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01

상상을 일깨우는 일상의 사물들

무신사 테라스에 모인 7명의 아티스트.
팬데믹이 오고 사람들이 여느 때보다 애정 어린 관계를 맺고자 열망하는 것은 사람도, 동물도 아닌 사물이 되었다. 반려동물, 반려식물을 넘어 반려사물이라는 개념까지 등장하는 요즘, 우리의 일상에서 사물의 존재감은 더욱 각별해졌다. 당신에게도 일상을 함께하는 취향의 사물들 한두 개쯤은 있을 것. 기발한 상상력을 가진 작가들의 일상에는 어떤 사물들이 존재할까? 그 호기심을 만족시키는 전시가 무신사테라스에 펼쳐진다. 바로 <일상의 사물들> 전시다.

 

무신사 테라스는 숍, 카페, 라운지, 공원으로 이루어져, 식음 및 전시 등 일상 속의 문화 경험을 다채롭게 제공하는 패션 문화 편집 공간이다. 이번 <일상의 사물들> 전시는 신진 아티스트에게 전시 공간을 지원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마련된 ‘테라스 아티스트-랩’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꾸려졌다. 의자, 거울, 화분, 테이블, 조명 등 우리의 일상 공간에 늘 함께하는 사물들이 7명의 작가의 손길로 신선하고 위트 있는 모습으로 새롭게 선보여진다.

 

이준수 - 유희적 오브제(Joyful object)

 

이준수

디컨스트럭트랩(DE-CONSTRUCTLAB)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이준수 작가의 작품은 유기적으로 뒤엉킨 구조로 된 몸체가 특징적이다. 맨눈으로 보기 힘든 자연의 패턴과 구조를 관찰하고 가구 및 제품의 형태로 도출하는 작업을 한다. 이번 작업 <유희적 오브제(Joyful object)>는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땅이자 인류의 오랜 터전인 ‘대지’를 주제로 지형과 퇴적층의 형태를 탐구하고 쌓아 올려 만든 의자를 선보인다. 인간의 생활 공간에 들어선 대지의 패턴을 통해, 동반자로서의 인간과 땅의 관계를 의식하게끔 한다.

 

슈니따 - 마음의 교집합 안에서

 

니따

슈니따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인간의 ‘감정’, 그중에서도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갈망’에 대해 다루었다. 평면과 도조를 동시에 섭렵하며 새로운 세계관을 창조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을 이미지와 형태로 구현한다. <마음의 교집합 안에서>의 세계관에서 살아가는 것들은 인간의 ‘갈망’을 형상화한 ‘무명(無名)’이라는 존재다. 무명들은 혼란 속에서 균형, 또 균형 속에서의 혼란을 맞이하며 무언가를 계속해서 갈망하는 삶의 나약함과 맞닥뜨린다. 그 모습은 정형화되지 않은 덩어리와 흘러내리는 형태, 알록달록한 색깔로 보여진다.

 

매지몽 - Mezimong World

 

매지몽

매지몽 작가는 자유로운 상상을 바탕으로 유희적인 공간을 창조한다. 그 유희의 기반에는 개개인의 순수하고 즐거웠던 순간들과 환상이 자리하고 있다. 머릿속 떠오르는 추상적인 상상을 구체적인 조형으로 시각화하고, 직선보다는 곡선을 활용해 빚어내어 통통 튀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구성한다. 그 사이를 유유히 돌아다니는 관객의 얼굴과 전시장 내부를 비추는 거울들은 모두를 무한의 환상의 세계 “Mezimong World”로 초대한다.

 

박지선 - Completion of Arc series

 

박지선

박지선 작가는 양감이 느껴지는 물질과 곡선의 조형 언어에 주목해 조각적 맥락을 띈 다차원적인 가구 작품을 만든다 Arc Series에 이은 후속작 “Completion of Arc series”는 완전한 형태로 인식되는 원의 ‘일부’로서 인식되는 반구, 호 등의 물질적 기호들을 결합해 다른 완결을 이끌어낸다. 즉 균형적인 도형을 깨뜨려, 역설적으로 균형을 재창조한다. 흰색, 검은색, 투명의 재료로만 구성된 작품은 빛을 각각 반사, 흡수, 통과시키고, 그리하여 그 안에는 빛과 조각들의 레이어가 집적되어 그래픽적인 동시에 입체적인 신을 완성한다.

 

조미형 - 그래픽 트리, 도시 식물은 새콤달콤하다

 

조미형

식물 쇼룸 ‘언타이틀 플랜트’를 운영하며, 도시인을 위한 자연 물체를 제작하는 조미형 작가가 선보이는 이번 신작은 <그래픽 트리><도시 식물은 새콤달콤하다>이다. 가을의 빛깔을 연상시키는 노란 바닥 위에 수확의 결실 ‘열매’가 놓여 있고, 그 열매에서 추출한 주스가 담긴 유리컵이 함께 늘어서 있다. 빛을 받은 열매와 유리컵은 본연의 색깔을 바닥에 드리워 더욱 풍부한 가을의 색과 형태, 질감을 연출해낸다. 함께 디스플레이된 그래픽 트리는 그 위에 붉은 색감의 독특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서수현 - warm worm wriggle

 

서수현

서수현 작가의 키워드는 ‘폭신폭신’과 ‘몽글몽글’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단순한 형태와 풍성한 볼륨감을 시각적인 키로 잡아 아트퍼니처와 섬유 공예품을 만드는 서수현 작가는 아이에서 어른까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유쾌한 놀이터 “warm worm wriggle”를 펼쳐 보인다. 털북숭이 인형, 자석 칠판 등 작가가 좋아하는 것들을 작품으로 녹여내 탄생시킨 그만의 공간에는 동심과 행복이 가득하다. 모서리를 찾아볼 수 없는 그의 작품은 물리적, 시각적으로 무해한 인상을 주며, 그 안에서 마음껏 앉고 만지고 체험해 볼 수 있는 장을 조성한다.

 

황다영 - under the sea series

 

황다영

알록달록한 의자와 스탠드 거울을 바라보고 있자면 서서히 눈앞에 동화 속 바다가 펼쳐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산호를 닮은 듯한 작품들은 황다영 작가의 “under the sea series”. 자유분방한 곡선으로 덩어리진 작품들은 돌과 실리콘이라는 극단적인 촉감적 대비를 가진 재료들로 이루어져 바닷속 생물과 무생물의 다채로움과 조화를 표현한다. ‘낯섦’으로부터 작용되는 인간의 순수성에 초점을 두고, 그 낯선 세상을 마주했을 때의 설렘을 풍경과 물질로 치환해낸다. 그 원초적인 색감과 형태의 작품들은 사소한 즐거움을 건넨다.

 

 

소원

사진 oneslist.

장소
무신사 테라스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 188 17F)
일자
2021.10.27 - 202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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