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18

시간이 멈춘 백조맨숀으로 오세요!

오브젝트 X 소쿠리 팝업 전시
강원도 오래된 그릇가게에서 찾은 커피잔, 70년대 독일의 한 가정집을 밝혀주던 조명, 80년대 미국에서 만들어진 시계 등. 백조맨숀에는 오랜 시간을 견뎌온 물건들로 가득하다.

 

우리가 빈티지에 빠져드는 이유는 뭘까? 옛 것에 대한 향수와 호기심일 수도 있고, 지금은 볼 수 없는 패턴과 디자인의 아름다움에 빠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각자 이유가 다르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오랜 시간을 견뎌온 물건들에게서 따뜻함과 포근함이 느껴져서 일 것이다.

 

오브젝트와 편집숍 소쿠리가 함께 준비한 ‘백조맨숀’은 빈티지의 따뜻함이 물씬 풍기는 팝업 전시 겸 스토어다. 체리색 선반에 놓인 빈티지 제품과 어릴 적 추억을 상기시키는 소품들은 마치 그곳이 자신이 자리였던 것처럼 자연스럽고 사랑스럽다.

 

 

‘백조맨숀’이라는 전시명은 현재 소쿠리가 위치한 인천 부평구의 한 동네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원래 서울 망원동에 있다가 인천 부평구의 작은 동네로 이사한 소쿠리의 주변에는 백조아파트, 비둘기 아파트, 미주맨숀 등 70~80년대의 감성이 물씬 풍기는 공동 주택들이 위치해 있다. 소쿠리는 시간을 품고 변하지 않은 집들을 보며 귀여운 이름을 가진 오래된 건물과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상상하며 이번 팝업 전시를 구상했다.

 

 

그래서 전시장인 오브젝트 1층에 들어서면 체리색 테이블 위에 빈티지 조명과 그릇, 소품들이 놓여있다. 벽에는 독특한 디자인을 뽐내는 벽시계가 걸려 있고, 직접 그린 그림이 든 액자들도 걸려있다. 창가에는 꽃무늬와 레이스로 만든 커튼이 달려있고, 전시장 한편에는 다양한 디자인의 빈티지 앞치마도 있다. 어렸을 때 자주 갔었던 할머니 집이 생각난다.

 

백조맨숀에는 빈티지 제품만 있지 않다. 이번 팝업 전시를 위해서 소쿠리가 기획하고 제작한 팝업 전용 굿즈도 판매한다. 소쿠리는 평소 좋아하던 백조를 모티프로 다양한 굿즈를 제작했다. 백조 문양이 그려진 메모장, 커피잔과 소서, 수건, 성냥, 소쿠리가 좋아하는 클로버와 은방울 꽃을 새긴 비누 등은 전시를 기억하기에 좋은 아이템들이다.

 

 

작고 느린 상점을 추구하는 소쿠리는 시간을 두고 손으로 만든 물건도 판매한다. 이러한 취향은 백조맨숀에도 이어져 손길이 닿은 굿즈들이 자리 잡고 있다. 손수 만들어 똑같은 형태가 하나도 없는 도자 마그넷과 백조 모양의 인센스 홀더, 꽃과 크로버가 새겨진 접시에서는 투박한 멋이 느껴진다. 한편, 신년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소쿠리의 인기 아이템인 나무 달력도 구비되어 있다.

 

 

주인장의 취향으로 선별하고 다듬은 물건들을 전시하고 판매하기 때문에 대부분 제품의 수량이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찜한 제품이 이미 다른 사람의 품에 들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빈티지의 매력은 그 순간의 직감 – 나와 통한 물건을 발견했을 때의 짜릿함이다. 그러므로 전시품을 느긋하게 찬찬히 살펴보자. 어느 순간, 당신에게 말을 거는 물건이 나타날지 모른다.

 

 

허영은 객원 기자

자료 제공 오브젝트

장소
오브젝트 서교점
주소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35길 13
일자
2022.01.05 - 2022.02.09
허영은
다양성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고 믿는다. 그래서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내서 보고, 듣고, 읽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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