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좋은 트렌드 소식을 엄선하여 받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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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9

상상이 넘치는 리추얼 테이블

스테인드글라스, 머리카락… 작품이 되었다.
어딜 가나 젊은 작가 일색! 그렇지만 작품에도 연륜이 있는 법. 세종문화회관이 이런 중년작가들에 주목해 기획 전시 “COUNTDOWN 2021”를 열었다. 2019년부터 시작된 ‘중년작가전’은 그간 신진 작가 층에 치중된 미술계의 각종 지원 프로그램에서 물러나 있던 중년작가를 집중 조명해 미술계의 균형적인 발전을 모색하고자 하는 전시다.

 

그 세 번째 전시인 이번 전시는 특별히 서울특별시미술관협의회의 추천을 거쳐 최종 선정된 중견작가 8인을 소개한다. 8개의 미술관이 추천한 김범수, 김홍식, 류준화, 송윤주, 이상현, 이세경, 전윤정, 홍장오 작가는 20년 이상 매체와 기법 실험을 거듭하며 각자의 깊은 예술 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런 만큼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100여 점의 작품들은 다채로운 독창성을 자랑한다. 작가 별로 한 섹션씩 총 8개 섹션과 한 개의 아카이브 룸으로 구성되어 있는 전시를 만나보자.

 

 

김범수 X 사비나미술관

서술을 넘어(Beyond Description)

 
김범수, Beyond Description, 가변설치, 2018

 

<서술을 넘어> 시리즈는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창문 형태를 띠고 있는데,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수없이 배열된 영화 속 장면들을 발견할 수 있다. 오랜 고딕 양식 창문을 통해 필름이라는 아날로그 재료에 새 생명을 부여한 것.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 간 간극을 메우는 작품은 치유의 감정을 전한다.

 

 

 

전윤정 X (재)한원미술관

블랙 앙상블(Black Ensemble)

 

전윤정, Black Hair Rapunzel, 캔버스에 검은색 라인 테이프, 130.3×193.9cm, 2019 (renewal for AR)

 

낙서에서 착안한 작업으로, 검정색 라인테이프가 만들어내는 울퉁불퉁한 표면은 복잡하게 얽힌 관계와 감정을 투영한다. 라인테이프를 자르고 붙이기를 반복하는 작업 방식은 작가가 불안감을 해소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사회적 긴장을 직시하고 작업으로 풀어내는 작가의 태도는 현대 사회 속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의 공감을 자극한다.

 

 

 

홍장오 X 성북구립미술관

루시(LUCY)

 

홍장오, L-C207, 알루미늄, 망사천, 인조구슬, 형광실, 동선, 스틸체인와이어, 110x70x90cm, 2020

 

주로 우주, UFO, 외계인 같은 미지의 대상들을 소재로 진실과 허구의 관계를 성찰해 온 홍장오 작가. 우연적 이미지를 조합해 만든 오브제에 <L-C 300>와 같이 과학 기술의 산물을 연상시키는 제목을 붙인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과학 기술과 우연성을 접목해 진실과 허구, 자연과 인공,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흔들고, 새로운 상상의 세계로의 확장을 꾀한다.

 

 

 

이상현 X 토탈미술관

조선 신연애

 

이상현, 조선 신연애 Korean New Romance, 49'25'', 2015

 

이상현 작가의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는 나를 찾는 과정으로서의 ‘서사’이다. <조선의 낙조>, <조선 신연애>, <조선 문답> 등으로 이어지는 ‘조선 시리즈’는 현재 한국 사회상을 조선에 비추어 파악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근대 소설 <장한몽>을 통해 한국의 근・현대화 과정에서 부(富)가 어떻게 축적되었는지 살펴보는 영상 작품을 소개한다.

 

 

 

김홍식 X 코리아나미술관

이접하는 장소들 : 광장, 미술관, 관람객

 

(좌) 김홍식, Flâneur_LOVE, 돋을새김된 스테인레스 스틸에 유성잉크, 실크스크린, 150x116cm framed(117×78), 2016-2018
(우) 김홍식, Flâneur in Museum_Louvre, 돋을새김된 스테인레스 스틸에 유성잉크, 실크스크린, 134x103cm framed(117×91), 2016-2020

 

도시 속 공간들의 ‘장소성’이 발현되는 순간을 사진으로 포착한 후, 판화 기법을 적용해 부분적으로 금빛을 입힌다. 이번 전시에서는 유명 작품을 보기 위해 몰려든 미술관 관람객과 광장에 설치된 미술 작품을 무심히 스쳐 지나는 행인을 대비시킴으로써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갖는 권력을 드러낸다. 마침 전시가 열리는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의 화이트 큐브 공간과 광화문 광장의 장소성과 공명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이세경 X 성곡미술관

카펫 위의 머리카락(Hair on the Carpet)

 

이세경, Hair on the Plate (접시 위의 머리카락), 염색한 머리카락을 흰색 접시 위에 붙이고 코팅, Ø 21.2cm(왼), Ø 19.2cm(오), 2020

 

머리카락은 아름다움의 징표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신체로부터 분리되는 순간 더러운 존재가 되어 버린다. 작가는 이 같은 양가적 인식에 흥미를 느끼고 머리카락이라는 낯선 재료가 주는 효과를 극대화할 바탕으로 접시와 카펫을 선택했다. 접시 위에 떨어진 머리카락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접시 위에 정교한 무늬를 그리며 붙어 있는 머리카락은 찬사의 대상이 된다.

 

 

 

송윤주 X OCI미술관

달고나 쪼는 여자

 

(좌) 송윤주, 방화수류정(訪花隨柳亭), 장지에 먹, 안료, 스크래치, 162x130cm, 2021
(우) 송윤주, NO.17 따르다, 장지에 먹, 안료, 스크래치, 53×45.5cm, 2016

 

상형문자와 괘상은 문자와 회화,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 있다. 작가는 추상적인 개념을 가시화하는 전통적 모티프를 차용해 자연에서 진리를 찾는 동양적 가치관을 장지에 구현한다. ‘나무 목(木)’ 자에 늘어뜨린 잎을 그려 표현한 버드나무를 통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유연한 삶의 태도를 제안한다.

 

 

 

류준화 X 자하미술관

Ritual Table – 33人의 여성들

 

류준화, Ritual Table 2021_1, 캔버스 위에 아크릴, 182x227.3cm, 2021

 

1919년 3·1 운동 당시 독립선언문을 낭독한 민족대표 33인 중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 이에 대한 의문으로 작가는 여성 민족대표 33인을 구상한 초상을 그렸다. 이 <33人의 여성들> 초상과 함께 그녀들을 기리는 제단인 “Ritual Table” 3점이 전시된다. 남성 중심적으로 쓰인 역사 속에서 잊힌 여성 영웅들을 기억하고 연대하는 의례이자, 과거와 현재 여성들의 삶을 사유하는 방식이다.

 

 

관람 동선 마지막에 마련된 아카이브 룸에는 여덟 작가의 작업 세계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돕는 아카이브 자료가 전시된다. 각 작가의 인터뷰 영상과 함께 작가 및 작가를 추천한 미술관의 도록, 엽서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자료 협조 세종문화회관

장소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 175)
일자
2021.12.03 - 2021.12.26
링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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