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프로젝트는 미처 잘 알지 못했던 작은 도시의 풍경과 사람, 문화, 음식,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이를 통해 일상에 아름다움과 여유 있는 생활의 태도를 알리기 위해 시작됐다. 지금까지 시즌별로 제주, 경남 하동, 전북 고창, 경북 청송, 강원 고성을 소개했다. 이번 2021년 봄, 여름 시즌에는 충북 옥천을 테마로 진행하는데, 지역의 좋은 물건과 이야기, 먹거리 등을 ‘스토리북’을 통해 소개하고 지역 고유의 컬러를 선정해 자체 제작한 의류 상품과 굿즈 등을 만든다. 사람들이 로컬의 가치와 멋을 보다 생생하게 즐기게 하려면 체험만 한 것이 없다. 그간 하룻밤 머물며 브랜드의 정체성과 로컬의 정취를 담뿍 느낄 수 있는 디자인 스테이, ‘올모스트홈 스테이’를 운영했던 이유다. 코로나로 여행이 어려워진 요즘, 직접 옥천에 가는 대신 마켓에 들러보면 어떨까. ‘이 땅에서 나는 것을 먹고 마신다’는 신조가 깃든 옥천의 건강한 먹거리부터 눈길 끄는 디자인 의류와 굿즈까지 알차게 준비되어 있다.
로컬마켓, 옥천에서 둘러볼만한 것들
1 ‘옥천살림’이 인정한 옥천푸드
옥천살림협동조합은 국내 지역 협동조합 중에서도 농산품의 기준을 까다롭게 엄선하기로 유명하며, 활성화가 잘 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 마켓에서는 옥천살림이 ‘옥천푸드’로 인증한 다양한 농산품을 소개한다. 아침에 갓 딴 설향 딸기는 5월 초라는 시즌이 무색하게도 통통하고 향기롭고, 토마토는 새빨갛게도 잘 익었다. 봄의 기운을 똘똘 뭉친 두릅과 자연 방사로 기른 닭이 낳은 싱싱한 유정란, 아삭거리는 상추, 향긋한 오이까지 다양한 건강 먹거리들이 준비되어 있다. 또 딸기잼, 올리고당, 누룽지, 들깨보숭이, 볶음 들깨가루, 들기름 등 농가공식품을 새롭게 디자인한 ‘에피그램X옥천로컬푸드’ 제품도 눈여겨보자. 옥천의 용암사 일출, 부소담악, 둔주봉 한반도 지형, 금강을 그린 예쁜 디자인이 포인트다.
2 김건주 작가와의 아트 컬래버레이션
자연스러운 드로잉과 싱그러운 색감이 특징인 김건주 작가가 그린 옥천의 풍경. 김건주 작가는 자연을 모티브로 그림을 그리며 실크스크린 기법을 통해 작업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일상, 환경, 지역사회에 관심이 많은 그와 에피그램이 함께 만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이번에 김작가는 옥천의 부소담악, 향수 100리를 온전한 휴식의 공간으로 생각하며 그림을 그렸다. 쑥부쟁이와 복사꽃을 모티프로 디자인한 의류, 피크닉 패드, 보냉백 굿즈 등 아트 컬래버레이션 제품이 전시되어 있다.
3 옥천 양조장의 로컬 막걸리
1930년 처음 문 연 옥천의 이원양조장은 4대째 대를 이어오며 운영되고 있는 ‘백년가게’다. 이곳에서는 지금도 막걸리를 발효할 때 스테인리스 발효조가 아닌 커다란 항아리를 사용한다. 합성 감미료는 일절 넣지 않는다. 그렇게 빚은 막걸리 ‘향수’와 ‘시인의 마을’이 이곳에 와 있다. (옥천은 시인 정지용의 고향이다.)
4 친환경 디자인 굿즈들
에피그램이 전개하는 ‘에피그린 캠페인’은 삶에 자연을 더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삭막한 도시의 방에 싱그러운 바질 하나 키워, 제때가 되면 요리도 하고 노오란 꽃을 피우는 메리골드를 기르는 일상은 분명 조금은 더 살맛 나는 일상일 테다. 드립 커피를 내리듯 간단하게 식물을 키울 수 있는 ‘에피그린 팟’, 친환경 수세미, 꽃과 채소를 모티프로 만든 임소희 작가의 핸드메이드 오브제, 옥천을 레터링으로 수놓은 TWB의 보송한 수건, 친환경 수세미와 대나무 칫솔 등이 비치되어 있다.
Talk with 코오롱Fnc 커뮤니케이션팀, 양아주 차장
에피그램이 로컬에 가는 이유는?
에피그램은 우리 일상에 영감을 불어 넣는 것에 주목했다. 라이프스타일이 대중화되면서 지역만의 정취와 특색을 발견하고 이 평범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됐다. 2017년 제주에서 브랜드 화보를 찍었던 것을 계기로 이후 하동, 고창, 청송, 고성 등 시즌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보통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지역을 가려고 하는 편이다.
옥천도 그런 곳 중 하나였다. 사람들에게는 의외로 ‘옥천 허브Hub’로 많이 알려져 있긴 했지만. 옥천에서 찾은 매력은 무엇이었나?
맞다. 옥천은 서울과 부산을 기준으로 딱 중간쯤에 위치해 있다. 그러니 전국 각지의 택배가 다 옥천으로 모였다가 흩어지는 허브 터미널로 구실한다. 어디선가 한 번쯤 옥천을 들어봤다면 아마 택배 조회 때 일 거다. 옥천은 최적의 기후 덕분에 묘목 시장도 크고, 포도와 복숭아가 맛있기로도 유명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말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 많다. 모두 옥천을 실제로 방문하고, 그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서울에서 옥천마켓을 열게 된 이유는?
에피그램은 로컬의 아름다움과 여유를 사람들이 함께 공감하길 바란다. 그런 공감은 아무래도 체험이라는 형태에서 극대화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 이슈로 로컬에 직접 방문하거나 스테이를 체험하는 것이 여의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옥천에 내려가지 않고도 로컬의 정취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하다 서울에 로컬 마켓을 열게 된 것이다. 간접적이지만 이곳에서 한국 로컬의 아름다움과 라이프스타일을 잠시 느껴보실 수 있기를 바란다.
이번 마켓에서는 에피그램과 협업하여 만든 옥천 로컬 푸드도 선보이고 있다. 원래 생산되던 제품인 건가?
원래 옥천에서 나는 농가공품 중에 몇 가지 에피그램과 함께 디자인을 리뉴얼한 로컬푸드다. 옥천은 자치공동체를 잘 가꿔나가고 있는 것으로 다른 지역에서 벤치마킹할 만큼 지역 활성화가 잘 되어 있는 곳이다. 로컬푸드 운동 덕분에 맛있고 안전한 먹거리가 보장되어 있는 것이다. 여기에 지역의 아름다운 풍경을 디자인하여 좀 더 경쟁력 있는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개발했다. 이 제품들은 옥천마켓 이후에도 코오롱몰 등에서 지속적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글 이소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