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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6

주변인의 일상에서 영감 얻은 가구

10년차 가구 디자이너 정회영 첫 개인전.
제품 디자인을 전공한 정회영은 가구를 디자인하고 제작한다. 디자인 컨설팅회사에서 일하며 글로벌 스포츠웨어 브랜드 리복(Reebok), 세계적인 생활용품 기업 킴벌리클락(Kimberly-ClarK), 국내 대표 맥주 브랜드 카스(CASS)를 클라이언트로 다양한 디자인 경험을 쌓은 잔뼈 굵은 디자이너다.

그는 2015 디자인페스티벌, 2018 Asia Network Beyond Design에 참가하며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 ‘스파크 디자인 어워드(SPARK Design Award)’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정회영

 

정회영 작가는 2017년 이래로, 가구 제작 스튜디오를 열어 개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맞춤 제작 가구를 만들어 왔다. 작품은 패션 브랜드 레멜(Lemles)의 디자이너인 아내와 함께 운영하는 쇼룸에서 만날 수 있다. 두 사람이 디자인한 따뜻한 감성의 물건으로 가득한 공간이다. 쇼룸뿐만 아니라, 서촌의 무목적(無目的) 빌딩 3층에서도 정회영 작가의 작품을 살펴볼 수 있다. 오는 11월 1일까지 첫 개인전인 “PERSONA”를 진행하기 때문. 주변인들의 일상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가구 7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쇼룸 ©정회영

 

그동안 주로 나무를 활용한 제품 디자인을 해왔습니다. 가구 제작 스튜디오도 운영하는 중이고요. 목가구에 관심을 둔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손으로 만드는 활동이 최고의 놀이였습니다. 동네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성능 좋은 나무젓가락 총을 만들어 대장 노릇을 하곤 했죠. 초등학생 때 고무 동력기를 만들었는데 지역 경시대회를 휩쓸기도 했어요. 대학교에서는 과제물을 실제로 만들어봐야 직성에 풀렸기에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공작실을 개인 작업실 삼아 모형을 제작했고요. 이 모습을 본 대학 선배의 추천으로 목공방을 찾아가게 됐죠. 그렇게 10년 가까이 가구를 만들어오고 있네요. 처음부터 특정 소재를 선호한 것은 아니고, 다양한 재료를 접하다 보니 나무의 특성에 매료되어 가구 제작 스튜디오도 열게 됐습니다.

 

©정회영

 

맞춤 제작 방식으로 작업하고 계시죠. 디자인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공간에 들어서면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가구는 사람과 직접 접촉하는 최종적인 터치포인트입니다. 그래서 항상 사람을 중심에 두고 작업을 시작합니다. 가구를 의뢰한 고객을 만나 취향이나 라이프스타일, 가구에 반영되었으면 하는 것에 관해 주의 깊게 들으며 디자인 소스를 얻고요. 이 과정을 통해 얻은 정보를 정리해 나가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게 저의 일반적인 작업 과정입니다. 결과물의 비례감이나 디테일 등 외형에는 저의 감각을 풀어내고, 사용하게 될 사람의 이야기도 충분히 담기 위해 노력합니다.

 

lemels furnitrue ©정회영
전시 전경 ©정회영

 

작가님의 주요 작품에 관해 소개해 주세요.

마음 맞는 파트너들과 더 완성도 높은 제품을 소개하고자 HWYD라는 팀을 결성하여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는데요. 그 첫 번째 작업 ‘Speaker +001’과 ‘Desk -001’은 한국의 전통 가구를 현대의 라이프스타일에 끌어들인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며 디자인했습니다. 과거 집집이 흔히 볼 수 있던 ‘반닫이’라는 가구는 보통 위쪽만 열 수 있고 내부에 책, 그릇, 문방사우, 이부자리 등 가리지 않고 보관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어요. 좌식문화 위주인 전통가옥의 생활양식에 적합하고 기능에 충실한 가구이죠. 이러한 점에서 착안해 겉으로 보이는 모습뿐만 아니라 쓰임새나 감성까지 현대에 맞게 개량해 보고자 했습니다.

 

Speaker +001 ©정회영
Desk-001 ©정회영

 

작품명에 ‘+’, ‘-‘가 있는 게 독특해요. 어떤 의미인가요?

‘+’는 판매되는 제품, ‘-‘는 개선해야 할 점이 많아 판매를 보류한 제품을 의미하는데요. 최근 가구에 기술을 접목하는 시도를 많이 하고 있는데, 다방면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더라고요. 스피커는 이전에도 많이 만들어 본 적이 있어서 상품화에 무리가 없었는데, 그 외 무선 충전 등의 다양한 기술이 탑재된 가구 제작에도 도전하고 있거든요. 기술적인 인증을 거쳐야 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필요하기 때문에 조금 더 보완한 후 선보일 생각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는 7점의 작품 ©정회영

 

이번 전시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하나의 범주로 구성된 전시를 구상했어요. 작품마다 볼륨 차이가 크게 난다면 관객들의 시선이 편파적일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전시장에는 총 일곱 점의 의자만 배치되어 있습니다. 작품에는 <PERSONA>라는 전시명처럼 주변 사람들의 ‘외적 인격’에 대한 생각이 담겨있습니다. 이렇게 표현하니 너무 관념적인 것 같지만, 제가 여태껏 해오던 작업의 연장선입니다.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이고 뒤섞여 저의 가치관을 구성했고, 지금까지의 모든 작업에 무의식적으로 반영되어 왔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태도를 가구에 녹여냈고,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전시 전경 ©정회영

 

반투명한 구조물로 전시 구획을 나누셨네요. 이렇게 전시한 이유가 궁금해요.

작품의 정면으론 반투명한 구조물이 가리고 있어 실루엣을 드러낼 뿐 한눈에 다 볼 수는 없는데요. 가까이 가거나 반대편으로 돌아가야만 제대로 바라보고 앉아 볼 수도 있죠. 번거로울 수도 있지만, 우리가 누군가를 마주하고 대하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작고 구불구불한 전시공간을 같이 걷고 나면, 제가 어떤 생각으로 가구를 만드는지 조금은 알아주시지 않을까 했어요. 전시 기간에 항시 상주하며 제 주변 사람을 누군가에게 소개해 주는 마음으로 작업물을 보여드릴 생각입니다.

 

김세음

자료 협조 정회영 작가

장소
무목적 (서울시 종로구 필운대로 46 3F)
일자
2021.10.22 - 202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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