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27

이 겨울, 우리의 실루엣을 찾아

임수진 작가가 인도하는 겨울 속으로
겨울이 왔음을 실감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추위에 손이 발갛게 얼 때? 차가운 바람 냄새가 코끝을 스칠 때? 우연히 12월로 넘어간 달력을 발견했을 때? 일상 곳곳에 묻어나는 실루엣을 통해 겨울을 보고, 듣고, 느끼는 임수진 작가의 자취를 따르며 이 겨울을 느껴보자.
winter, 2021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오는 1월 15일까지 임수진 작가의 개인전 <겨울 실루엣>이 열린다. 임수진 작가는 주로 다색의  수성 목판화로 일상에서 느낀 잔잔한 정서를 표현한다. 작가는 필름 카메라로 찍은 현장 사진, 잡지, 영화의 스틸 컷 등 특정 이미지를 취하고 그곳에서 회화적 장면들을 포착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을 포함한 겨울의 풍경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nostalgia, 2021
From hokkaido, 2021
Her, 2021

 

전체적인 윤곽선 혹은 그 안을 칠한 그림을 뜻하는 ‘실루엣’은 작가가 보고 행한 시선과 흔적에서 드러나 있다. 작품의 풍경은 여느 사람이 본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적 장면들이지만, 작가는 이 풍경들을 회화적 기술을 통해 그려내고, 이를 고유의 온기와 정서가 담겨있는 일종의 실루엣이라고 정의한다. 작업 중 본래 이미지로부터 점점 벗어나 때로는 어느 곳에 도달할지 조차 모르는 발걸음을 거치며, 그 길에서 본연의 상이 아닌 스스로 무엇을 보고 싶은지, 자신이 무엇을 보았는지를 발견하게 된다.

 

Look closer, 2021
Sweet home, 2021

 

막연한 느낌과 무언가가 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모를 때 작가는 조각도로 판목을 파내고 물감을 칠한다. 특히 풍경들이 갖는 질감에 주목하는데, 이는 목판화 작업에서 나무 질감과 연결지어 예술적 조형에 다가가기 위함이다. 그림은 물리적으로는 물감과 붓이 만났다 사라진 흔적이고 물감의 궤적은 작가가 보았던, 보았다고 생각했던 풍경의 실루엣이다. 작가가 본 이미지와 물질은 실루엣으로서 그림 위에서 겹치게 되는 것이다. 그 겹치는 지점에서 고민하기도 흔들리기도 하는데, 작가는 그 곳이 회화와 사진 이미지가 갈라서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전시 전경 © 아트사이드 갤러리

 

보통의 날에 길을 지나며 건조하고 반짝이는 겨울을 마주한다. 입김을 닮은 희뿌연 필터가 얹힌 듯한 목판화가 불러일으키는 노스탤지어 혹은 일상에서의 현현(epiphany)을 간직한 각자의 실루엣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한다.

 

 

 

자료 협조 아트사이드 갤러리

장소
아트사이드 갤러리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33번지)
일자
2021.12.21 - 2022.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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