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21

미술관 앞마당 <우리들의 정원>

정원가, 디자이너, 예술가 19팀이 볕 좋은 마당에 모였다.
콘크리트 박스로 이루어진 미술관 야외 전시장을 정원으로 변화시킨 이 소다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 5월부터 10월까지 개최하는 본 전시는 팬데믹 시대의 예술 공간에서 새로운 흐름을 모색하며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아름다운 순간을 선사하고자 기획되었다. 특히 소다미술관은 동시대 사회적 고민을 문화예술로서 접근하는 ‘야외 공간 설치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올해는 이곳을 지역민과 공유할 수 있는 오픈 가든으로 조성한다.
전시 전경

 

콘크리트 마당에 자연을 닮은 정원 <일분일초一盆一草>를 구현한 이들은 다름 아닌 ‘안마당 더 랩.’ 일분일초一分一秒라는 짧은 시간에 나무盆와 풀草이라는 자연의 의미를 더한 개념이다.

 

전시 전경

 

자연은 촌각을 다투며 변화한다. 특히 정원은 시간의 흐름을 온몸으로 드러낸다. 일분일초의 식물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시시각각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야외 전시장의 나무를 따라가다 보면, 관람객들은 소사나무로 이루어진 숲과 마주하게 된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소사나무의 단단한 가지는 천장 끝까지 뻗어 있다. 가지의 여린 잎은 천장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을 맞으며 다양한 그림자로 콘크리트에 시간을 그린다.

숲을 지나 징검다리를 건너면 자연의 장엄한 세계를 만나게 된다. 자연의 원초적인 물질 ‘돌’이 시간의 흔적을 드러내며 공간 안에 펼쳐진다. 그 단단한 돌 틈 사이를 비집고 피어나는 초화는 자연의 균형을 보여준다. 관객은 동선을 따라 나무, 돌, 풀이라는 자연 요소를 순서대로 만나게 된다. 안마당 더 랩은 경계가 모호한 야외 전시장의 특성을 살렸다. 자연 재료 본연의 분위기를 충실히 담아내면서도 어느 지점에 서는 순간, 세 요소가 겹쳐지는 조화로운 정원을 마주하게 한다.

 

한편 이곳에서 디자이너, 예술가 18팀은 관객이 잠시 걸터앉아 쉴 수 있는 작은 간이 의자 ‘스툴’을 선보인다. 스툴은 정원 곳곳에 자리한 독립적인 예술 오브제이자 정원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로 관객과 조우한다.

 

왼쪽부터 제로랩, 소동호, 왕현민

제로랩, <057/365, stool365>, 2020

Stool365는 제로랩이 접근하는 가장 작은 단위의 가구 ‘스툴’을 매일 제작하는 프로젝트다. stool365의 57번째 스툴 <057/365>은 철제 파이프를 재료로 삼는다. 다리와 좌판으로 이루어진 일반적인 스툴과 다르게 파이프의 수직, 수평 배열을 이용하여 새로운 조형성을 보여준다.

소동호, <Trilite stool>, 2021

소동호의 은 아키-퍼니처 시리즈의 일환이다. 건축적인 요소를 탐구하며 진행한 프로젝트다. Trilite는 세 개의 돌을 의미한다. 수직으로 세워 놓은 두 개의 선돌과 그 위를 가로질러 연결한 돌의 형태를 말한다. 이는 가장 단순한 건축적 구조이면서 최초의 공간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왕현민, <Double U stool>, 2021

은 구조 실험의 일환으로 전개한 작업이다. 두 개의 U자 구조 철판을 결합하여 만든 스툴은 입체도형의 합집합과 차집합의 일부로 생성되는 또 다른 입체도형을 찾고자 하는 과정의 결과다.

이학민 파우 스툴

 

이학민, <Paw stool>, 2019

이학민의 파우 가구 시리즈는 공예와 디자인, 고급 예술과 하위 예술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한 흥미에서 시작됐다. 만화, 피겨 등 서브컬처에서 영감을 얻어 가구와 접목을 시도한 작업으로, 전형적인 가구에 만화적인 상상력을 부여한 시리즈다. 동물의 손과 발의 형태가 강조된 이 연작들은 초현실적인 조각과 기능적인 가구의 경계에서 가상의 공간에 온 듯한 경험을 제안한다.

 

(좌) 텍모사, (우) 한광우

 

텍모사, (inspiration by 언니네 이발관 – 가장 보통의 존재), 2021

텍모사의 플레이리스트 시리즈는 청각의 시각적 전환을 통해 음악을 입체화한 연작이다. 음악에서 연상되는 분위기, 스토리를 풀어가는 음악 속 화자를 상상하며 이를 공감각적 표현으로 전달하는 과정이다. 작가는 이번 작품의 모티브가 된 ‘언니네 이발관-가장 보통의 존재’를 들으며 작품을 감상하길 추천한다.

한광우, <Series Movement Atom-돌 쥔 자의 머리 위에서>, 2021

의자는 지혜와 사색의 동반자다. 하지만 한광우의 <돌 쥔 자의 머리 위에서>는 불편한 경험을 준다. 관객이 의자에서 세 걸음 떨어져 작품을 바라보는 순간, 미켈란젤로 <다비드>의 두상이 떠오른다. 다윗을 지혜로운 인간의 전형으로 표현한 <다비드>, 그리고 <다비드>의 두상을 회전시켜 놓은 의자 <돌 쥔 자의 머리 위에서>. 이는 관객에게 불편한 사색의 순간을 제공하며, 지혜를 위한 순탄치 않은 과정을 일러준다.

 

슬라이스 시리즈

 

고정호 박형호, <Slice series_stool no.2>, 2019

고정호 박형호의 슬라이스 시리즈는 긴장감과 이완감을 형태적으로 풀어낸 디자인 프로젝트다. 앉기 전과 후의 긴장과 이완이라는 극명한 감각 대비로 우리의 감각을 일깨운다.

 

아카이브 전시 전경
아카이브 전시 전경

 

이번 전시는 디자인, 아트 간의 장르를 넘나든다.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는 공간을 제안한다. 소수만이 점유하는 닫힌 정원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헌정하는 공유 공간이다. 회복이 필요할 때 쉽게 찾아가 머무를 수 있으며, 공동체가 서로의 안녕을 나누고 싶을 때 언제든 연결될 수 있는 <우리들의 정원>이다. 전시는 10월 31일까지.

 

 

정인호 

사진 제공 소다미술관 

장소
소다미술관 (경기 화성시 효행로707번길 30)
일자
2021.05.01 - 202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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