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07

딥티크 감성 담은 벽지 컬렉션

아르누보에 영감 받아 디자인한 패턴
최근 향수 시장은 니치(Niche) 향수가 대세다. 최고의 조향사들이 최상의 원료를 이용해 소수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한 프리미엄 향수를 뜻하는 이 단어는 '틈새'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니치아(nicchia)'에서 파생되었다. '틈새'라는 의미 그대로 자연의 독특한 향을 보존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조향 과정이 까다롭고 희소성이 높다. 고급 원료를 사용해 소량으로 만들어져 일반 향수보다 2-3배나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나만의 개성'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니치 향수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 중이다. 니치 향수의 대중화를 이끈 딥티크(Diptyque), 조 말론(Jo Malone), 바이레도(BYREDO)를 비롯하여 아닉구딸(Annick Goutal), 펜할리곤스(Penhaligons), 크리드(Creed), 아쿠아 디 파르마(Acqua di Parma) 등 다양한 니치 향수들이 소비자의 코를 간질이고 있다.
사진 출처: diptyqueparis.com

 

이중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고, 널리 사랑받고 있는 향수는 바로 ‘딥티크’가 아닐까 싶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향수 브랜드인 딥티크는 최지우, 고현정, 신민아 등 셀럽들이 사랑하는 향수 브랜드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니치 향수 중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어 ‘접근성이 좋은 니치 향수’로도 알려져 있다. 다만 니치 향수 특성상 딥티크가 선보이는 향은 우리가 기대하는 일반적인 향수의 향과 거리가 있다. 풀 향기, 절이나 사우나를 연상케하는 향기 등 독특하고 투박하며 예상하기 힘든 향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diptyqueparis.com

 

이와 더불어 향수업계의 통념인 탑, 미들, 베이스 노트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과 더불어 ‘돌발적인 향기(Olfactory accident)라는 개념을 추가해 향수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돌발적인 향기는 숨겨진 뜻밖의 원료, 히든 노트를 뜻하며 주원료의 향에 개성을 더하는 동시에 브랜드만의 예술적인 특성을 부여하는 중요한 요소로 꼽히고 있다. 그래서 대중적인 향수에 익숙해있던 이들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향으로 느끼게 하는 요소기도 하다. 기존의 통념과 다른 조향을 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런 점이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어필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사진 출처: diptyqueparis.com

 

엉뚱 발랄한 향을 만드는 브랜드답게 이름 또한 엉뚱하다. 브랜드를 드러내는 이름 ‘딥티크’는 프랑스어로 ‘2단 접이 화판’을 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브랜드를 설립한 배경도 여느 브랜드와 다르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 브랜드는 친구였던 화가 데스몬드 녹스 리트(Desmond Knox-Leet), 인테리어 디자이너 크리스티안 고트로(Christiane Gautrot), 무대 디자이너 이브 쿠슬란트(Yves Coueslant)가 모여서 설립되었다. 이들은 브랜드를 만들기 전부터 영국 브랜드를 위한 패브릭과 벽지를 디자인한 경력이 있다. 함께 디자인을 만들며 친분을 자랑했던 이 세 사람은 결국 패브릭, 소품 등과 같은 라이프 스타일 용품을 판매하기 위해서 매장을 냈고, 딥티크를 설립했다. 향수는 매장이 차려지고 2, 3년 후에나 첫 선을 보이게 된다. 브랜드의 시작은 향수가 주가 아니었으나 현재 사람들에게는 향수 브랜드로 인식되어 있다는 점이 재밌다.

 

사진 출처: diptyqueparis.com

 

딥티크가 최근 벽지 컬렉션을 선보인다는 소식이 그리 놀랍지 않게 여겨지는 것이 여기에 있다.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이니 공간을 꾸미는 제품을 선보이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미 딥티크에서는 쟁반, 유리컵, 찻잔과 같은 테이블 웨어를 비롯하여 꽃병, 선물 상자, 비누 케이스 등을 판매하며 딥티크의 향처럼 공간을 개성 넘치게 꾸밀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는 중이다.

 

사진 출처: diptyqueparis.com


브랜드의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벽지는 수채화 작품, 가벼운 드로잉, 그래픽 디자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딥티크가 가지고 있는 자체 아카이브에서 가져온 것들이며, 몇몇 디자인들은 파리의 34 생제르맹 대로(
34 boulevard Saint-Germain)에서 시작한 딥티크 최초의 매장에서 판매되었던 패브릭들을 새롭게 재해석한 것들이다. 브랜드의 첫 시작을 함께 했던 이 디자인들은 창립자들의 성향과 개성을 느낄 수 있으며, 일부는 현재 파리 장식 예술 박물관(Paris Museum of Decorative Arts)의 영구 컬렉션으로 소장되어 있기에 더욱 특별하다.

 

사진 출처: diptyqueparis.com

 

딥티크의 창립자들은 디자인과 예술에 정통한 이들이었기 때문에 로고 및 그래픽 디자인에도 적극 참여하였다. 간결한 디자인이 눈길을 끄는 로고는 데스몬드 녹스 리트가 고대 사원의 구조에 영감을 받아 만든 것이며 향수병을 더욱 멋지게 만들어주는 라벨 디자인은 로마 제국의 황제를 호위하는 최측근 친위대(Pretorian Guard)의 방패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한다. 이 라벨 디자인은 벽지의 패턴 디자인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브랜드의 디자인 철학을 일상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한다.

 

사진 출처: diptyqueparis.com

 

총 10종의 벽지 디자인에서는 창립자들의 자연 사랑과 더불어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예술 트렌드도 함께 느낄 수 있다. 기하학적인 패턴에서는 20세기 초의 혁신적인 예술 경향이었던 아방가르드(Avant-garde)를 느낄 수 있으며 아르누보(Art Nouveau)에 영감을 받은 디자인은 고전적이지만 시간의 흐름에 상관없는 개성을 느끼게 한다. 흑백으로 그려진 섬세한 펜화에서 영국의 유명한 리버티(Liberty) 패턴과 신 낭만주의를 느낄 수 있다. 데스몬드 녹스 리트가 남겼던 스케치와 초안 등을 활용하여 만든 디자인들은 그만의 자유로운 감성을 느끼게 한다.

 

사진 출처: diptyqueparis.com

 

브랜드는 창립자들의 작업을 벽지에 그대로 옮기기 위해 벽지 전문 회사 비엥페(Bien Fait)텍스타일 디자이너 세실 피게트(Cécile Figuette)와의 협업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디자인의 세부적인 모양과 색을 보존하려 애썼으며 실제 생활에서도 안전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산림관리협의회(Forest Stewardship Council, FSC) 인증을 받았으며 실내 공기 제어 오염 지수 등급 A+를 받아 친환경 및 사람에게도 해로움이 없는 벽지가 탄생했다. 아름다움 환경, 안전 세 가지를 모두 신경 쓴 완벽한 벽지라 하겠다.

 

사진 출처: diptyqueparis.com

 

코로나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재택근무, 원격수업 등을 통해 집이 단순히 ‘휴식의 공간’이 아니게 된 것이다. 다기능의 공간으로 집의 모습이 바뀌어 가면서, 각 공간의 분위기를 바꾸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집안에서 비교적 쉽게 공간을 나눌 수 있는 요소는 바로 ‘벽지’가 아닐까 싶다. 색만 달리해주기만 해도 분위기가 각기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리모델링, 부분 시공이 그 어느 때보다 빈번해지고 있는 가운데, 벽지 도배에 대한 수요가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또한 스스로 집을 꾸미는 ‘셀프 인테리어’가 인기를 얻으면서 스스로 벽지를 골라 시공을 하려는 이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듯, 딥티크는 브랜드의 시작을 되새김하며 벽지를 선보였다. 딥티크의 향에 매료된 이들은 딥티크가 선보이고 있는 벽지에 열광하며 브랜드의 디자인 철학에 주목하고 있다.

 

 

박민정 기자

사진 출처 딥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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