 heyPOP 편집부

자료 제공 가나아트

장소
가나아트 나인원
주소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91
일자
2022.02.16 - 2022.03.06
헤이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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