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04

다른 시선, 다른 기법, 다른 속도

두 작가가 바라본 불안과 고립
시대성과 작가 정신을 지향하는 공간, 드로잉룸(drawingRoom)이 올해 첫 기획전인 작가 곽상원, 손승범의 2인전 <떨림의 속도(Fluttering Tempo)>를 연다.
곽상원, breeze, 2022

 

두 작가가 표현하는 대상은 끝없이 흔들리는 일상적 존재. 외재적 고립과 내재적 불안이 투사된 대상은,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두 작가에 의해 다양한 모습으로 완성된다.

 

작가 곽상원은 일상 속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한다. 스쳐 지나가는 풍경에 각이 생기는 순간, 경계가 지어지는 장면을 빠르게 표현한다. 캔버스의 소실점이 찍히는 자리에 그림 속 인물들이 맺힌다. 작가 곽상원은 선으로 경계를 만들어가다가 다시금 흩뜨리기도 한다. 과거로 흘러간 이야기, 그 안에서 살아남은 이야기를 작품으로 풀어낸다. 그에게 불안과 고립은 그림의 재료이다. 그 재료로 빚은 그림은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다.

 

곽상원, lovers, 2022

 

“구부정한 길을 걷고 있다. 속도에 맞춰서 사라지고 다시 보이는 것들이 아련하게 기억에 남는다.

무엇인가가 합당한 이유로 있었다라기보다는 다가오기에 담아 둔 것뿐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기도 한다.

사각형의 프레임을 바라보면서 사각형이 구부러지는 상상을 한다.

누군가는 서 있기도 하고 서성이기도 한다.”

 

-곽상원 작가 노트 중

 

곽상원, lovers, 2022
손승범, 경계에서 빛나는(shining from the boundary), 2021

 

작가 손승범은 고립된 객체, 말하자면 잡초, 버려진 돌 따위를 느리고 세밀한 붓 터치로 표현한다. 도처에 널려 있는 것들, 누구에게도 소속되지 않는 대상은 ‘경계란 무엇이고 정체성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작가 손승범의 주된 소재는 공터에 자라난 잡초, 아무도 돌보지 않는 비석, 있지만 살아 있지 않은 조화(造花) 같은 것이다. 사람들이 시간 들여 바라봐 주지 않는다고 해도 견고하게 자리를 지키는 것들. 작가는 바람에 흩날리듯 섬세하게 붓을 움직이며 고립된 것에 숨을 불어넣는다. 그의 회화가 성장하고 빛을 발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손승범, 달빛 아래 춤추는(dancing under the moonlight) 2021

 

“한곳에 오래도록 머물러 있으면서 그 시간들을 고요히 간직한 채

묵묵히 세월을 견뎌내고 있는 것들에 눈길이 간다.

어쩌면 그 대상의 모습에서 빠르게 변모하는 시대를 감내하며 살아가는,

나를 포함한 우리들의 처연한 모습이 느껴져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손승범 작가 노트 중

 

손승범, 잡초 혹은 나무, 2021

 

작가 곽상원과 손승범에게는 물리적으로 동일한 시간이 주어졌을 것이다. 같은 시간 속을 사는 두 작가는 세상을 다르게 보고 다르게 반응한다. 그들의 반응은 시시때때로 변화하고, 느리거나 빨라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 두 사람이 맞닿기도 한다. <떨림의 속도>는 두 작가가 어떻게 고립과 불안을 맞이하는지, 그 감정을 어떤 작업으로 풀어내는지 보여주는 전시다. 관람객 역시 그들의 작품을 통해 언제고 찾아올 고립과 불안을 껴안는 법을 가늠하게 될 것이다.

 

 

발행 heyPOP 편집부

자료 제공 드로잉룸

장소
드로잉룸
주소
서울 용산구 이촌로 88길 16 미학빌딩 2층
일자
2022.01.18 - 2022.02.19
링크
홈페이지
헤이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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