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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2022-02-01

흑백으로 읽는 관계의 이야기

프레데릭 벅스 국내 첫 전시 <말의 머리>

기간 2021.12.28 - 02.09
장소KF갤러리 (서울시 중구 을지로5길 26 미래에셋센터원 서관 2층)

라디오 피디이자 작가 정혜윤은 팬데믹 가운데 출간한 저서 <앞으로 올 사랑>에서 이렇게 쓴다. "정체성, 사랑, 행복, 자유. 이 단어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내가 너를 필요로 한다는 것. 나 혼자서는 아예 성립조차 불가능하다는 것. 이 모든 게 우리가 맺는 '관계'의 문제라는 것. 그리고 코로나 시대는 그 관계 안에 우리가 거의 생각하지 않고 살았던 박쥐나 야생동물, 자연도 포함된다는 것을 알려준 셈이다."

양 떼 1, 2016-2019, Copyright 2021. Frederik Buyckx all rights reserved

 

기다리지 않았지만 찾아온 혼란을 겪으면서, 우리는 이제껏 세상과 관계 맺어 온 방식을 완전히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이 생각에 불을 지필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시 중구 KF 갤러리에서 열리는 <말의 머리> 전이 그것. 벨기에 사진가 프레데릭 벅스(Frederik Buyckx)가 키르기스스탄의 작은 마을에서 담은 풍경은 자연과 인간, 인간과 동물이 얼마나 깊숙이 연결돼 있는지를 절감케 한다.

 

한-벨기에 수교 120주년을 기념해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이 주한벨기에대사관과 함께 개최한 <말의 머리> 전은 세계를 누비는 벨기에 사진가의 첫 국내 전시이기도 하다.

 

산 속의 집, 2016-2019, Copyright 2021. Frederik Buyckx all rights reserved

 

<말의 머리>라는 강한 제목은 프레데릭 벅스가 여행한 마을 이름에서 따왔다. 그는 키르기스스탄의 작은 마을 엣 바시(‘말의 머리’라는 뜻)에 머물면서 그곳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본다. 혹독한 추위 속 인간과 동물은 함께 100㎞씩 이동하며 서로 기댄 채 삶의 영역을 넓혀 나간다. 전통적 방식으로 살면서 동물과 깊게 교감하는 반(半)유목민의 모습은 사진가에게 충격이자 매혹으로 다가온다. 프레데릭 벅스는 장비를 최소한으로 챙겨 그들의 일상을 따르면서 경이로운 순간을 담는다.

 

 

보는 이 끌어들이는 흑백사진

 

콕-보루(전통 말 게임), 2016-2019, Copyright 2021. Frederik Buyckx all rights reserved
영상이 재생되는 공간 ⓒ 한국국제교류재단

 

사진가가 포착한 장면을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본격적으로 사진을 보기 전에, 관람객은 영상으로 엣 바시 마을을 먼저 만나게 된다. 전시장 초입에 설치한 4분 남짓한 영상에는 마을 사람들이 콕-보루(Kok-boru)* 경기를 하거나, 멀리서 온 손님인 사진가를 반기는 모습, 양과 개와 함께 살아가는 모습 등이 담겼다. 영상을 통해 익숙하지 않은 풍경과 언어와 친해지는 한편, 국제적으로 명망 높은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즈(SONY World Photography Awards)에서 2017년 ‘올해의 사진작가’로 선정되기도 한 사진가의 철학과 태도마저 가늠할 수 있다.

* 키르기스스탄 전통 말 게임. 두 팀으로 나뉘어 말을 타고 겨룬다. 말 위에 오른 선수가 울락(ulak)이라고 불리는 염소 사체를 상대편의 골포스트에 넣으면 득점한다.

 

첫 눈, 2016-2019, Copyright 2021. Frederik Buyckx all rights reserved
ⓒ 한국국제교류재단

 

본격적으로 전시장에 들어서면, 시선을 사로잡는 빛에 압도당할 것. 끝이 보이지 않는 눈길을 걷는 양과 사람, 눈 덮인 들판 위에 우두커니 선 목동, 얼어붙은 호수처럼 자연 속 삶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사진들에서는 흑백 색감이 두드러진다. 프레데릭 벅스의 사진은 백과 흑이 얼마나 섬세하고 다양하며,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는지 알게 하는 동시에, 보는 이를 사진 속으로 끌어들인다.

 

 

다층적 삶 만날 기회

 

ⓒ 한국국제교류재단

 

전시를 위해 주한키르기스스탄대사관이 협력했다. 사진가는 키르기스스탄 반유목민 공동체와 깊은 유대감을 형성했고, 유목민이 이주하는 중에 만나는 장엄한 풍경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삶에 깊게 몰입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자체로 키르기스스탄의 유산을 축적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 한국국제교류재단


KF 관계자는 “전시 관람을 통해 흑백사진이 주는 압도적인 장엄함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추운 겨울과 어울리는 이번 전시가 다양한 지역의 풍경을 접하고 다층적 삶을 체험할 수 있는 세계문화교류의 계기로 역할 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KF는 공식 웹사이트와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온라인 전시 연계프로그램인 VR 전시, 전시 연계 영상, 메타버스(Roblox) 이벤트 등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전시는 2월 9일까지 이어진다.

 

 

김유영

자료 협조 한국국제교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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