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15

채소는 왜 브랜딩이 없을까?

식물성이 펼치는 신선한 브랜딩과 팝업.
'식물성'은 인류의 새 미래로 비유되는 상징적인 공간인 화성과 지구 사이에 위치한 가상의 신선한 별로, 채소를 주제로 한 새로운 기술, 제품, 콘텐츠로 채소의 가치와 본질을 재조명해 세상 모든 곳에 신선함이 존재하게끔 만들고자 한다. 그러한 식물성이 서울 그로서리 클럽은 물론, 최근에는 넌컨템포와 함께 하며 연희동에 두 군데나 팝업을 오픈했다. 여기에 식물성 도산부터 매력적인 굿즈까지 이어지는 브랜딩은 식물성이 단순히 카페 이름이 아니라 신선한 별임을 증명한다. 식물성에 관하여 스튜디오 그룹 김주희 기획팀장에게 물어보았다.

 

식물성은 최근 테크놀로지와 디자인의 조화를 추구하는 패션 브랜드 더 스튜디오 케이와 협업했다. 협업으로 탄생한 22SS 컬렉션의 콘셉트는 가까운 미래, 변화하는 일상을 바탕으로 기술과 패션이 만나 선보이는 자연으로의 몰입감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며, 과일과 열매, 잎사귀 등 자연의 오너먼트들을 모티브로 일상의 리프레싱을 제공한다.

 

 

더 스튜디오 케이와는 어떻게 콜라보를 하게 되었나요?

먼저 연락을 주셨어요. 처음에는 사실 저희도 조금 의아하긴 했거든요. 의도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패션을 비롯해 다양한 부분에 있어 열어놓고 있거든요. 어떻게 알고 또 연락을 주셨어요. 처음에는 대관 쪽으로 문의를 주셨는데, 저희 입장에서도 결이 좀 맞을 것 같아서 진행하게 되었어요. 스튜디오 케이 대표님 관심사도 그렇고, 컬렉션에서도 기술적인 부분이나 신선함과 같은 키워드를 주요하게 보셨더라고요. 컬렉션의 주요한 오브제도 로메인과 복숭아였어요. 룩북 촬영했을 때의 느낌이 어떻게 나올까 키워드도 너무 잘 맞기도 했고.

 

 

10월에는 서울 그로설리 클럽에도 팝업 브랜드로 참여했어요. 네모미라는 수경재배 키트를 선보이고 있고, 예쁘게 잘 되어있더라고요.

감사하게도 제안을 주셔서 팝업을 열게 되었어요. 앞으로도 계속 팝업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11월 14일까지 연희동 넌컨템포에서 팝업을 열기도 했습니다. 저희도 식물성이 지금 도산에만 있지만 나중에는 식물성 한남, 식물성 연희, 식물성 싱가포르까지 확장을 고민하고 있어요. 저희도 공동 사업도 하고 있으니까 식물성 두바이까지 상상을 했고,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처음부터 있었어요.

다만 오프라인 공간을 동시다발적으로 확장하기에는 아무래도 저희가 스타트업이다 보니까 한계가 있고, 콜라보나 팝업 형태로 처음에 시작하면 다양한 공간에서 저희를 노출해 볼 수도 있고, 요즘은 또 동네마다 찾아가는 목적이 있잖아요. 그래서 오시는 분들의 캐릭터가 다 다르다 보니까, 지금 도산에 오시는 분들이랑 연희에 오시는 분들이 너무 다르니까요. 그래도 내 몸을 생각한다거나 저희 채소라든가 이런 것이 연희동에도 잘 어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희도 너무 좋은 기회로 팝업을 같이 진행을 하게 됐고요.

 

팝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네모미 키트입니다.

저희가 원래 엔씽이라는 기업이 IT라고 느껴질 수 있는 것들을 지니고 있잖아요. 네모미도 어떻게 보면 저희 농장과 비슷한 방식을 공유하고 있어요. 여기 들어가는 스마트 소일도 다 저희 농장에서 쓰는 거고, 양액도 저희 농장 기술이에요. 농업을 작게 체험해 보실 수 있게 만든 키트인데, 개개인 분들이 즐길 수 있게 되었어요. 저희가 의도적으로 B2C 브랜드로 식물성을 전개를 하는 것도 있거든요. 저희가 농업 스타트업 중에서도 처음 하는 행보가 많아요. 많은 분들이 이미 식재료나 이런 거에 이미 저희가 생각하는 레벨보다 높게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저희는 되게 소수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도, 제안 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저희도 너무 신기했어요.

 

 

네모미는 그냥 방에다 둬도 좋아요. 그전까지는 집에서 뭔가를 재배한다고 하면  쉽지 않은 것처럼 여겨졌어요. 키트가 잘 되어 있는데, 디자인도 매력적입니다.

네모미는 사실 엔씽의 두 번째 화분 제품입니다. 첫 번째는 IoT 화분이 있었어요. 가장 작은 단위의 농장이 뭘까 생각을 하다가 개인용 화분을 만들게 되었고, 저희 대표님의 백그라운드가 전자공학 쪽인데다가 동시에 우즈베키스탄에 토마토 비닐하우스 수출하는 사업에 잠깐 참여하신 적이 있으세요. 그래서 그때 그 시장을 보셨던 것 같아요. 특히 농업에 IT를 접목했을 때 뭔가가 많이 달라지겠다는 생각을 그때 하셨다고 해서, 처음부터 농업을 타깃으로 스마트 화분부터 시작했어요. 좀 더 많은 분들이 식물을 좀 더 가까이, 쉽고 간편하게 기를 수 있게 해서 농업을 가장 작은 단위로 경험해 보게 하는 게 중요한 목적이었죠. 하지만 2015년도에는 IoT 제품이 생소하기도 하고 가격대도 꽤 있어서 실제로 농업을 하고 싶어서 구매하신 분들보다는 IT 쪽 얼리어답터 분들이 많이 사셨다고 해요. 그래서 이게 너무 헤비하다는 판단에 두 번째로 나온 게 이제 수용 재배 키트였어요.

 

 

저희가 IT 회사긴 하지만 기술적인 것들을 조금 걷어내고 간편하게 하는 데에만 집중을 했어요. 스마트 화분은 흙을 옮겨서 분갈이하는 형태였는데, 네모미 키트는 이미 농장을 시작하면서 같이 개발된 제품이기 때문에 저희 수직 농장에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수경재배의 장점을 살려 제작했죠. 토경보다 수경이 훨씬 간편한 면이 있거든요. 네모미는 그냥 물을 담아서 키우는 형태이기 때문에 뿌리가 그 안에서 넓게 자라요. 그래서 추가적으로 물을 계속 갈아주거나 분갈이를 해주거나 이럴 필요가 없습니다. 픽셀이 1개에서 4개 정도면 개인이 하실 수 있는 네모미가 되는 거고 그게 한 100개에서 200개 정도가 들어가면 레스토랑이나 학교에서 쓸 수 있는 선반형 제품이 되는 거죠.

 

 

의외로 예측하기 어려운 수요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요즘은 의무적으로 텃밭 교육이 있다고 해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도 네모미 키트를 교구로 많이 구매하세요. 미세먼지가 너무 심하다 보니 바깥에서 교육을 할 수가 없어서 실내에서 식물 교육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찾으시나 봐요.  식물성에 맞게 리뉴얼 하면서 식물을 먹기도 하지만 룸메이트로도 둘 수 있게 기획했어요. 또 식물의 그 존재 자체에서 위안을 많이 얻으시는 분도 많으시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식물은 되게 정적이면서도 되게 동적인 움직임이 깃들어 있으니까 각자가 성장하는 콘셉트로 ‘타임메이트’라는 단어도 쓰게 되었어요.

 

디자인적인 부분에 늘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것 같아요. 회사 내에 CDO님도 계시고.

식물성도 처음에 의도적으로 무조건 예뻐야 한다고 제작했던 건 아니고 오히려 자유롭게 하는 걸 많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식물성을 ‘지구와 화성 사이에 위치한 신선함의 별’이라는 콘셉트로 전개하고, 쿠폰도 티켓 형태로 되어있는데 그런 부분들을 인증샷으로 올려주시면서 많이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상상력을 풀어냈던 부분을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에요.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올렸던 월페이퍼도 원래는 그냥 올리려고 했다가 한번 투표를 받아보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이 진심으로 반응을 해 주시는 거예요. 그래서 식물성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이 브랜드에 진심이라는 게 느껴져서 조금 더 책임감을 갖고 하려고 해요.

 

식물성을 위한 별도의 팀이나 멤버가 있는 게 아니라 엔씽 분들이 그대로 식물성을 만드신다고요?

멤버가 똑같거든요. 식물성이란 브랜드를 위해서 특별히 따로 들어오시거나 한 건 아니에요. B2B 산업을 하던 기획 디자이너 분들이 B2C로 넘어와 실제 반응을 피부로 느끼면서 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 가면서 작업 중인 것 뿐입니다. 인스타그램에 “우리의 취향으로서 식물성이 더 정교해질 수 있다”라는 글을 남겼는데,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좀 더 많이 피드백을 주셨으면 좋겠고, 이 안에서 좋아해 주시는 요소들을 중점적으로 더 디벨롭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식물성의 브랜딩은 식물의 브랜딩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실제로 식물성 매장에서도 여러 가지 채소를 팔고 있어요.

몇 년 전부터 브랜드가 굉장히 대두가 되고 있는데, 그때 “채소는 왜 브랜드가 없을까?”하고 생각하게 됐던 것 같아요. SSG라든가 사러가 마트, 현대백화점 식품관 등 브랜드가 있는 제품들이 있는데, 생산지가 아닌 유통처의 브랜드가 있다 보니 저희는 그에 관해 고민했어요. 근데 브랜드라면 균일한 가치를 계속 전달해 줘야 하는데 채소는 품질이나 가격이 계속 바뀔 수 있고 심지어 맛도 계속 변화가 있다 보니까 고정된 제품으로 인식이 되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브랜드화 할 수 없다는 결론이 들었는데.

 

 

이제는 저희 농장에서 균일하게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균일하게 가져갈 수 있어요. 저희의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하는 게 가능하겠더라고요. 그러면서 식물성도 고민하게 되었고, 2~3년 정도 준비한 것 같아요. 갑자기 나온 건 아니고, 엔씽부터 이어진 스토리가 있죠. 그리고 이걸 사람들이 어떻게 먼 미래에 기술적인 새로운 IT 분야가 아니라 실제 식재료로 좀 받아들이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이 계속 있었어요. 그러면서 행동까지 이어진 거죠. 저희가 아예 소비자 중심으로 들어가서 사람들을 보자, 그리고 체험할 수 있게 공간을 만들자고 해서 식물성 도산을 오픈하게 되었죠.

 

 

좋은 반응들도 많이 봤고 식물성 브랜드의 팬들도 계속 생겨나고 있어요. 그런 것들 보시면서도 계속 고민이 되실 것 같아요.

고민이 많죠. 공간을 많이 찾아 주시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하지만, 여기서 어쨌든 브랜드로 연결이 되어야죠. 지금은 공간에 왔을 때 인테리어에 있어 임팩트 있는 요소만으로도 아직은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제가 ‘아직은’이라고 생각을 하는 건, 이걸로 계속 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 있어서예요. 브랜드로서의 역할도 고민하죠.

 

 

박준우

자료 협조 식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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