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03

이 작품은 회화인가 사진인가?

조덕현의 '회화 같은 사진, '사진 같은 회화'
사진을 캔버스에 옮겨 그린 '사진 같은' 회화와 이를 토대로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로 확장한 조덕현의 전시 < mirrorscape >가 오는 2월 9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덕현의 대표작인 '사진 같은' 회화 신작과 함께 거울을 이용한 대형 설치 작품 6점을 소개한다. 공간에 전시하지 못한 200여 점의 사진 작업은 모니터를 통해 선보인다.
전시 전경 ⓒ 한미사진미술관

 

조덕현은 1990년대부터 오래된 흑백 사진 속 인물을 주로 연필과 흑탄을 사용해 캔버스에 정교하게 옮기는 작업을 했다. 이를 통해 과거의 사진 속 인물을 현재로 소환해 재조명하는 ‘사진 같은’ 회화 작업의 틀을 구축해 지속해 왔다. 이미 존재했던 과거 사실을 담보하는 사진은 작가의 작업의 시작점이자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매체다. 오래된 사진을 극사실적으로 캔버스에 담아내는 작업 과정은 사진이 가진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 구체적인 현실과 보편적 현실, 실상과 허상을 중첩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전시 전경 ⓒ 한미사진미술관

 

이번 전시에서 거울은 핵심 장치이자 작업 전반을 아우르는 키워드다. 작가는 풍경 사진을 거울로 채워진 공간에 배치하거나, 캔버스 아래에 거울을 설치해 거울 반사에 의해 만들어지는 이중 이미지를 연출하는 방식으로 회화를 새로워 보이게끔 한다. 또, 전시장 내 작품은 데칼코마니와 같은 형태로 거울에 비친 반사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흑백과 컬러’, ‘ 사진 같은 회화’, ‘회화 같은 사진’이 서로 마주하는 형태로 긴밀하게 관계를 맺는다. 작가가 그동안 천착해 온 과거와 현재, 명과 암, 실존과 허구 같은 대립상이 상호작용하는 것을 공간에 시각화한 것이다.

 

전시 전경 ⓒ 한미사진미술관

 

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서로 마주하고 있는 작품들의 배치를 통해 각 작품들이 서로 대응하면서 갖는 연결점을 지니게 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 mirror walk >의 개별 작품에서도 거울에 반영된 것처럼 서로 대응 요소를 살펴볼 수 있음은 물론 ‘회화 같은’ 사진의 흑백과 칼라 작품도 대응하여 구성되어 있다. 또한 ‘회화 같은’ 사진의 작업과 ‘사진 같은’ 회화 작업이 서로 대응되도록 배치하여 전시 공간에서도 하나의 서사를 만들었다. 작가가 거울이라는 장치를 사용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확장시키는 작업을 보여준 것처럼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여러분 각자의 시선으로 확장시켜 보는 시간을 가져 보면 어떨까.

 

Vanitas 서순삼 오마주, 2021 ⓒ 조덕현
descending, 2021 ⓒ 조덕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사진 같은’ 회화는 오마주 연작으로, 그중 서순삼, 홍순태, 정해창, 이우 왕자를 다룬 작품들은 한미사진미술관의 근현대 사진 소장품을 소재로 제작한 신작이다. 일명 ‘꽃미남’ 왕자님으로 통하는 의친왕의 차남이자 고종 황제의 손자였던 이우 공의 결혼 앨범 속 초상 사진인 <금관조복을 입은 이우 공>과 한국 근대 사진 선각자 중 한 명인 서순삼의 <무제(화분의 꽃)>, 다큐멘터리 사진의 거장 홍순태의 <청계천 하류>, 우리나라 최초로 사진 개인전을 개최한 정해창의 <풍속(망태를 지고 걷는 노인과 어린이)>이 그 주인공이다.

 

점집(Fortuneteller shop), 2021 ⓒ 조덕현

 

오마주 작품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분류되는데, 장지에 그린 ‘사진 같은’ 회화와 가로, 세로 높이 2m 크기의 정방형 컨테이너 안에 캔버스를 두고 바닥에 거울을 배치한 설치 작업이 있다. 오마주 작업은 한국 근현대 사진의 선각자에 대한 존경을 표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작품과 거울이 서로 맞닿아 있는 형태로 설치하여 오마주가 내포하는 ‘바라본다’는 의미를 시각화한다.

 

유크로니아(u chronia), 2021 ⓒ 조덕현
유크로니아(u chronia), 2021 ⓒ 조덕현
mirrorscape 2, 2021 ⓒ 조덕현

 

마지막으로 ‘회화 같은’ 사진 연작 < mirror walk >, < painterly >, < uchronia >는 사라져가는 우리나라 곳곳의 마을을 찾아 사진을 남기는 가칭 ‘마을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조덕현은 2015년부터 지금까지 경기도의 작업실 인근과 유년을 보낸 강원도 일대 그리고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의 소도시와 이(里)단위의 작고 오래된 마을의 사진을 찍어왔다. 점차 소멸해 가는 장소들에서 작가의 눈에 포착된 독특하고 장렬한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지점들은 이후 디지털 작업에 의해 독특한 색감과 질감을 통해 사진과 그림,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오묘한 공간으로 변한다.

한편, 전시 연계 행사로 아티스트토크가 2월 5일 토요일 오후 3시에 진행된다. 아티스트토크는 한미사진미술관 본관에서 진행되며, 인스타그램라이브 기능을 통해 온라인으로 실시간 송출할 예정이다. 더불어 사진심리학자 신수진 교수가 필진으로 참여해 조덕현 작가의 작품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연계 도록이 2월 중 출판된다.

 

 

발행 heyPOP 편집부 

자료 제공 한미사진미술관

장소
한미사진미술관
주소
서울 송파구 위례성대로 14 한미타워 19층
일자
2021.12.11 - 2022.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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