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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2022-02-07

러시아 거장들, 한국에 오다!

칸딘스키, 말레비치가 다가 아닙니다

기간 2021.12.31 - 2022.04.17
장소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 175)

100년 전 예술가들의 창조성과 도전 정신을 느낄 수 있는 전시가 찾아왔다. 4월 17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는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 전이 그것. 칸딘스키와 말레비칠로 대표되는 러시아 절대주의와 구축주의는 독일 바우하우스와 미국 디자인 운동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미술, 디자인, 건축의 바탕에 러시아 아방가르드 예술이 자리한 것은 당연한 일. 디자인사에서 중요한 절대주이와 구축주의 작품 외에도, 자주 접하기 힘들었던 러시아 작품을 여럿 만날 수 있어 의미 깊은 전시다.

카지미르 말레비치, 절대주의, 1915 ⓒ Ekaterinburg Museum of Fine Arts

 

아방가르드(Avant-Garde)란 기존 관념이나 형식을 부정하고 혁신을 추구한 예술 운동이다. 1917년 러시아 혁명 전후로 움튼 러시아 아방가르드는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 전쟁과 혁명의 시기를 산 러시아 예술가들은 유럽에서 들여온 모더니즘 미술을 그들만의 시선으로 풀어내며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다. 러시아 아방가르드는 고유한 색깔을 만들어갔지만, 그 운명은 순탄치 않았다. 1920년대 중반 이후 사회주의 이념이 확고해지면서 혁신을 추구하는 예술이 억압받기 시작한 것. 스탈린이 집권한 후 러시아 아방가르드는 ‘퇴폐 미술’로 낙인찍혀 국가에서 퇴출당한다.

 

바실리 칸딘스키, 즉흥 No.4, 1909 ⓒ Nizhny Novgorod State Art Museum

 

격변의 시대를 거치며 예술이 어떻게 달라져 가는지 이해하기 쉽도록, 전시는 여섯 개의 영역(1.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태동 2. 구상에서 추상으로 3. 러시아 아방가르드 영화 4. 추상회화의 등장 5. 구상회화의 귀환 6. 러시아 아방가르드와 디자인)으로 구성되었다.

 

칸딘스키와 말레비치, 그리고

 

바실리 칸딘스키, 즉흥, 1913 ⓒ Primorye State Art Gallery
바실리 칸딘스키, 즉흥 No.217 회색타원, 1917 ⓒ Ekaterinburg Museum of Fine Arts
카지미르 말레비치, 피아노를 연주하는 여인, 1913 ⓒ Krasnoyarsk Art Museum named after V.I. Surikov

 

‘미드 센추리 모던의 뿌리’, ‘러시아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의 주인공’.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와 카지미르 말레비치(Kazimir Malevich)를 수식하는 말들이 화려하다. 이들의 작품은 2층 ‘추상회화의 등장’ 섹션에 전시돼 있다. 추상미술의 선구자라 불리는 칸딘스키는 <즉흥>, <인상>, <구성> 등의 시리즈로 유명하다. 그가 러시아 활동 시기에 남긴 <즉흥> 시리즈 작품이 이번 전시로 국내 관람객을 만난다. 말레비치의 ‘절대주의’ 대표작은 물론 그가 남긴 입체-미래주의 경향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왼쪽부터 <양치는 여인들>, <우크라이나의 시골마을.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오페라 ‘오월의 밤’ 무대장식 스케치> ⓒ designpress

 

두 사람의 철학과 작품이 무척 훌륭하지만, 다른 예술가의 작품 역시 쉬이 넘길 수 없다. 특히 이제껏 자주 접해 온 유럽 미술과 확연히 구분되는 빛을 품은 작품이 가득하다. 바실리 올레이닉(Vasily Oleinik)의 <양치는 여인들>은 초현실적이면서도 평화로운 감상을 안긴다. 원시적인 색감이 돋보이는 표도르 페도롭스키(Fyodor Fedorovsky)의 <우크라이나의 시골마을.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오페라 ‘오월의 밤’ 무대장식 스케치>는 즐거운 상상을 불러온다.

 

알렉산드르 로드첸코, 비구상적 구성, 1919 ⓒ Ekaterinburg Museum of Fine Arts

 

빛 자체를 대상으로 삼은 ‘광선주의’로 유명한 미하일 라리오노프(Michael Larionov), 현대 사진예술과 디자인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알렉산드르 로드첸코(Alexander Rodchenko) 등 굵직한 아티스트의 작품이 다수 소개된다. 특히 알렉산드르 로드첸코의 작품은 가로, 세로, 대각선으로 여러 색채 도형을 치밀하게 배치한 점이 눈에 띈다. 역동적인 동시에 긴장감을 자아내는 배치의 특성은 훗날 광고 디자인, 제품 디자인, 가구·인테리어 디자인에 고스란히 활용된다.

 

미하일 라리오노프, 유대인 비너스, 1912 ⓒ Ekaterinburg Museum of Fine Arts

 

러시아 예술이 디자인에 미친 영향을 깊게 알고자 한다면 마지막 섹션 ‘러시아 아방가르드와 디자인’을 놓치지 말 것. 약 26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는 홍보 포스터부터 가구, 주거 형태 디자인 등 여러 영역에 스며든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소비에트 아방가르드 개척자들의 창조적인 실험실에서 모든 현대 디자인 구조가 만들어졌다.”

<러시아 디자인의 역사, 아방가르드>(영상 26:00, 2018, ⓒ Moscow Design Museum) 중에서

 

 

세계가 다시 보는 러시아 예술

 

나탈리야 곤차로바, 추수꾼들, 1911 ⓒ Ekaterinburg Museum of Fine Arts

 

러시아 아방가르드는 스탈린 집권 이후 끝이 난 듯 보였다. 격리된 작품들은 냉전 시대를 거치는 동안 어둠에 묻혀 있었다. 그러나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된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되었고, 현재는 예술 및 디자인 역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경향으로 평가받는다. 칸딘스키, 말레비치, 로드첸코, 타틀린 등은 구미(歐美) 미술사의 중심에 자리한 거장으로서 연구되기 시작했다. 일례로 2018년 영국 왕립예술원(Royal Academy of Arts)과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는 러시아 혁명 100주년을 맞아 대규모 전시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한·러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한편 국내에 러시아 아방가르드 예술을 제대로 소개한다는 의미가 있다. 전시 예술감독을 맡은 중앙대학교 김영호 교수는 “러시아 아방가르드는 퇴폐 예술로 낙인찍혔으나 50년 뒤 미니멀아트로 부활한 역설적 창조의 예술”이라며, “1910~20년대 러시아의 전위적 예술운동은 한국의 추상미술과 단색화의 탄생에도 영향을 끼쳤다. 21세기 ‘문명사적 전환기’에 러시아 아방가르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라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러시아 국립미술관인 예카테린부르크 미술관을 중심으로, 크라스노야르스크 미술관, 니즈니 노브고로드 미술관, 연해주 미술관 등이 협력했다. 전시작은 모두 러시아 문화부에 문화재로 등록된 국보급 작품이다.

 

 

어렵지 않아요… 카드 품고 관람하는 재미

 

ⓒ designpress

 

미술에 깊은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전시가 조금 멀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아방가르드, 절대주의, 구축주의처럼 단숨에 인지되지 않는 단어가 잔뜩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친 걱정은 금물, 주최 측은 관람객의 심적 부담을 낮추고 전시 경험을 높이기 위해 작지만 재미난 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미션카드 ⓒ designpress
도슨트 진행 장면

 

관람객은 입장하면서 몇 가지 카드를 받는다. 어린이 관람객에게는 관람 가이드 역할을 하는 체험활동지가 제공된다. 모든 관람객은 트럼프 카드 모양의 미션카드를 받게 되는데, 한쪽 면에는 러시아 예술가의 명언이, 다른 면에는 예술을 고민하게 하는 질문이 쓰여 있다. 질문의 답을 찾으려는 듯 작품을 감상하면 한층 더 몰입하게 될 것. 카드를 품고 전시장에 들어서면 예상보다 훨씬 더 다채롭고 강렬한 러시아 예술을 만나게 된다. 매일 오후 2시와 4시에 무료 도슨트를 진행한다.

 

 

김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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